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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인의 카레 사랑 이야기
    2021년 NEW FINACE 2021. 11. 21. 23:15

    세계인의 음식, 카레

    우리나라 사람들이 짜장면 못지않게 좋아하는 음식이 카레라이스지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가 즐겨먹기 때문에 국민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아시다시피 카레는 인도 음식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인도 사람은 가만히 있는데 카레가 자기네 국민음식이라고 주장하는 나라가 한 둘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 못지않게 일본의 카레 사랑도 대단합니다. 일본인들은 평균적으로 일 년에 카레라이스를 78번을 먹는다고 하는데요,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 반은 먹는다는 소리니까 일본에서 카레라이스가 자기네 국민음식이라는 주장을 할 만도 합니다. 영국도 본 고장 인도 못지않게 카레를 자주 먹는 나라입니다. 영국인의 43%가 심신이 지쳤을 때 마음의 위안을 얻는 고향 음식으로 치킨 카레를 꼽았고요. 영국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300만 명이 정기적으로 카레를 먹는다고 합니다. 이러니 2001년 로빈 쿠크 영국 외무장관이 진정한 영국의 국민음식은 치킨 카레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동남아를 대표하는 태국음식에도 카레 요리가 많습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카레 게 튀김인 푸 팟퐁 카레를 비롯해서 태국 사람들도 다양한 카레를 무척 좋아하는데요. 카레는 이렇게 한국과 일본, 영국과 동남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국민음식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자기네 국민음식이라고 주장하는 카레

    그런데 말입니다. 버젓이 원조인 인도 카레가 있는데 어떻게 카레가 자기네 국민음식이라고 주장하는 것일까요?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요. 가수 노라조의 카레라는 노래 가사에 나오는 것처럼 “순한 맛, 매콤한 맛, 인도에도 없는 이 맛, 타지마할”이기 때문입니다. 카레의 뿌리는 인도지만, 인도에는 없는 각 나라 고유의 독자적인 맛을 창조했기 때문인데요. 나라마다 카레 맛이 이렇게 달라진 데는 모두 역사적인 배경이 있습니다.

    카레가 세계적으로 퍼져 나간 경로

    인도에 뿌리를 둔 카레가 세계적으로 퍼져 나간 경로는 크게 두 갈래로 나눌 수가 있는데요, 하나는 영국을 통해서, 또 다른 경로는 인도 무굴제국을 통해서였습니다. 먼저, 카레가 영국에 전해진 것은 18세기 무렵입니다. 동인도 회사의 군인과 무역상들이 영국으로 귀국하면서 인도 향신료를 가져왔는데요. 영국에서는 여기에 버터에 볶은 밀가루를 첨가해 카레 파우더를 만들었습니다. 인도의 향신료와유럽의 전분을 합친 것인데요. 이렇게 만들어진 카레는 곧 영국 상류층의 입맛을 사로잡았습니다. 특히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만들었다는 빅토리아 여왕이 카레 맛에 푹 빠졌는데요. 인도 문화를 사랑한 빅토리아 여왕은 인도 출신 시종한테 현지의 우르두어와 힌디어를 배우고 별장을 인도식으로 꾸미는 한편 하루 한 번은 반드시 카레로 식사를 했습니다. 여왕이 이렇게 카레 맛에 빠지자 서민들의 식탁에까지 카레가 빠르게 퍼져나갔는데요. 이렇게 만들어진 음식이 인도에서 온 카레 소스와 영국의 전통 로스트 치킨이 결합한 영국의 국민음식인 치킨 카레, 치킨 티카 마살라입니다. 그리고 영국에서 발달한 카레는 19세기 대영제국을 통해 북아메리카와 아프리카로, 또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로 전파되면서 나라마다 고유의 카레 요리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인도와 영국 못지않게 카레 요리가 발달한 지역이 동남아시아입니다. 하지만 동남아에서는 현지어로 카레라는 이름의 요리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이유는 동남아 카레가 영국이 아닌 인도에서 직접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동남아 카레 중에서는 가장 유명한 요리가 태국의 마사만(massaman) 카레가 아닐까 싶은데요, CNN이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라고 꼽았던 음식입니다. 코코넛 밀크에 다양한 향신료를 섞은 태국식 카레로 맵고 짜고 신맛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면서 환상적인 맛을 연출하는데요. 마사만 카레는 현재 태국 왕조의 두 번째 왕인 라마 2세가 사랑한 음식입니다. 마사만 카레를 만들어 바친 여인에게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시를 지어 노래한 것으로 유명한데요. 라마 2세는 결국 그 여인을 왕비로 맞이했다고 합니다.

    한국과 일본으로 전래된 카레

    우리나라에는 카레가 일제강점기에 전해졌는데요, 한국과 일본 카레가 아주 비슷한 이유입니다. 일본에 영국 카레가 처음 전해진 것은 19세기 중후반이었는데요, 이때만 해도 카레라이스는 개화기 일본 신사들이 먹던 값비싼 서양요리였습니다. 이랬던 카레라이스가 대중적으로 널리 퍼진 것은 20세기 초, 일본 해군이 장병들의 급식으로 카레라이스를 채택하면서부터입니다. 한국과 일본 카레가 영국 카레에 비해서 농도가 훨씬 진한 이유도 쌀밥에 얹어 먹는 소스인 동시에 흔들리는 함정에서도 먹을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입니다.그런데 일본 해군은 왜 장병들에게 카레라이스를 먹일 생각을 했을까요? 옛날 일본군은 쌀밥만 먹을 때 생기는 각기병 때문에 골치를 앓았는데요. 보리밥 같은 잡곡밥을 먹으면 간단하게 해결됐지만 쌀밥이 귀했던 시절이었습니다. 때문에 병사들에게 잡곡밥을 먹이면 “내가 쌀밥 먹으려고 군에 입대했는데 왜 보리밥을 주냐”며 반발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본 해군에서 각기병을 막으려고 개발한 것이 비타민 등이 풍부한 카레라이스였습니다. 옛날 일본 병사들이 어떻게 각기병에 걸릴 정도로 쌀밥만 먹을 수 있었을까요? 바로 조선에서 수탈해 간 쌀 덕분이었습니다. 일본에서 카레라이스가 발달했던 이면에는 이렇게 우리의 아픈 역사도 있습니다. 카레가 세계로 퍼지는 경로와 현지에 정착되는 과정이 역사적 배경에 따라 제각각인데요. 어떤 과정을 거쳤건 카레가 한 나라의 국민음식이 된 데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카레의 매운맛과 쓴 맛, 단 맛을 모두 그 나라의 맛에 맞춰 소화해냈다는 것입니다. 아픈 역사도 결국에는 극복해낸 것처럼 말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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