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뉴욕타임스의 변신
    2021년 FINANCE 2021. 10. 13. 21:48

    평창 동계 올림픽, 5G 네트워크를 활용한 LED 촛불, 천 대가 넘는 드론으로 만든 드론 쇼, 무인 자율 주행 버스까지 최신 IT 기술의 향연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가상현실입니다. 경기장 근처에서 VR 스포츠 게임을 즐기기도 하고, VR 경기 중계를 시청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간 언론사가 있습니다. 바로 미국 뉴욕타임스입니다.

     

    뉴욕타임스는 평창 동계 올림픽 기사를 전하면서 포켓몬 고에서 쓰이던 증강현실을 도입했습니다. 덕분에 뉴욕타임스 디지털 독자들은 기사를 앱으로 읽으면서, 올림픽 출전 선수를 우리 집 방 안에서, 실제 그 사람이 와 있는 것처럼 볼 수 있었죠.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겁니다. 요즘 사람들은 신문을 읽지 않습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나이 불문, 90% 이상의 사람들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뉴스를 읽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미디어 기업들은 계속 디지털 혁신을 추구해 왔고, 뉴욕타임스는 이런 혁신의 선두에 있습니다.

     

    2012년 발표한 인터랙티브 뉴스 '스노우폴 '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멋진 스토리텔링 기법을 선보였습니다. 퓰리처상까지 받은, 작품이라고 해도 좋을 기사인데요. 눈사태에 파묻혔던 사람 인터뷰를 읽을 때 글 옆에 실제 그 사람을 볼 수 있는 영상을 틀어주고, 산사태 상황을 설명할 때에는 밑에 항공 촬영한 해당 지역 영상이 흘러갑니다. 지면 기사에서 보지 못했던 현장성, 영상에서 보기 어려운 사건의 디테일, 그리고 자세한 데이터까지 한 권의 책을 순식간에 경험하는 느낌을 전해줬죠. 당시 지면 기사를 웹페이지에 옮기는데 급급했던 신문사들에겐 정말 큰 충격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저널리즘의 미래라고 불렸을까요.

     

    2015년 '난민(The Displaced) '이란 기사를 발표하면서 공개한 'NYT VR'앱은 가상현실 저널리즘이란 분야를 확산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단순히 전쟁터에 내가 방문한 느낌에서 그치지 않고, 거기에서 살아가는 난민 어린이들의 삶까지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이후 VR 저널리즘은 월 스트리트 저널, BBC, AP 통신을 비롯해 다양한 언론사가 도전하고 있는 중입니다. 주제도 다양해졌습니다. 허리케인 재난 현장에서부터 1박 6천만 원짜리 호텔 스위트룸을 보여주기도 하죠. 2014년부터 매년 공개하는 뉴욕 타임스 자체 보고서는 다른 언론사에서 앞다퉈 참고하는 자료입니다.

     

    시작할 때 상황은 좋지 않았습니다. 2007년 뉴욕타임스는 콘텐츠 유료화를 선언했다가 실패합니다. 디지털 혁신은 고사하고 온라인 뉴스 사이트가 크게 성공하자, 급하게 대응한 것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뉴욕타임스는 끝났다고, 기성 언론의 시대는 종말을 맞이했다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2011년, 뉴욕타임스는 다시 온라인 유료화를 선언합니다.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았습니다. 2015년 10월에는 경쟁지인 워싱턴 포스트 웹사이트 방문자 수가 뉴욕타임스 방문자 수를 추월하는 일도 일어납니다. 하지만 이번엔, ‘디지털 퍼스트’라는 확실한 방향이 있었습니다.

     

    방향이 확실하니 혁신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앞서 소개한 기사들은, 그런 위기 속에서 태어났죠. 데이터 분석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매일 360도 영상을 올리는 '데일리 360'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이 어떤 기사를 좋아하는지 체크하고, 새로운 콘텐츠에 반영했죠. 그 결과, 2017년 말 뉴욕타임스 디지털 구독자는 260만 명 이상으로 늘어났고, 전체 수익 17억 달러 중 디지털 광고와 디지털 구독료에서 얻은 수익이 약 6억 달러에 이르게 됩니다. 2017년 워싱턴포스트에서 밝힌 디지털 구독자가 100만 명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크죠. 2017년 4월 기준 웹사이트 순 방문자 수도 NYT는 8980만 명, 워싱턴포스트는 7870만 명으로 차이가 납니다.

     

    좋은 기사와 함께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언론도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돈 낼 만한 가치는 콘텐츠와 기술, 양쪽을 모두 갖추고 있어야 생깁니다. 모든 기업이 테크 기업으로 바뀌어야만 하는 시대에,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고민이 많으시죠? 뉴욕타임스의 변신은, 좋은 힌트가 되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