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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토스
    2021년 FINANCE 2021. 10. 15. 23:43

     

    몇 년 전 전자상가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는데, 옆에 서 있던 20대 여성이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상인이 카드 결제가 안 된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현금을 안 들고 다닌다면서 잠깐 고민하더니, 혹시 계좌이체는 안되냐고 묻더군요. 상인이 된다고 하자, 이렇게 말합니다. “그럼 지금 토스해 드릴게요’. 귀가 번쩍 뜨이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신용카드를 즐겨 쓰는 시대에, 송금을 편하게 해 준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20대 여성이 당연한 듯 ‘토스해 드릴게요’라고 말하는 앱이라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그건 제가 모르는 어디선가, 이미 트렌드로 떠올랐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토스, 과연 어떤 앱이길래 20대에게 이렇게 환영을 받았을까요? 토스는 비바리 퍼플 리카에서  2015년 2월에 내놓은 핀테크 앱입니다. 2019년 7월 기준, 가입자는 1300만 명이고, 앱 다운로드는 3000만 건이 넘습니다. 누적 송금액은 49조 원이고, 월 송금액은 4조 원 정도 된다고 합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2018년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 중 28위로 선정되었고, 기업가치 2조가 넘는 유니콘 기업이기도 합니다. 2019년 7월 기준 한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금융 앱이기도 하지요.

     

    경쟁 핀테크 앱인 카카오 페이와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조금 밀리기는 합니다. 2018년 11월 기준 카카오페이 매출은 약 695억 원, 토스는 약 548억 원 입니다. 다만 같은 해 기준 카카오페이 이용자는 약 1200만 명 2018년 11월 콘퍼런스 콜에서 밝힌 내용이고 토스는 1000만 명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용자 충성도는 토스 쪽이 더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카카오페이는 결제 서비스, 토스는 송금 서비스로 시작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토스의 핵심 기능은 간편 송금입니다. 불편한 공인인증서나 보안카드 등이 없어도, 상대방 계좌번호를 몰라도, 휴대폰 번호만 알면 송금할 수 있습니다. 앱을 실행하면, 바로 송금할 수 있는 화면이 뜹니다. 먼저 보낼 금액을 입력하고, 이 돈이 더치페이할 돈인지 송금할 돈인지 선택해야 하는데요. 보내기를 누르면 받는 사람 계좌번호나 연락처를 입력하라고 뜹니다. 여기서 전화번호를 입력할 경우, 받을 사람 실명을 입력하고, 보내기 버튼을 누르고 지문이나 비밀번호로 확인하면 끝입니다. 간단하죠? 현재 송금 수수료는 계좌로 보내면 월 10회까지, 연락처 송금 등은 무제한 무료입니다.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토스가 인기를 얻으면서 여러 가지 기능이 많이 추가됐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은행 계좌부터 신용카드 사용금액, 토스 앱을 이용해 P2P 투자한 금액, 대출, 신용등급, 자동차 중고 시세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개인 금융 플랫폼으로 쓸 수 있는 겁니다. 덧붙이자면 토스가 거두는 수익도 대부분 여기서 발생합니다. 신용카드 발급이나 대출, 투자를 중계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거죠.

     

    투자를 누르면 내 투자 현황을 볼 수 있고, 투자 가능한 상품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외 주식이나 펀드 소액 투자, 부동산 소액 투자도 가능합니다. 하나의 앱에서, 이게 다 되는 겁니다. 가운데에 있는 타임라인을 보면 신용카드 사용액 및 은행 계좌 입금액 등이 시간 순서대로 보이고, 위에 달력을 클릭하면 일자별 사용액을 볼 수가 있기에 개인 현금 흐름을 한눈에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개설을 누르면 간단하게 적금 통장을 만들거나, 대출을 비교하거나, 보험에 가입할 수도 있습니다.

     

    누구나 신용카드를 쓰는 시대에, 간편 송금 서비스가 어떻게 성공했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토스는 신용카드가 널리 퍼졌기 때문에 성공했습니다. 현금 안 쓰는 사회에서, 더치페이나 현금결제처럼 가끔 현금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을 토스 간편 송금이 매끄럽게 메꿔준 겁니다. 그것도 무료로 말이죠. 토스는 송금만 편한 것도 아닙니다. 토스를 이용하면 어렵게만 생각했던 금융 상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 토스가 가진 여러 기능의 핵심이 있습니다. ‘간편함’. 그동안 모두가 신경 쓰지 않았던 불편함을 걷어내는 일. 인터넷 시대 사업이 시간과 공간이라는 한계를 지웠다면, 모바일 시대 앱들은 그 서비스를 쓰면서 느꼈던 불편함을 지웁니다. 쇼핑할 때의 불편함을, 송금할 때의 불편함을, 투자할 때의 불편함을, 대출을 받고 자산관리할 때의 불편함을 지워 매끈하게 만들고, 쓰기 쉽게 만들어서 더 많은 이용자를 끌어들입니다.

     

    물론 운도 좋았습니다. 아시다시피 금융 쪽 사업은 보수적이어서, 스타트업이 쉽게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규제도 많죠. 그때 ‘천송이 코트 대란’이 터집니다. 2014년 큰 인기를 끈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여자 주인공이 입었던 코트를 사려던 중국인들이, 액티브X와 공인인증서 때문에 살 수 없었던 겁니다. 이 때문에 공인인증서 사용 강제규정이 사라졌고, 핀테크 바람이 불기 시작했으며, 당시 관련 회의에 참석했던 비바리퍼블리카는 은행의 협조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밖에도 토스가 성공한 이유는 많습니다. 보안이 매우 뛰어나서 믿음을 준 것도 있고, 인재영입을 위해서도 많이 노력하고 있죠. 전 누가 토스가 어떤 앱이냐고 묻는다면, 핀테크의 아마존이라고 대답할 겁니다. 원클릭 같은 혁신적 기법으로 온라인 구매를 간편하게 만들고, 책으로 시작해 온갖 상품을 다 파는 기업으로 성장한 아마존 말이죠. 토스와 아마존은 둘 다, 고객이 불편하게 여기는 과정을 갈아서 매끈하게 만든 다음, 다른 상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서 성공한 기업이니까요. 오늘은 우리 고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가 어떤 것이고, 그걸 어떻게 매끈하게 만들지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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