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채팅형 소설을 모아놓은 앱
    2021년 FINANCE 2021. 10. 15. 22:20

    챗 픽션(Chat Fiction)이라는 말, 혹시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우리나라에선 주로 채팅형 소설이라고 부르는데요. 문자나 메신저 앱으로 대화하는 형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소설을 말합니다. 채팅형 소설이라고 하면 낯설어도, 평소 온라인 콘텐츠를 많이 접하신 분이라면, 톡 썰이라고 불리는 콘텐츠는 몇 번 보셨을 겁니다. 카카오톡 대화 형태로,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올 법한 가십이라거나, 웃긴 이야기 등을 보여주는 거죠. 누가 한 이야기, 이런 식으로요. 그런 것이 바로 챗 픽션입니다. 드라마 대본처럼, 문장으로 전하던 이야기를 대화로 바꿔놓은 겁니다.

     

    오늘 이야기할 채티는, 이 채팅형 소설을 모아놓은 앱입니다. 아이네블루메에서 2018년에 출시했고, 현재 누적 사용자 수는 220만, 활성 작품 수는 29만 개에 달합니다. 틱톡과 마찬가지로 Z세대의 취향 저격 앱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실제로 이용자의 80% 정도가 10대라고 합니다. 주된 콘텐츠는 로맨스와 미스터리, 공포 등의 장르고요. 챗 픽션을 읽을 수도 있지만, 채티 스튜디오를 이용하면 직접 챗 픽션을 쓸 수도 있습니다. 가능성을 인정받아 2019년에는 25억 원을 투자받기도 했습니다.

     

    채티는, 왜 Z세대에게 이렇게 큰 인기를 끌고 있을까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먼저 어떤 앱인지 한번 보시는 게 좋겠죠? 채티 앱을 실행하면, 추천 콘텐츠로 시작되는 홈 화면을 보실 수 있습니다. 밑으로 내리면 베스트 및 추천 작품 목록을 볼 수가 있고요. 여기 채티 프리미엄이라 불리는 곳은 일반인이 아니라, 전문 작가들의 글을 담고 있습니다. 그 밑에 있는 탭툰은 웹툰과 채팅형 소설을 합친 작품인데요. 소리와 그림이 함께 나와서, 공포감을 배가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내려가 보면 실시간 순위와 오늘의 응원왕, 응원차트를 보실 수 있는데요. 작가들에게유료로 후원을 하면 표시되는 랭킹으로, 이런 후원과 정기 구독, 개별 콘텐츠 과금이 채티의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밑에 오리지널 탭을 터치하면 아까 말한 대로 채티의 심사를 거친 오리지널 작품을 모아서 볼 수가 있는데요. 보시면 주된 장르가 로맨스, 무서운 이야기란 걸 아실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십대들이 좋아하고, 많이 쓰는 이야기가  이런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데요. 어떤 이야기인지, 잠깐 볼까요? 콘텐츠를 클릭하면, 콘텐츠 소개 페이지가 먼저 뜹니다. 어떤 콘텐츠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빈 화면이 뜹니다. 한번 터치를 해볼까요? 말풍선이 뜨는 것 보이시죠? 중간에 뜨는 건 일종의 효과음이나 장면 설명이고요. 이런 식으로 카톡 대화를 하듯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챗 픽션의 특징입니다. 중간에 사진이나 영상을 넣어서 보여주기도 합니다.

     

    단순히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채팅형 소설을 쓰실 수도 있습니다. 작품 생성을 위해선, 일단 기본 정보를 넣어줘야 하는데요. 설정을 입력하고, 새로운 회차 쓰기를 누르면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의외로 쉽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서 놀랐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확실히 콘텐츠를 만들기 쉬운 방법이긴 합니다. 채팅형이란 형식이, 결국 누가 뭔가를 입으로 말해주는 형태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친숙한 챗 픽션이지만, 그걸 모을 생각을 한 건, 2015년에 나온 훅트가 처음이었습니다. 이 앱은 소설을 쓴 경험이 있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만들었는데요. 이들은 페이스북 광고를 이용해,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해서 소설을 읽을 때, 어떤 형식과 길이를 갖춘 내용을 선호하는지 테스트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얻은 결과가 문자 메시지 형태로 보이고, 약 1,300단어 정도로 구성된, 한편을 2분 정도면 읽을 수 있는 소설 형식이었습니다. 데이터에 근거한 분석 덕분이었을까요? 훅트는 대박이 나게 됩니다. 당시에는 아마존 킨들을 제칠 정도로큰 인기를 얻었는데요. 그러자 2017년 즈음 얀(YARN)이나 왓패드에서 개발한 탭(Tab) 같은 경쟁 앱이 출시됐고요.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앱이 연이어 나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채티가, 일본에선 벌룬(Balloon)이나 텔러(Teller) 같은 앱이 선보였죠. 그렇게 천천히 독자를 늘려가다가, 2020년 코로나19 전염병으로 인해 록다운이 된 지역을 중심으로, 이용자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훅트의 경쟁 앱인 얀에서 공개한 내용을 보면, 미국에서 록다운이 시작된 3월에 접속자는 200% 늘었고, 콘텐츠 소비는 30% 늘었다고 합니다. 유료 가입자는 전년 대비 97%, 새로 앱을 내려받는 사람은 전년 대비 230%까지 점프했습니다.

     

    단순히 챗 픽션만 늘어난 것도 아닙니다. 훅트를 통해 채팅형 콘텐츠가 인기를 끌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자 다양한 내용을 담은 채팅형 콘텐츠가 나왔습니다. 중앙일보에서 만든 썰리 같은, 뉴스 해설을 해주는 채팅형 서비스가 대표적이죠. 최근에는 터치할 필요 없이, 아예 영상 형식으로 챗 픽션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마블처럼 인기 캐릭터를 가진 회사와 협업을 하거나, 넷플릭스에서 만든 밴더스내치처럼 아예 게임형 콘텐츠로 만들기도 하죠. 이젠 장편 챗 픽션도 나옵니다. 영상과 소리를 이용해 인터랙티브 하게 소통할 수 있는 것은 물론입니다. 다만 내용을 보자면, 아직 십대 문화를 벗어나진 못했습니다. 흔히 영어덜트라 불리는 청소년 대상 소설과 비슷합니다. 조금 야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잔인하기도 하고 그렇죠. 특히 이용자가 직접 작성한 챗 픽션이 그런데요. 기존 연예인 캐릭터를 이용한 동인지 같은 작품이 많이 눈에 띕니다. 솔직히 부모님이 좋아할 만한 내용은 아니죠. 그런 면이 아쉽기는 하지만, 가능성은 여전히 크게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2019년 개봉한 영화 ‘애프터’는, 아마추어이던 작가가 스마트폰으로 써서 올린 소설이 원작이니까 말입니다. 카카오도 그런 가능성을 보고, 채팅형 소설 플랫폼을 오픈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정리하면, 채팅형 소설 앱은 예전부터 있던 형식을, 새로운 독자에게 맞는 새로운 형태로 단장하고, 스마트폰 시대에 맞는 플랫폼으로 만들어서, 성공한 셈입니다. 평범한 아이디어를 가꿔서, 과감하게 도전했죠. 우리가 아직 몰라본 평범한 아이디어는 없을까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