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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 전통음식, 코코뱅(coqauvin)
    2021년 NEW FINACE 2021. 11. 8. 11:03

    코코뱅의 맛과 유래

    하루 종일 와인에 재어 놓은 닭고기에 채소를 듬뿍 넣고, 다시 와인으로 졸여서 만드는 프랑스 전통 음식, 코코뱅(coq au vin)을 드셔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이름은 얼핏 들어는 봤어도 프랑스 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비교적 낯선 요리인데요, 쉽게 말해 안동 찜닭 하고 비슷한 음식입니다. 안동 찜닭은 닭고기에다 채소와 당면을 넣고 간장으로 졸여서 만들지만, 코코뱅은 와인으로 졸이는 것이 차이지요. 코크(coq)는 프랑스 말로 수탉, 뱅(vin)은 와인, 코코뱅은 말 그대로 ‘와인 속의 수탉’이라는 뜻인데요. 포도주의 붉은 빛이 감돌면서 향기까지 짙게 배인 코코뱅은 입맛을 돋울 뿐만 아니라, 프랑스 요리의 품격까지도 함께 맛볼 수 있습니다. 코코뱅은 어떻게 만들어진 음식일까요? 와인 속에 빠진 수탉 요리는 프랑스에서도 와인 생산지로 유명한 중부의 부르고뉴 지방에서 발달했습니다. 이곳은 최고급 와인으로 꼽히는 로마네 콩티가 나오는 고장이지요. 그런 만큼 포도주가 물보다도 흔하다는 지방인데요. 그러다 보니 물에다 값비싼 향신료를 비롯해 갖은양념을 넣어 육수를 끓이는 것보다 차고 넘치는 포도주로 음식을 만드는 것이 훨씬 비용이 적게 들었습니다. 그렇더라도 왜 하필 수탉으로 요리했을까요? 닭고기는 원래 부드럽고 연한 영계나 암탉이 맛있습니다. 수탉이나 늙은 노계는 고기가 질겨서 씹기조차 만만치 않지요. 그럼에도 코코뱅을 수탉으로 요리했던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코코뱅의 재료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중세시대까지만 해도 닭고기를 거의 먹지 않았는데요. 닭은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입니다. 때문에 아시아에서는 만 년 전의 먼 옛날부터 닭을 식용으로 키웠지만 유럽은 달랐습니다. 페르시아를 거쳐 유럽에 닭이 처음 전해진 시기도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였고요. 중세까지만 해도 고기보다는 주로 알을 얻기 위해 닭을 사육했습니다. 때문에 알을 낳는 씨암탉은 먹을 수가 없었고 닭을 키우는 농민들도 수탉이나 더 이상 알을 낳지 못하는 노계만을 겨우 먹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중세 유럽의 귀족들은 닭고기를 별로 즐기지 않았는데요. 이들은 주로 무엇을 먹었을까요? 대부분 백조나 공작과 같은 커다란 야생 조류나 거위, 기러기를 사냥해 식탁에 올렸습니다. 지금도 서양의 식탁과 문화 곳곳에서 옛날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미국 추수감사절에 치킨 대신 칠면조를 요리하는 이유, 스크루지 영감이 나오는 소설 [크리스마스 캐롤]에서 성탄절 만찬 요리로 거위 구이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러고 보면 프랑스 찜닭 코코뱅은 옛날 기준으로는 최악의 재료들만 모아서 만든 음식이었습니다. 맹물보다도 흔했다는 와인, 귀족은 거들떠보지도 않던 수탉 이외에도 들어가는 재료가 돼지비계와 통 양파, 마늘과 월계수 잎사귀 정도인데요. 모두 당시 농민들이 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었습니다.

    프랑스 국민 음식이 된 코코뱅

    이런 코코뱅이 프랑스에서 국민 음식으로 널리 퍼지게 된 데는 부르봉 왕가의 문을 연 앙리 4세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중세가 끝날 무렵인 당시 프랑스는 오랜 세월, 종교전쟁으로 인해 나라가 있는 대로 황폐해졌는데요. 이때 신교와 구교의 화해를 유도해 전쟁을 마무리 지은 앙리 4세가 굶주린 백성들에게 약속했습니다. “모든 국민들이 일요일마다 닭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이때까지만 해도 닭고기는 가난한 농민의 음식이었습니다. 그러니 앙리 4세가 약속했던 것은 풍요로운 식탁이 아니었습니다. 국민들이 최소한 굶주림에서는 벗어나도록 만들겠다는 희망을 제시했던 것이지요. 앙리 4세가 약속을 실천한 것인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실제로 프랑스에서 닭 사육이 늘어난 것이 17세기 무렵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보다 쉽게 닭고기를 먹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면서 코코뱅이 전국적으로 널리 퍼졌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코코뱅이 중산층의 명절 음식, 나아가 프랑스 정통 요리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요? 무엇보다도 늙은 수탉과 값싼 와인으로 맛있는 일요일 저녁 요리를 만든 프랑스 어머니의 손맛과 가족사랑을 빼놓을 수 없겠지요. 여기에 살림 형편이 나아지면서 부드러운 영계와 최고급 와인으로 요리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그래서 흔히 프랑스 찜닭, 코코뱅을 늙은 수탉과 값싼 와인을 결합한, 발상의 전환이 만든 기적의 요리라고 하는데요. 가장 별 볼일 없는 최악의 재료 두 가지를 가지고 만들어 낸 최선의 요리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프랑스 찜닭이 됐건 한국 찜닭이 됐건 코코뱅 같은 요리를 앞에 두고는 가끔씩 어머니를 생각하게 됩니다. 부족한 살림에 이것저것 재료를 모아 자식들에게 먹일 맛있는 음식을 뚝딱 만들어냈던 어머니의 손맛이 그립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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