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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 글라스의 핵심 재료, 전기 변색 소자
    2021년 FINANCE 2021. 10. 14. 23:54

    날이 밝으면 창문 유리가 어두워지면서 자동으로 집안의 밝기가 유지되고, 아침에 일어나면 침대 옆 창문에 오늘의 날씨와 일정, 간단한 뉴스가 표시됩니다. 부엌으로 들어가면 투명한 냉장고 문에 남아있는 식료품의 종류와 추천 식단, 요리법이 떠오르고 욕실에서 씻는 동안 거울에는 오늘 일정에 맞는 추천 코디가 안내되지요.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으신가요?

     

    오늘은 이렇게 영화 같은 일상을 가져다줄  스마트 글라스의 핵심 재료전기 변색 소자 를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전기 변색 소자는 전류가 흐를 때 생기는 산화, 환원 반응으로 인해 색이 변하는 물질입니다. 전류가 흐르면 그 에너지를 받아 환원 반응이 일어나면서 색이 변하고, 에너지를 잃게 되면 산화 반응이 일어나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죠. 중심이 되는 물질이 무엇이냐에 따라 금속 기반과 고분자 기반으로 나뉘는데요, 물질의 종류별로 색깔 변화도 다르고 분자의 구조나 전압의 세기를 조절해서 원하는 색을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반응속도가 LCD에 비해 2배 이상 느리기 때문에 정교한 동영상 재생에는 무리가 있지만 색채가 선명하고 시야가 넓으며 소비 전력이 낮고 동작 온도 범위가 넓은 장점이 있지요. 때문에 단순한 디스플레이를 가혹 환경에서  저전력으로 오래 표시해야 하는  스마트 글라스 소재 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전기 변색 소자가 가장 먼저 적용된 곳은 자동차의  유리  거울 이었습니다. 건물의 창문이나 거울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전력 공급을 위한 장치를 별도로 설치해야 하지만 자동차의 경우 전기 장치가 기본적으로 내장되어 있어 별도의 전력 공급원 없이도 디스플레이 구동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벤츠에서는 ‘매직 스카이 컨트롤’이라는 이름으로 색상이 변하는 파노라마 선루프를 적용한 차량을 출시했고요, BMW 에서는 거울 표면에 전기 변색 소재를 적용해서 외부의 밝기에 따라 반사율을 조절할 수 있는 백미러와 사이드미러를  5 시리즈  이상의 차량에 적용 한 바 있습니다.

     

    건물의 소비 에너지 저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기 변색 소자를 건물의 유리창에 적용하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추가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에너지 소비를 최적화하고자 하는 수요가 없었지만 에너지 비용의 상승, LEED와 같은 친환경 인증 제도의 확산 등으로 에너지 제어 성능의 중요성을 느끼는 소비자가 증가한 것이죠. 한국 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전기 변색 소자를 적용한 창문은 유입되는 햇빛의 투과율을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어 냉난방 시스템 용량을 25%까지 줄일 수 있고요, 전체 에너지 소비량도 40% 이상 절감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SKC 에서는 이미 상업용 건물에 시공할 수 있는  ‘스마트 윈도 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현재까지 상용화된 전기 변색 소자 기반 스마트 글라스의 경우 물질을 유리 표면에 일정하게 코팅하여 단순 변색 기능만 구현하거나 전자시계와 같이 특정 패턴으로 인쇄해 단순한 메시지를 표시하는 데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세 패턴 인쇄를 통해 일반 LCD와 같이 화소 단위의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는 방안도 활발히 연구 중에 있지요. OLED나 UHD 등 우수한 성능의 디스플레이를 두고, 기술적 난관이 많은 전기 변색 소자 디스플레이를 개발하는 이유는 낮은 소비전력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의 배터리 때문에 고민해 보신 분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LCD 방식의 디스플레이는 소비 전력이 매우 높은데요, 자동차나 건물 창문의 경우 대면적의 디스플레이를 장시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 문제가 발생하게 되지요. 전기 변색 소자를 이용하게 되면 구동 전압이 낮아 소비 전력이 낮은 데다가, 나타난 화면을 지속하는 데에는 추가 전력이 필요하지 않아 저비용으로 대면적 디스플레이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고화소 전기 변색 디스플레이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또 하나의 분야는 바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인데요, 고분자 기반의 전기 변색 소자는 기본적으로 유연성이 높은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를 개발에 유리하죠. 국내에서는 연세대 김은경 교수팀이 7인치의 휘어지는 필름에 전기 변색 고분자를 인쇄해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개발에 성공한 바 있었고요, 덴마크 공대에서는 Roll-to-Roll 인쇄 방식을 이용한 고화소 전기변색 디스플레이 생산공정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고화소의 전기 변색 디스플레이가 일반화된다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우리 주변의 단순한 유리나 거울이 모두  스마트한 디스플레이 로 진화할 수 있을 텐데요, 다만 전기 변색 소자에 정교한 디스플레이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전기 변색 소자가 유기 용매에 녹지 않기 때문에 넓은 면적에 정교하고 일정한 패턴을 인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공정의 개발이 필요하지요. 현재까지의 성과는 어찌 보면 실험실 수준의 결과입니다. 때문에 시행착오를 거쳐 우리의 일상을 스마트하게 바꿔줄 수 있을지, 아니면 단순히 색이 변하는 유리로만 남을지, 기술의 향방을 주목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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