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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D 아바타앱, 제페토
    2021년 FINANCE 2021. 10. 12. 06:14

    제페토, 익숙한 이름이죠? 예, 피노키오를 만든 할아버지의 이름입니다. 하지만 21세기의 제페토는, 나무 인형이 아니라 3D 아바타를 만듭니다.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출시 2개월 만에 글로벌 3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미국, 일본,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35개국에서 무료 다운로드 순위 1위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특히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어서, 한때 서버 접속이 어렵다는 사과문까지 올렸을 정도입니다.

     

    이 앱은 네이버 자회사인 스노에서 만들었습니다. 회사 이름과 같은 앱인 ‘스노’는 예쁜 셀피를 찍을 수 있는 앱으로 인기가 많은데요. 최근에는 증강현실이나 DSLR 효과를 비롯해 예전에는 스마트폰에서 지원하지 않으면 쓸 수 없던 기능을 스노 앱만으로 쓸 수 있게 해 줘서, 정말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제페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최신 기종 아이폰이나 갤럭시 스마트폰에서나 쓸 수 있던 ’ 나만의 3D 아바타 만들기‘ 기능을, 제페토 앱만 있으면 누구나 쓸 수 있게 해 줍니다. 만들기도 아주 쉽습니다. 앱을 설치한 다음, 회원 가입을 하고, 전면 카메라를 이용해 내 얼굴을 찍으면 됩니다. 그럼 끝입니다. 아주 쉽게, 내 얼굴을 닮은 아바타가 만들어집니다. 필요하면 머리 모양이나 얼굴 화장, 복장을 좀 바꿔주면 되고요. 굳이 비싼 스마트폰을 살 필요가 없죠.

     

    자, 그런데 이쯤에서 이런 생각이 드는 분들 계실 겁니다. 그런 기능이 있었나? 하고요. 그렇죠. 아이폰에선  애니 모티콘, 갤럭시에선 AR 이모지라고 불리는데, 쓰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결국 ’ 내 얼굴을 닮은 3D 아바타를 만드는 기능 자체는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제페토는 어떻게 그런 인기 없는 기능으로, 일본, 태국,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해답은, 만들어진 3D 아바타가 나 같지 않다-라는 점에 있었습니다. 예, 제페토로 만들어진 아바타는 실제 나보다 훨씬 귀엽고 예쁩니다. 다른 3D 아바타 기능이 많이 쓰이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었거든요. ‘나를 정말 닮은 3D 아바타 생성’ 기능에 치중하다 보니, 그렇게 만들어진 아바타를 남들에게 보여 주고 싶지 않은 겁니다. 만든 본인도 보기 싫어하는 아바타를 누가 쓰겠습니까? 반대로 제페토로 만든 아바타는 솔직히 다들 비슷해 보입니다. 별로 큰 차이가 없어요. 대신 귀엽고, 예쁘고, 어딘가 분명히 나를 닮았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나다-라고 말하고 싶어 지고, 이걸로 사진도 찍고 SNS에도 올리고 그렇게 되는 겁니다. 이게 오래전 싸이월드부터 알고 있던 아바타의 본질입니다. 물론 제페토는 단순히 3D 아바타를 만드는 앱은 아닙니다. 그랬다면 반짝 인기를 얻고 끝이었겠죠. 제페토는 만든 아바타를 이용해,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앱을 실행시키면, 자신이 만든 아바타로 꾸민 방을 볼 수 있습니다. 싸이월드 미니룸과 같은 거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배경에 있는 벽지나 가구는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것도 있지만, 게임 속 코인을 통해 사야 하거든요. 얼굴 편집을 누르면, 이렇게 만들어진 아바타를 세세하게 편집할 수 있고요. 제스처를 누르면 아바타가 취할 수 있는 여러 동작도 살 수 있습니다.

     

    게임도 아닌데, 한번 이 앱을 진짜로 가지고 놀려고 하면, 끝도 없이 가지고 놀 수 있는 거죠. 제페토의 주 사용자는 10대와 20대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앱이 제페토가 처음도 아닌데 제페토만이 이렇게 잘 나가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세계 각국의 언론은, 이 앱을 소개할 때 각자 자기 나라에서 유행했던 예전 앱이나 서비스를 언급하며, 제페토가 그때 그 앱을 떠올리게 해 준다고 합니다. 서양 쪽에선 주로 아바타를 이용한 채팅이나 가상사회 서비스가, 동양 쪽에선 한국의 싸이월드, 중국의 QQ 쇼 같은 아바타 꾸미기 서비스가 입에 올랐다는 차이는 있지만요. 그리고 또 똑같이 얘기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들을 다 합친 앱이 바로 제페토 같다고요.

     

    제페토는 완전히 새로운 앱은 아닙니다. 예전에 유행하던 앱에서 좋은 부분을 따오고, 거기에 스노 앱으로 쌓은 증강현실과 인공 지능 기술을 덧붙였죠. 그게 복잡한 것을 싫어하면서도 좀 더 예쁜 모습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지금의 문화와 맞아떨어진 겁니다. 요즘엔 인스타그램에 제페토로 찍은 사진을 올리는 사람도 많답니다. 2019년 1월 22일 기준, #zepeto 해시태그를 단 사진만 120만 장이 넘게 올라와 있었습니다. 이런 유행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시대에는 사람이 허구의 캐릭터로도 살 수 있는, 그런 플랫폼이 분명히 필요합니다. 거기에 더해 언젠가 가상현실을 즐기는 시대가 온다면, 지금 축적된 아바타는 훨씬 넓게 활용될 수도 있겠지요? 3D 아바타가 활용될, 다양한 미래가 기대됩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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