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모바일 결제

중국에 방문했다가 재미있는 경험을 했습니다. 택시비를 낼 현금이 모자라서 혹시 위챗 페이로 결제되는지 물었더니, 택시 기사님이 당연하다는 듯이 A4 사이즈 종이에 QR 코드를 출력해서 코팅한 종이를 보여주더군요. 중국에서는 택시 요금을 모바일 결제로 지불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택시 기사님조차 쉽게 사용할 정도로 위챗 페이 같은 모바일 결제가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한국이나 미국, 일본에서도 안 되는 일들이 여기서는 되는 거죠. 중국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된 이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가 이 모바일 페이 대중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제 중국 친구는 저에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게 뭐가 신기하냐고. 이젠 너무 익숙해져서, 원래부터 그러려니 하고 생각하는 거죠.

 

위챗 페이는 중국의 국민 메신저 위챗을 깔면 쓸 수 있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입니다. 위챗은 중국의 카카오톡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위챗의 모 회사인 텐센트에서 발표한 2017년 1/4분기 연간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월간 사용자 숫자만 무려 9억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하죠? 그리고 이 위챗을 깔면, 위챗 페이를 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카카오 페이는 잘 안됐는데, 위챗 페이는 크게 성공했을까요? 위챗만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시작할 때부터 수 억 명의 사용자를 가지고 시작하는 셈이죠. 또한 알리 페이가 미리 판을 깔아줬다는 것. 중국인들이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 줬다는 것이 실제 성공요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알리페이는 중국 최대의 전자 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에서 만든 전자 결제 시스템입니다. 처음엔 사용자들이 온라인 거래를 할 때, 사기 당하지 않고 거래하기 위해, 돈을 중간에서 보관하던 제삼자 결제 시스템이었는데요. 스마트폰 보급 이후 오프라인에서도 결제가 가능한 전자 지갑 시스템으로 진화하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이 참 재미있는데요. 한국과는 다르게, 알리페이는 중국 소비자들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은 가짜 돈이 워낙 많아서 돈거래를 할 때마다 일일이 위폐를 확인하던 문화가 있었는데요. 알리페이를 쓰게 되면서 이런 위폐 문제가 해결됩니다. 또 예전에는 중국은행들이 높은 대출 금리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겐 이자를 낮게 주던 문제가 있었는데요. 알리페이에서 가입할 수 있었던 펀드 상품은 꽤 높은 금리를 줬기에 사람들이 앞다퉈 가입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성장하면서 공과금 납부나, 개인 간 송금도 간편하게 해결됐고, 가게 카운터 앞에 길게 줄 서던 일도 확 줄어들었죠. 위챗페이는 여기에 몇 가지 더 나은 장점을 내세우면서 슬쩍 올라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은 알리페이가 위협을 느낄 정도로 성장했지만요.

 

한편 바코드를 대신하기 위해 태어난 QR 코드를 결제용 코드로 사용했던 것도 신선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예전에 QR코드를 이용한 여러 서비스들이 출시됐었는데요. 앱을 실행시켜서 QR코드를 카메라로 찍어야 한다는 점이 불편하다고들 했거든요. 그런데 중국에서는 결제를 하기 전에 지갑을 꺼내는 것보다 스마트폰이 더 편했습니다. 스마트폰은 언제든지 손에 들려있으니까요. 판매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기기를 비싸게 따로 설치할 필요 없이, QR코드 하나만 뽑아서 붙이면 거래가 해결되니까요. 형식적으로 따지면 고객에게 계좌번호를 알려주고 현금으로 구매 금액을 이체받는 것과 같은 건데, 이런 과정이 굉장히 빠르고 편해진 겁니다.

 

이제 알리 페이와 위챗 페이는 단순한 모바일 결제 수단이 아닙니다. 오프라인 결제는 기본이고, 영화표 예매를 하거나 택시도 부를 수 있고요. 철도 같은 대중교통편을 예매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위챗 안에 있는 카카오스토리와 비슷한 기능인 ‘모멘트’를 사용해 개인 장사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른 서비스와 연동해 쇼핑을 하거나, 공유 자전거를 빌리거나, 호텔을 잡을 수도 있고요. 다 할 수 있는 거죠. 이렇게 사용하는 금액이 얼마나 될까요? 최근 UN에서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디지털 결제 시장 규모는 약 2조 9천억달러이며, 그중 알리페이와 위챗 페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이른다고 합니다. 우리 돈으로 약 3300조 원에 달합니다.

 

알리페이와 위챗 페이는 이제 모바일 결제 다음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알리바바 같은 경우엔 실명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비즈니스 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개인 신용 정보를 평가한다거나, 다양한 펀드 상품에 대한 투자를 권유할 수 있습니다. 판매자 같은 경우 내 물건을 주로 누가 사가는 지 같은 세세한 고객 데이터를 볼 수가 있고요. 반면 위챗 페이는 위챗을 기반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다양한 프로모션이 가능한 플랫폼이 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치킨집에서 위챗 페이로 치킨을 결제했더니, 바로 위챗으로 그 치킨집의 감사 메시지와 쿠폰이 날아오는 식입니다. 알리페이는 내가 뭔가를 하겠다는 느낌이라면, 위챗페이는 나를 이용해서 뭔가를 하세요라는 느낌이죠.

 

최근 한국에서도 삼성 페이처럼, 모바일 페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여러 가지 많은 서비스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굉장히 중요한 것을 하나 놓치고 있죠. 바로 이 질문인데요. 왜 모바일 페이가 필요할까요? 알리 페이와 위챗 페이는 중국인들이 불편하게 여겼던 문제를 해결해 줬습니다. 편하고 쉽고 안전하게 만들어 줬죠. 더 많은 돈을 벌게 해주기도 했고요. 판매자에게도 더 많은 손님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죠. 그런데 우리는?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면, 한국 모바일 페이는 신용카드를 이길 수 없을 겁니다. 꼭 모바일 페이가 아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내 사업이 왜 필요한 지를 묻는 것. 그 질문이 얼마나 중요한지, 중국 모바일 페이의 성공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