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상식을 넘어선 혁신
    2021년 FINANCE 2021. 10. 21. 22:08

    만일 고객이 서비스에 불만이 많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서비스를 혁신해서 문제를 해결해야겠죠. 그런데 이게 이 비즈니스에서는 응당 그렇게 하던 것이라면 어떤가요. 이 비즈니스에 피할 수 없는 비용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두 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이 비즈니스는 이런 거야”하고 받아들이는 것과 “이 병목을 뛰어넘어 혁신”하는 것입니다.

     

    2008년 4분기로 가보겠습니다. 금융위기가 덮친 미국 자동차 시장은 판매고가 35%나 내려앉았습니다. 경기 침체의 불안이 만든 공포 탓이었습니다. 2009년 2월 1일, 미식축구 슈퍼볼은 예정대로 다가왔는데요. 이날 현대자동차는 슈퍼볼 광고를 하나 냅니다. 메시지는 간단했습니다. “당신이 직장을 잃으면 차를 돌려주세요.” ‘현대 어슈어런스(Hyundai Assurance)’를 알리는 광고였습니다. 저는 이 광고를 볼 때마다 매번 감동에 젖습니다. 광고에 나오는 여성의 눈을 바라봅니다. 그 지쳐 보이는 눈동자에서 저는 소비자의 불안과 삶의 무게를 느낍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이 해 현대자동차의 판매고는 8% 증가합니다. 다음 해인 2010년에는 무려 24% 폭풍 성장했지요. 더 놀라운 것은 이것입니다. 직장을 잃었다는 이유로 돌려받은 자동차는 350대 밖에 안됐다는 것이죠.

     

    ‘이 비즈니스는 이런 거야’란 상식을 넘어선 혁신에는 많은 사례가 있습니다. 비디오 렌털 비즈니스는 어떤가요. 블록버스터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큰 매장과 주자창을 갖추고, 인기 영화를 잔뜩 확보했습니다. 대여만으로도 수익이 나오지만 고객이 깜빡하고 반환을 하지 않아도 연체료라는 수익이 나왔죠. 이는 업계의 성공방정식이 되었습니다. “이 비즈니스는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다들 책상을 쳤습니다. 너도나도 동네 상가에, 대형 몰에 주차장을 갖춘 비디오 가게를 차렸죠.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세상에서 블록버스터는 거리낄 것이 없었습니다. 블록버스터가 모델이 된 세상에서 블록버스터를 이길 자는 없었죠.

     

    블록버스터가 기세 등등하던 이때 넷플릭스가 우편 렌털을 시작했습니다. 또 레드박스는 덴버의 한 맥도널드 매장 옆에 키오스크라 불리는 자판기 하나로 비디오 렌털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넷플릭스가 최후의 승자가 됐지만 레드박스도 한때 키오스크 15,000개로 렌탈시장의 19%를 차지했죠. 렌탈 비즈니스에서 큰 매장과 큰 주차장 그리고 유니폼 차려입은 많은 매장 직원들이 성공의 전제조건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어디에서 이런 병목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우리에겐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는 고객 체험이 정체된 곳입니다. 오랫동안 고객 서비스에 변화가 없고, 거기에 고객 탄식이 정체되어 있다면, 그곳은 보틀넥이 있다는 분명한 신호입니다. 두 번째는 지출 명세서에 크게 자리 잡고 있는 ‘관행 비용’입니다. 이것을 없애거나 획기적으로 줄일 방법이 없는지 자문해 보십시오. 이것이 두 번째 카드입니다. 셋째는 여러분이 고객에게 전가한 것이 없는지 따져보십시오. 고객이 치르고 있는 부담을 내가 대신 질 수는 없을까요. 만일 그것이 비즈니스의 관행이 되어있다면 바로 거기 고객 감동에 대반전이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애플트리 앤서즈(Appletree Answers)라는 콜 센터가 있습니다. 이 업계엔 심각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이직률입니다. 한 명이 이직할 때마다 5,000달러의 비용이 들었으니 연매출 1,600만 달러 기업에 200만 달러짜리 비용 문제가 있는 셈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콜 센터 비즈니스에 이직이란 뿌리 박힌 문제입니다. 포기해야 할까요.

     

    애플트리 앤서즈는 드림온(Dream On)이라는 걸 해보기로 합니다. 방법은 이렇습니다. 직원들이 자신의 'dream'을 말하면 회사가 들어주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생깁니다. 한 달 동안 단 한 건의 요청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 바닥의 웬만한 콜센터를 경험해본 직원들은 은연중에 “회사에 속고 싶지 않아”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회사는 2주 더 홍보해서 겨우 첫 번째 신청을 받습니다. 내용은 이랬습니다."저는 이혼한 후 두 아이와 함께 집에서 쫓겨났고, 지금은 차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제 꿈은 아이들과 함께 살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애플트리는 그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첫 달과 마지막 달 아파트 임대료를 대신 내고, 만일 임대료가 연체될 경우 대신 내겠다는 보증을 해줍니다. 그리고 4년 간 275개의 꿈을 지원했는데요. 여기에 40만 달러가 들었다는군요. 적지 않은 비용이죠. 하지만 그 사이 애플트리의 이직률은 110%에서 30%로 떨어진 것은 물론 회사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more engaged)된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고객 불만족도 감소했습니다. 7년 연속 고성장 기업으로 선정됐고, 직원들이 유튜브에 올린 비디오는 화제를 모았죠. 그중 하나의 타이틀은 "We ♥ Our Workplace.”입니다.

     

    어느 업계나 성공방정식이 있습니다. 그것은 시장에서 증명된 최고의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어느 순간 정답처럼 수긍하고 받아들이게 되죠. 그리고 어느새 단단한 병목이 만들어집니다. 수많은 혁신이 지나간 곳에 남아 있는 혁신이란 없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경험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고객 불만은 쌓여 있고, 구태의연한 서비스가 넘쳐나죠. 여러분들마저 우리 비즈니스는 이런 것이니 사든 말든 당신이 알아서 하라고 말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요. 여러분의 비즈니스에 이런 고쳐지지 않은 관행과 고질병이 있나요. 이 병목 앞에 서서 혁신을 한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