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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록체인 게임, 크립토 키티
    2021년 NEW FINACE 2021. 10. 15. 23:11

    2017년 말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큰 인기를 끌었던 블록체인 게임이 있습니다. 크립토 키티라고 하죠. 어떤 게임이냐고요? 간단히 말하면 고양이를 수집해서 사고파는 게임입니다. 시작할 때 고양이를 한 마리 사서 다른 고양이랑 교배를 시킨 다음 새끼를 낳으면 다시 파는 거죠. 고양이는 하나하나 모두 다릅니다. 귀한 애들도 있고 못난 애들도 있죠. 당연히 귀한 애들은 비싸고 못난 애들은 쌉니다. 그렇게 교배와 판매를 반복하면서 돈을 버는 게임입니다. 굉장히 간단하지만, 한때 꽤 많은 사람이 즐겼습니다. 처음엔 해당 네트워크에 과부하를 일으킬 정도였다고 하죠. 가장 비싼 고양이는 무려 11만 달러에 팔렸습니다. 1억 2천만 원이 넘는 돈이죠. 지금까지 거래된 고양이만 32만 마리가 넘습니다. 거래된 금액을 다 합하면 2528만 달러에 달합니다. 한때 이용자 숫자는 6만 명에 달했고, 개발사인 ‘액시엄 젠’은 1200만 달러를 투자받기도 했죠.

     

    왜 이렇게 인기를 끌었을까요? 먼저 블록체인에서 만들어지는 코인의 가치를 다르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크립토 키티의 아이디어는 간단합니다. 블록체인에서 만들어지던 모두 똑같이 생긴 ‘코인’을, 모두 다르게 생긴 고양이라는 ‘아이템’으로 바꾼 겁니다. 그 아이템에 인위적으로 차별적인 가치를 부여해서, 수집욕을 자극했죠. 더 귀한 고양이를 만들어내면, 더 비싸게 팔 수 있으니까요. 다른 하나는 쉬웠다는 겁니다. 블록체인과 암호 화폐란 말을 쓰지 않아도,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거든요. 하기 전에 이런저런 작업을 좀 해줘야 하긴 하지만, 가상화폐 이더를 가지고 있다면 바로 즐길 수 있습니다. 덕분에 크립토 키티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기반의 첫 번째 히트 게임이 됐습니다.

     

    크립토키티는크립토 키티는 블록체인 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암호 화폐나 이를 이용한 투자받기(ICO)가 블록체인 활용 사례 대부분인 상황에서, 개인 소유의 디지털 콘텐츠를 거래하는 시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했거든요. 이 성공은 앞으로 게임 아이템 등을 거래하는 플랫폼으로 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고유 번호를 가진 명품을 거래하는 시장을 만들 수도 있고요. 지금까지 가상 아이템 거래는 아주 약한 신뢰에 기반을 두고 있어서 사기 범죄도 자주 일어나고, 법으로 보호받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그 시장이, 신뢰도 높은 시장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만들어진 겁니다. 수수료를 받는 중계 산업이 성장할 가능성도 보여줬습니다. 크립토 키티를 만든 제작사의 수익이 바로, 한정판 고양이 판매와 고양이 거래에서 받게 되는 수수료 3.75%였거든요. 가상 아이템을 ‘대여’할 수도 있게 됩니다. 아이템 하나하나가 모두 고유 번호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크립토 키티는 정말, 블록체인이 활용될 수 있는 큰 문을 하나 열어준 셈이죠.

     

    안타깝지만 이 이야기의 끝은 아름답지는 않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크립토키티가 성공하자 이 게임을 모방한 수많은 아류작이 만들어졌습니다. 성공한 것은 하나도 없었죠. 크립토 키티 열풍도 금방 사그라듭니다. 고양이 가격도 추락했고, 거래 규모 및 거래액, 이용자 수도 급감했습니다. 전성기에 비해 1/10 이하로 작아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왜냐고요? 게임이 재미가 없었거든요. 정말 너무 단순했습니다. 게다가 뭐 하나 하려고 해도 수수료를 내야 했습니다. 고양이를 보려고 해도 돈, 사려고 해도 돈, 교배하려고 해도 돈, 판매하려고 해도 돈... 가볍게 즐기기에는 부담이 컸죠. 크립토 키티가 빠르게 성공한 이유가 빠르게 실패한 이유가 돼버린 셈입니다.

     

    솔직히 말해 크립토 키티는 ‘새로워서’ 성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게 전부였죠. 하지만 이 망한 게임은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첫째, 기술이 제대로 쓰이기 위해선 기술이 보이지 않아야 합니다. 크립토키티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블록체인이나 가상화폐를 잘 몰라도 즐길 수 있을 만큼 쉬웠습니다. 둘째, 기술로 만들어진 제품이나 서비스는, 그 자체에 충실해야 합니다. 게임은 재미있어야 하고, 금융 거래라면 빠르고 안전하게 처리되어야겠죠. 블록체인은 사용자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편리하고 안전한 거래 환경을 만들어 줄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기반기술에 불과하니까요.

     

    블록체인은 지금도 계속 발전하고 있는 중입니다. 점점 더 안전하고, 빠르고, 쓰기 쉬워지고 있습니다. 크립토키티의크립토 키티의 수수료 문제는 기술 발전과 함께 해결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기존 블록체인의 단점을 보완했다고 주장하는 3세대, 4세대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나오고 있죠. 낮은 게임성을 대신할 다양한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특성을 게임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게임에 편의성을 더하는 형태로 쓰는 거죠. 예를 들어 ‘스페이스 파이어릿’ 게임즈는 자사가 개발하는 ‘에이지 오브 러스트’에 블록체인 기반으로 아이템을 대여해 줄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제작사는 아이템 대여 시 발생하는 수수료로 수익을 올리게 됩니다. 크립토 키티의 ‘판매’를 조건을 조금 바꿔서 ‘대여’로 쓰는 셈입니다. 만약 ‘포켓몬 고’ 같은 게임에 블록체인이 결합되면 어떨까요? 지금이야 모든 게임에 공통적으로 통용되는 코인, 중계자 없이 게임이나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 게임만 해도 코인을 버는 보상 체계 밖에 생각나지 않지만, 앞으로는 진짜 세상처럼 경제 활동이 돌아가는 가상 세계가 태어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만들어지는 암호화폐에만 주로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도 분명히 있습니다. 갈 길을 알 수 없다면, 끊임없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읽어내는 수 밖에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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