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 정화시키는 건축자재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을 보면서, 마음 답답하신 분들 많으실 텐데요. 대기오염을 개선하기 위해 공장 굴뚝이나 자동차 배기가스의 처리를 강화한다고 해도, 워낙 막대한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또 우리 정부가 관리할 수 없는 중국 등 외국에서부터 기류를 타고 유입되는 오염물질 등도 많아,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기오염 문제는 비단 국내만의 골칫거리는 아닙니다. 전 세계 많은 도시들이 대기오염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걱정하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대기오염을 정화하는 전혀 새로운 대안을  한 시멘트 회사가 내놓았습니다. 거대한 대기오염 방지시설을 여러 곳 짓는 대신 , 도시의 수많은 건물과 포장도로에 대기오염을 정화할 수 있는 건축자재를 사용 하면 도시의 구석구석을 보다 쾌적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름하야 스모그를 정화하는 건축소재 , 사실 그 원리는 간단합니다. 광촉매 , 즉 빛을 받으면 공기 중의 산소 , 수분과 반응해서 강력한 산화 분해 능력을 가진 음이온을 생성시키는 물질을 시멘트 , 페인트 등의 건축소재에 혼합 하는 겁니다. 햇빛에 의해 활성된 촉매 반응으로 표면의 세균이나 스모그의 원인인 대기 중 유기물질을 분해하여 제거하는 거죠. 오염물질이 제거되더라도 광촉매는 표면에 그대로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오염물질을 정화할 수 있다는 점도 이 기술의 중요한 장점입니다. 대표적인 광촉매 물질로  이산화티탄 을 들 수 있는데요, 무독성이면서 값싸고 풍부해서 가장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광촉매 물질은 원래 욕실 타일 등에 많이 적용돼 왔습니다. 오염물질을 분해할 뿐 아니라 표면에 잘 붙지 않도록 해서, 분해된 잔여물이 물로도 잘 씻겨 나가 항상 깔끔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여기에서 착안한 일본인 과학자들이  1990 년대에 시멘트에 광촉매를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 하다가, 1996년부터 유럽의 다국적 공동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약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관련 기술을 개발해왔는데요. 이 기술을 가져다가 시멘트 등으로  상업화에 성공한 회사들이 나타났습니다 .

 

가장 먼저 지난  2006 년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시멘트 회사인  이탈 시멘트 티 가 햇빛을 받으면 스모그를 최대  70%까지 제거할 수 있는  TX Active  시멘트를 출시했는데요. Active  시멘트는 유럽 내 랜드마크가 되는 성당, 공항, 각종 공공청사 등에 적용되며 스모그를 먹어 치우는 건축소재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햇빛과 빗물 만으로도 건물이 스스로 깔끔함을 유지할 수 있고, 게다가 공기도 맑게 해 준다니 일석 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겠죠. 이후 2013년 미국 시카고시가 산업단지 공기질 개선을 위해 도로변 약 3.2km를 이 TX Active 시멘트로 포장하는 시범 공사를 진행하는 것을 기점으로, 대기 환경정책의 일환으로서 보다 다양한 도시 건축 시설물에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 주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이탈 시멘트 티는 이러한 스모그 제거 기술을 플랫폼 화하여 다양한 형태의 제품들을 계속 내놓고 있는데요. 최근 출시된 i.active 시멘트 코팅제의 경우는 실외뿐 아니라 실내 벽에도 손쉽게 바를 수 있고, 사용자가 원하는 색상도 추가할 수 있어, 보다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이 i.active coat를 1000제곱 미터의 표면에 적용하면, 100그루의 나무를 새로 심거나, 같은 면적의  녹지대 보다 오염정화 효과가 무려  13 배나 높다 고 하는데요. 요즘처럼 실내 공기질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점에 딱 맞는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TX active 시멘트 제품군은 틈새시장을 겨냥하여 출시됐었는데요. 2013년 전체 매출의 5.3%인 2억3천만 유로 정도의 매출을 올려, 기대치 이상의 성과를 내는 효자 상품 노릇까지 하고 있답니다. 이탈 시멘트 티는 이러한 친환경 상품의 매출 비중을 2020년까지 3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연구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향후  광촉매를 적용한 건축소재 는 더욱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특히 자동차 배기가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로시설에 광촉매를 응용하는 것에 관심이 높습니다, 네덜란드 연구진에 따르면 실제 도로에 광촉매를 코팅하는 것으로 대기오염이 최대 45% 개선되는 결과를 얻었다고 하고요. 독일의 메튼 슈타인 디자인사의 경우에는, 도로와 광장, 각종 건물 주변에서 공기를 정화하는 광촉매 코팅 보도블록 등 각종 도로 포장재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광촉매를 페인트 형태로 만들어, 일반 건물에 보다 쉽고 다양하게 사용하도록 한 제품들도 있습니다. 독일의 페인트 전문기업 카임 사는 다양한 색상을 적용한 광촉매 페인트 Soldalit-ME를 내놓았는데요, 광촉매 기능을 통해 공기 정화는 물론, 표면의 때를 없애고 페인트 본연의 아름다운 색감이 오래 유지되게 함으로써 소비자 만족도를 높였습니다.

 

아예 건물이나 각종 건축 자재에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광촉매 코팅제를 내놓은 기업도 있습니다. 미국의 그린 밀레니 엄사인데요, 타일, 도로 포장재, 유리와 거울, 벽지 등에 대해 촉매제를 바를 수 있도록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오래되어 변색이 심한 건물들을 대상으로 광촉매 코팅 처리를 해주면 이렇듯 건물 자체도 깨끗해지고, 주변 공기도 맑아지는 효과를 주는 것이죠. 친환경 시대, 광촉매가 미래 건축소재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