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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묵과 오뎅의 차이
    2021년 FINANCE 2021. 10. 11. 09:29

    여러분은  어묵과 어묵의 차이 를 아십니까? 보통 어묵은 우리말, 어묵은 일본말로 알고 있는데요, 사실 어묵과 어묵은 다른 음식입니다. 어묵은 으깬 생선살을 반죽해 튀기거나 찌거나 구운 음식이고, 어묵은 어묵을 무, 우무 등과 함께 꼬치에 꿰어 국물에 끓여 내는 요리입니다. 그러니까 어묵은 어묵의 재료로 일본말로는 가마보코라고 하고요 우리말로 어묵꼬치라고 부릅니다.

     

    어묵은 밭일을 하며 부르는 노래와 춤, 다시 말해 농악을 뜻하는 ‘뎅가꾸(田樂)’에서 비롯됐습니다. 두부와 어묵을 꼬치에 꿰어놓은 모습이 마치 일본 농부들이 풍년을 빌면서 농악에 맞추어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과 닮았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라고 하는데요. 별생각 없이 먹는 음식인 어묵에 풍년을 기원하면서 춤추는 농부의 염원이 담겨있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다소 엉뚱한 것 같기도 하지만, 가족을 배불리 먹이겠다는 농부의 심정이 엿보이는 것 같아 경건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묵은 언제부터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시작한 걸까요? 일본에서 어묵이 발달하고 퍼진 것은 임진왜란 이후의 에도시대부터라고 하는데요. 이 무렵부터 간장을 사용해 국물 맛을 내는 요리법이 발달하면서 어묵 요리법 역시 다양해졌습니다. 어묵은 두부를 꼬치에 꿰어 된장을 발라 굽는 요리법에서 시작해, 어묵과 두부, 우무 등 다양한 재료를 꽂아 굽는 음식으로 발달했고, 이후에 꼬치구이를 간장 국물에 조리거나 삶는 요리로 변했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조선시대에도 비슷한 음식이 있었습니다. 바로 연포탕입니다. 연포탕이 어떻게 어묵과 비슷하냐고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보통 연포탕 하면 맑은 육수에 산 낙지를 넣어 데쳐 먹는 낙지탕을 떠올리지만, 사실 연포탕은 두부국을 일컫는 말이었습니다. 연포라는 말 자체가 두부라는 뜻으로, 두부를 넣고 끓인 탕에 보통 소고기를 추가로 넣었는데요, 바닷가 마을에서는 소고기가 귀했기 때문에 개펄에서 쉽게 잡을 수 있는 낙지를 대신 넣었습니다. 그러다 낙지가 귀해지면서 값이 싸진 두부와 고기는 빠지고 낙지만 남아 지금은 낙지탕을 연포탕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조선시대 연포탕은 지금의 어묵꼬치 내지는 두부 꼬치와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다산 정약용은 연포탕을 이야기하면서 친구들끼리 모여 두부를 꼬치에 꽂아, 닭고기 국물에 지져 먹는다고 했습니다. 또 두부에 된장을 발라서 구워 먹었다는 기록도 보이는데 먹는 방법이나 형태가 일본의 전통 어묵과 상당히 닮았습니다.

     

    우리의 두부 꼬치인 연포탕과 일본의 두부 꼬치, 어묵꼬치인 전통 어묵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여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연포탕과 어묵, 모두 임진왜란 이후에 발달하고 유행한 음식이니 관련이 있었을 수도 있고, 혹은 양국에서 독자적으로 비슷한 음식이 발달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으깬 생선살을 꼬치에 말아서 구운 일본 어묵은 육식을 금기시했던 옛날, 사무라이들의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습니다. 그 때문인지 일본인들이 어묵을 대하는 자세는 남달랐던 것 같습니다. 사무라이의 결혼식에 도미는 행운을 부르는 생선으로, 빼놓아서는 안 되는 음식이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도미를 준비할 수 없을 때는 어묵으로 도미 모양을 만들어 놓았다고 합니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주범인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아들, 도요토미 히데요 리를 비롯해 일본 지배계층이 모두 어묵을 좋아했다고 하는데요. 옛날 일본인에게 어묵인 가마보코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고급 음식이었습니다.

     

    어묵은 일본 고유의 전통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생선살을 으깨 만드는 어묵은 다른 나라 요리에도 있습니다. 일식이 유행하면서 다양한 세계의 어묵 중에서도 일본 어묵인 가마보코가 유행한 것인데요. 어묵은 중국에서도 발달했습니다. 완즈라고 부르는 생선 완자가 바로 어묵인데요, 특히 상해와 푸젠 성, 광둥 성 등 바닷가를 끼고 있는 지역의 생선 완자 요리가 유명합니다. 우리 전라도에서 홍어 없는 잔칫상이 서운한 것처럼 중국 푸젠 성에서는 "생선 완자가 없으면 잔치가 아니다”라고 할 정도입니다.

     

    생선 완자의 탄생은 진시황과 관련이 있다는데요, 생선요리를 먹다 가시가 목에 걸리자 진시황이 요리사를 처형했는데 이렇게 죽은 사람이 여럿이었습니다. 어느 날 또 생선요리를 만들라는 주문에 담당 요리사가 두려움에 떨면서 칼등으로 도마 위의 생선을 툭툭 내리치며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보니까 생선살이 부드럽게 으깨지며 가시가 저절로 발라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생선살에 전분을 섞어 경단을 빚은 후 생선 완자탕을 만들어 올리자 진시황이 크게 기뻐하며 푸짐한 상을 내렸다고 합니다. 죽을 각오를 하면 길은 역시 열리는 법인데요, 근거 없이 떠도는 말이지만 야사에 이런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을 보면 중국인들 역시 어묵인 생선 완자를 특별한 요리로 여겼던 모양입니다.

     

    어묵이 어떻게 발달했건 이제 어묵과 어묵의 차이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한국인이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집, 거리, 식당에서 모두가 즐겨 먹는 음식이라면 어묵이 어디서 비롯됐건 이제는 우리 음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외국 음식문화를 흡수해서 우리 것으로 소화했기 때문인데요. 어묵과 어묵처럼 또 다른 문화를 흡수해서 우리 것으로 제대로 소화해 내는 것이 지금의 다문화 사회를 사는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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