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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글과 스타벅스의 브랜드 탄생 이야기
    2021년 FINANCE 2021. 10. 20. 23:12

    기술이 대중화되고 평준화되면 브랜드가 사용자의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될 것입니다. 브랜드는 기업 또는 제품이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가치에 대한 평판을 의미하는데요. 기업명이나 제품명은 이 브랜드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지요. 최근에는 창업이 활성화되면서 기업이나 제품의 이름을 어떻게 짓느냐가 시장의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구글의 사례처럼 기업의 비전을 기업명에 담는 경우도 있습니다. 구글의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정보를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편리하게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창업을 하는데요. 사명을 10100 제곱을 의미하는 구골 Googol로 정합니다. 하지만 사명은 구골에서 구글로 바뀌는데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창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선마이크로시스템즈의 공동 창업자이자 창업투자가인 앤디 벡톨샤임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간단한 엘리베이터 프레젠테이션을 마친 후 그 자리에서 10만 달러가 적힌 수표를 건네받습니다. 그런데 은행에서 수표를 현금화하려던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수표에 적힌 수취인이 구골 Googol이 아닌 구글 Google임을 발견하고 수표를 현금화하기 위해 사명을 구골에서 구글로 변경하죠. 앤디 벡톨샤임의 실수인지 아니면 그의 혜안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재 IT 업계를 지배하고 있는 구글의 사명은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스타벅스의 경우는 기업이 구성원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기업 문화를 사명에 담고 있는데요. 스타벅스는 소설 <모비딕>에 등장하는 고래잡이배의 일등항해사입니다. 소설 속에서 그는 늘 커피를 즐기죠. 스타벅스의 창업자 하워드 슐츠는 커피를 사랑하는 구성원, 그리고 회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일등항해사처럼 이를 잘 극복해 갈 수 있는 구성원들과 함께 일하고자 하는 바람에서 사명을 스타벅스라고 지었습니다.

     

    한편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특성을 담은 기업명도 있습니다. 2차 대전 직후 설립된 동경 통신 공업 주식회사는 1950년대 후반에 세계 최초로 포켓형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상용화하면서 사명을 소니 Sony로 변경합니다. 소니는 소누스 sonus라는 어원에서 유래된 소리라는 의미의 소닉 sonic과 젊은이를 의미하는 사니 sonny의 합성어로, 젊은이들이 소리를 즐길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또한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통해서 세계시장으로 진출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세계 각국의 어떠한 언어로 표기해도 같은 음으로 읽히는 사명을 찾고자 노력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오랜 시간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남은 브랜드들은 저 마다 철학을 담고 있으며 스토리를 기반으로 공유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높은 인지도를 통해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죠. 하지만 시장이 글로벌화되면서 이런 브랜드를 만들어 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국가와 사회 별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모두 담아내는 브랜드를 만들어 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들의 고민이 여기에 있습니다.

     

    국내 기업의 경우에도 과거에는 대부분 한문식 표기로 사명을 지었지만, 최근에는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면서 발음이 쉬운 영문식 표기로 사명을 짓거나 바꾸고 있는데요. 문제가 되는 건 중국 시장입니다. 중국에는 한자를 사용해서 브랜드를 표기하는 관례가 있는데요, 중국어로 발음했을 때 원래 브랜드와 발음이 유사하고 동시에 표기된 한자가 좋은 뜻을 담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이 많습니다.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이마트는 한자로 이마이더로 표기되는데, ‘쉽게 살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발음도 이마트와 비슷합니다. 외식업체 놀부도 발음이 비슷하며 ‘돈과 즐거움’이라는 좋은 의미를 담고 있는 러푸를 중국식 사명으로 사용하고 있죠. 하지만 비슷한 발음을 고집하다가 실패한 사례도 있습니다. 외식업체 비비큐는 발음이 비슷한 한자를 고집하다가 ‘고객을 비교한다’는 의미를 가진 비 비커라는 중국식 사명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때로는 기존의 사명과 유사한 발음을 고집하기보다는 차라리 새로운 중국식 사명으로 진출하는 것이 좋은 대안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사명을 기반으로 이미 자리 잡은 브랜드를 버리고, 새로운 사명으로 사업을 시작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겁니다. 기업들이 브랜드 혁신을 어려워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데요. 때로는 일관성을 가지고 기존의 브랜드를 통해 시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위의 사례에서 살펴봤듯이 기존의 브랜드를 지키고자 하는 노력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브랜드는 시장과의 소통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기업의 철학을 담아내지 못한 채 시장의 트렌드만을 쫓는 브랜드도 살아남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관성이 결여된 브랜드는 시장에 신뢰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회장인 찰스 홀리데이는 이런 브랜드의 특성상, 혁신에는 “두 가지 용기가 필요하다”라고 말하는데요. 바로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용기와 절대로 버리지 않는 용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브랜드는 단순히 기업의 이름, 상표가 아닙니다. 기업이 실현하고자 하는 핵심가치와 경영철학을 시장의 고객과 공유하기 위한 수단이죠. 만약 기존의 브랜드가 이것을 담아내고 있지 못하다면, 고객에게 기업의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한다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일 겁니다. 우리 기업이 어떤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지, 이 제품을 통해서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하고자 하는지를 브랜드에 담아내는 데 있어서는 절대로 버리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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