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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의 유명 전통 수프
    2021년 NEW FINACE 2021. 11. 8. 11:32

    워낙 종류가 다양한 수프

    레스토랑에서 정통 코스요리를 먹을 때는 일반적으로 전채인 애피타이저 다음에, 그리고 메인 요리를 먹기 전에 스타터(starter)로 수프를 먹는데요. 평소 수프를 드실 때 어떤 종류를 선택하시나요? 사실 우리에게 익숙한 수프는 크게 크림수프와 채소 수프, 그리고 육수 종류인 콘소메 정도니까 선택의 폭이 그다지 넓지 못한데요. 알고 보면 수프는 워낙 종류가 다양하고, 나라별로도 유명한 전통 수프가 있습니다.

    나라별 전통 수프

    헝가리는 전통 수프인 굴라쉬(Goulash)가 맛있습니다. 소고기와 양파, 감자, 파프리카로 끓인 매콤한 수프인데요, 우리 입맛에도 딱 맞습니다. 옛날 헝가리 목동들이 초원에서 양을 칠 때 끓여 먹던 수프로 지금은 헝가리를 대표하는 국민 음식이 됐습니다. 러시아는 보르쉬(Borsch)가 있는데요. 역시 러시아 농민들이 먹던 수프에서 지금은 러시아 대표 수프가 됐습니다. 프랑스는 양파 수프를 빼놓을 수 없지요. 고기 국물에다 양파가 캐러멜처럼 변할 때까지 졸여서 만드는데요. 프랑스 사람들이 감기 기운이 있을 때, 숙취로 머리가 아플 때 해장음식으로 빼놓지 않습니다. 지금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양파 수프가 됐지만 양파는 유럽에서 가장 값싼 채소였던 만큼 처음에는 노동자와 농민들이 먹던 음식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독일의 경우도 역시 농민들의 음식이었던 감자 수프를 대표로 꼽습니다.

    수프가 첫 코스 요리가 된 유래

    유럽 여러 나라를 대표하는 수프는 이렇게 철저하게 서민들의 음식이었는데요. 이런 수프가 어떻게 정통 코스요리를 먹을 때 애피타이저로 입맛을 돋운 후에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하는 첫 코스 요리가 됐을까요? 농민과 목동의 음식, 서민들의 요리였던 수프를 상류층의 요리인 정통 코스요리의 스타터로 먹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후반부터인데요. 코스 요리를 먹는 식당인 레스토랑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레스토랑은 식사를 하는 곳이지요, 그런데 식당인 레스토랑의 어원이 조금 뜻밖입니다. 음식을 먹는 장소가 아니라 엉뚱하게 기운을 차리는 곳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인데요. ‘회복하다’, ‘활기를 되찾다’는 뜻의 영어 단어 Restore가 레스토랑의 어원입니다. 유럽에서는 왜 식사를 하는 곳인 식당에다 Restore라는 뜬금없는 의미를 부여해 레스토랑이라고 불렀을까요? 최초의 레스토랑은 지금의 레스토랑과는 많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레스토랑은 1766년, 프랑스 파리에 있는 현재의 루브르 박물관 부근에서 처음 문을 열었는데요. 집 떠난 여행객이 일반 식당이나 여관의 음식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아플 때, 아니면 위장이 예민한 사람들이 찾았던 곳이었습니다. 손님을 끌려고 “소화가 부담스러운 자들아, 내게로 오라. 내가 기운을 차리게 해 주리라”라는 광고 문구까지 내걸었으니 일반 식당과는 완전히 다른 차별화 전략을 썼습니다. 참고로 외식산업이 발달한 현대도 아닌, 18세기에 어떻게 요즘도 찾기 힘든 건강식 전용 식당을 개업할 생각을 했을까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당시에는 상인조합인 길드가 식당과 제과점, 정육점 등을 배타적이고 독점적으로 운영했기 때문인데요. 그 틈새에서 조합원이 아니어도 문을 열 수 있는 건강식 전용 식당이 생겨난 것입니다. 그리고 약 한 세대 후 프랑스 대혁명으로 몰락한 귀족들의 전용 요리사가 너도 나도 레스토랑을 개업했고, 이들이 건강식에 더해 귀족들이 먹던 요리를 메뉴에 추가하면서 지금의 레스토랑으로 발전하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초기 레스토랑에서 팔았다는 건강식이 무엇이었을까요? 원기 회복제인, 레스토러티브(Restorative)라는 이름의 수프였습니다. 오랜 여행에 지쳐 기력이 떨어진 사람, 아파서 음식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레스토랑에서 진하게 우려낸 고기 국물에 빵가루나 버섯, 고기와 같은 재료를 넣고 걸쭉하게 끓인 수프를 먹고는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수프의 공통점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수프가 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부분 수프가 전통적으로 아픈 몸을 낫게 해주는 힐링 푸드인 동시에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위안의 음식이라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예전 미국에서는 몸이 아플 때면 진한 닭고기 육수에 마카로니 국수를 넣고 끓인 치킨 누들 수프를 먹었습니다. 지금도 중년 미국인들 중에는 추운 날씨에 감기 몸살에 걸렸을 때 감기약 대신 할머니가 끓여 주신 치킨 누들 수프를 먹고 나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콩나물국에 고춧가루 풀어서 먹었던 우리와 비슷한데요. 여러분은 주로 언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시나요?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생활이지만 가끔씩은 레스토랑이라는 어원 뜻 그대로, 편안한 사람들과 여유 있게 식사하면서 일상에 지친 심신을 달래 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이왕이면 영혼을 달래주는 따뜻한 수프 한 그릇도 빼놓지 마시기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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