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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탈리아 파스타
    2021년 FINANCE 2021. 10. 11. 10:05

    요즘은 세계적으로 이탈리아 요리가 대세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역시 이탈리아 국수인 파스타를 먹을 기회가 많아졌는데요, 종류도 예전 고기 경단이 들어간 미트볼 스파게티에서 지금은 봉골레, 까르보나라, 세피아 등 익숙하지 않은 이탈리아 발음에 머리가 아플 정도로 다양해졌습니다.

     

    스파게티와 마카로니는 그래도 익숙한 이름이지만 라자니아, 페스투치, 라비올리 등 낯선 이름을 보면 이게 뭐가 뭔지 구분하기도 어렵습니다. 솔직히 파스타와 스파게티의 차이가 무엇인지 조차도 헷갈리는데요. 파스타는 이탈리아 국수를 통틀어 일컫는 말입니다. 스파게티, 마카로니, 라자니아 등은 특정한 국수 종류이고, 봉골레, 까르보나라 등은 면으로 만든 요리의 이름입니다. 이탈리아에는 재료와 생긴 모양에 따라 지역별로 모두 160 종류의 파스타가 있다고 합니다. 실처럼 생긴 보통 국수인 스파게티에서부터 튜브 모양의 마카로니, 그리고 리본 형태, 나비 모양은 물론이고 우리의 만두를 닮은 파스타에 이르기까지 생김새가 여러 가지입니다.

     

    그런데 이탈리아 사람들은 왜 이렇게 여러 형태의 파스타를 만들어냈을까요? 뛰어난 디자인의 나라인 만큼 예술적 감각을 살려 국수 면발에서조차 창조적 예술성을 추구했던 것일까요? 아닙니다. 파스타의 형태는 함께 먹는 소스와 어울리도록 디자인한 것이라고 합니다. 보통, 와인을 마실 때 붉은 고기에는 레드와인, 흰 살 생선에는 화이트 와인이 어울린다고 하는 것처럼 파스타의 형태에 어울리는 소스로 요리를 해야 제대로 된 맛을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전문적인 미식가가 아닌 이상 일일이 따져가며 먹을 것은 아니겠지만 이를테면 둥근 면발의 파스타에는 토마토소스, 납작한 면발에는 크림소스가 어울린다는 것입니다.

     

    파스타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스파게티입니다. 전통 국수처럼 면발이 길고 둥근 파스타로 스파게티라는 말 자체가 실 또는 끈이라는 뜻입니다. 스파게티는 토마토소스나 마늘 소스인 갈릭 오일 등 대부분의 소스가 어울립니다. 여러 가지 소스의 스파게티 중에서도 독특한 것으로 먹물 스파게티가 있습니다. 오징어 먹물을 소스로 만든 파스타인데 베네치아에서 발달한 음식입니다. 고대 로마에서부터 비롯됐다는 오징어 먹물 조리법은 시각적 효과와 함께 바다의 맛을 살리기 위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르네상스 시대, 막대한 부를 축적했던 베네치아에서 오징어 먹물을 이용해 미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동시에 시각적으로도 식욕을 돋우는 탐미적인 음식으로 발달했습니다. 참고로 이탈리아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오징어 먹물이 정력에 좋다고 믿었다는데 우리나라 동의보감에서는 가슴 통증을 치료하는데 좋다고 나옵니다.

     

    얇고 긴 튜브를 잘라 놓은 것 같은 구불구불한 모양의 마카로니는 이탈리아 통일에 기여한 국수입니다. 피렌체, 베네치아와 같은 도시국가 형태로 발달한 이탈리아의 정치적 통일은 1871년에 이뤄졌습니다. 이탈리아 통일의 주역으로 추앙받는 가리발디 장군이 1860년 나폴리를 장악하면서 이탈리아의 진정한 통일은 마카로니를 통해서 실현될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실제로도 이탈리아 국민들이 정서적으로 우리는 한나라 사람이라는 일체감을 느끼게 된 계기가 시칠리아를 중심으로 한 남부 이탈리아 음식이었던 마카로니가 전국적으로 퍼지면서부터라고 합니다. 때문에 마카로니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말로 사용됐습니다. 이탈리아 사람을 속어로 마카로니라고 했고 예전 ‘황야의 무법자’ 같은 이탈리아산 서부영화를 마카로니 웨스턴이라고 불렀습니다.

     

    까르보나라 우리나라에서 요즘 유행하는 파스타 중 하나가 까르보나라입니다.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그중 하나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양식이 귀했던 시절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우유와 계란, 베이컨으로 크림소스를 만들어 먹은 것이 시초라고 합니다. 진한 크림소스와 함께 잘게 썬 베이컨을 넣은 이 음식은 이탈리아식 ‘의정부 부대찌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까르보나라에 어울리는 국수는 작은 리본이라는 뜻의 페투치네입니다. 가늘고 둥근 스파게티와 달리 단면이 넓적한 국수로 주로 크림소스로 만든 파스타에 쓰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만두와 비슷한 모양의 파스타로 토르텔리니가 있습니다. 손톱만 한 크기지만 그 속에는 만두처럼 고기나 야채, 치즈 등이 들어있는데요. 토르텔리니는 배꼽이라는 뜻으로 15세기 이탈리아의 팜므파탈, 루크레치아의 배꼽을 닮았다고 합니다.

     

    교황 알렉산더 6세의 사생아 딸로 당시에도 소문난 미녀였던 루크레치아가 여행 도중 여관에서 하룻밤을 묵었는데 집주인이 열쇠 구멍으로 잠든 그녀의 모습을 몰래 훔쳐봤지만 배꼽만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배꼽조차 너무 아름다워 그 배꼽에 반해서 본 따 빚은 파스타가 토르텔리니라고 합니다. 끝을 말아서 붙이는 우리의 설날 만두는 돈을 닮은 모양이라고 합니다. 중국 무협영화에서 볼 수 있는 은자를 본 딴 것이라고 하는데 새해에 먹고 부자 되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비슷한 생김새의 만두지만 이탈리아 사람은 미녀의 배꼽을 연상했고 동양에서는 돈을 떠올렸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국수는 동양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탈리아에서 파스타라는 다양한 국수가 발전하게 된 것일까요? 파스타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마르코 폴로가 1298년 중국에서 돌아오면서 동양의 국수를 이탈리아에 전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파스타가 지금의 스파게티나 마카로니처럼 국수 형태로 발전한 것은 11세기 무렵입니다. 아랍을 거쳐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에서 현재와 같은 파스타로 발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대량생산이 이뤄지면서 19세기 후반 이탈리아 전국으로 퍼졌습니다. 국수의 원조를 중국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서역인 중앙아시아에서 발달한 음식이라는 견해가 유력합니다. 중앙아시아에서 비롯된 면 요리가 서쪽으로는 아랍과 그리스를 거쳐 이탈리아로, 동쪽으로는 중국에서 발전해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전해지면서 동서양 누들로드가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들어 다양한 파스타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이탈리아 국수, 파스타이지만 종류가 많은 만큼 여러 가지 에피소드와 흥미로운 역사가 깃들어 있습니다. 알아두면 파스타를 조금 더 맛있게, 그리고 재미있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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