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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쉬운 중고거래 앱, 당근
    2021년 FINANCE 2021. 10. 15. 22:01

    당근 마켓은 누구나 쉽게 중고 물건을 거래할 수 있는 중고거래 앱인데요. 누적 다운로드 수가 2천만 번이 넘었고, 월 순 방문자 수가 천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방문자가 천만 명이 넘는 국내 서비스는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 민족 정도밖에 없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대단하죠?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처음부터 인기가 있었던 앱은 아니라는 겁니다.

     

    당근 마켓이 2015년에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월 방문자수가 50만 명을 넘은 건 2017년 12월부터입니다. 그 후로도 폭발적으로 늘지는 않았습니다. 이 앱이 지역 기반이다 보니, 지역 사정에 따라 잘 되는 지역은 잘 되는데, 안되는 지역에선 또 많이 쓰이지 않았거든요. 서비스 지역도 일부였고요. 그런데 2020년 초 코로나19가 닥치면서, 집안 정리를 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마침 몇 년 전부터 미니멀리스트 트렌드도 확산하고 있었죠. 이때 당근 마켓은 입소문을 타게 됩니다. 여기에 올리면 물건이 잘 팔린다, 당근마켓에 가면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다, 뭐 이런 소문이요. 이때부터 당근 마켓은 쫙- 로켓처럼 인기를 얻기 시작합니다. 2019년 5월에는 누적 다운로드 600만, 월 방문자 250만 명이었는데, 2020년 6월에는 누적 다운로드 2천만을 돌파하고, 월 방문자도 800만 명이 넘은 겁니다. 물 만났을 때, 굉장히 노를 잘 저은 거죠. 하지만 아무리 마케팅을 잘하고 노를 열심히 저어도, 앱이나 서비스가 엉망이면 이만큼 사랑받지는 못했겠죠? 대체 어떤 앱이길래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지, 차근차근 한번 보여 드리겠습니다.

     

    당근마켓 앱을 실행하면, 처음엔 중고거래 화면이 뜹니다. 중고 마켓답게, 지금 내가 있는 지역에 올라와 있는 다양한 물건들을 볼 수가 있는데요. 당근마켓에선 스마트폰에 들어있는 GPS를 이용해서 자신의 동네를 인증해야 쓸 수 있습니다. 집 주변 6km 이내에서 팔고 있는 물건만 보여주기 때문인데요. 당근마켓이라는 이름이 ‘당신 근처의 마켓’의 줄임말에서 왔다는 것에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검색 아이콘을 누르면 직접 검색을 하거나, 카테고리별로 분류해서 보거나, 인기 검색어나 인기 매물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 취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해 주기도 합니다.

     

    당근마켓 앱에서 중고거래만큼이나 중요한 기능이 있습니다. 바로 이 ‘동네 생활’인데요. 여긴 정말 다양한 질문과 이야기가 올라옵니다. 보시는 것처럼 동네 업체를 소개해주기도 하고, 동네에 관한 다양한 정보나 질의응답을 볼 수도 있습니다. 남이 써준 이야기를 그저 읽기만 하는 게 소극적으로 여겨진다면, 하단에 있는 내 근처 메뉴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웃 추천 가게부터 시작해서 내가 필요로 하는 여러 가게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글쓰기를 터치하면, 중고 거래 글을 쓰거나 동네 관련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중고 거래 글을 쓴다고 하면요. 여기서 사진을 지정하고, 제목을 적고, 카테고리를 정한 다음 가격과 소개 글을 쓰면 끝입니다. 채팅은 이용자가 물건을 사거나, 팔 때 상대방과 이야기할 수 있는 메뉴입니다. 채팅을 통해 서로 실명을 공개하거나 전화번호를 교환하거나 하지 않아도 거래를 할 수 있어 당근 마켓에 있어 매우 중요한 메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안전하기도 하고, 거래 과정 자체가 기록에 남지 않아 안심이 되기도 하죠.

     

    사실 이제까지 제가 본 중고거래 앱 중에, 가장 쉽습니다. 어떻게 이런 간단한 앱이 이렇게 큰 성공을 거뒀을까요? 먼저 간편합니다. 사실 물건을 팔 때, 그걸 싸고 포장하고 보내는 일도 큰 스트레스거든요. 스트레스 없이 간단히 직거래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이, 정말 필요하긴 했습니다. 기존 중고거래 카페와는 다르게 안심할 수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이고, 직접 물건을 보고 살핀 다음, 돈도 직접 주고받으니까요. 지역 맘 카페와는 다르게 문턱이 높지 않다는 점도 좋습니다. 다른 하나는 성공적으로 전문 셀러의 진입을 막았다는 겁니다. 모든 인터넷 활동에는 어뷰징이라는, 규칙을 악의적으로 이용하려는 반작용이 항상 따라옵니다. 그래서 가장 유명한 플랫폼에는 이제 상업성을 띤 전문 셀러들이 너무 많아서, 물건을 찾기도 힘들고 사고파는 일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때가 많습니다. 당근마켓은 이런 어뷰징을 효과적으로 막고, 인공지능을 이용해 가짜 제품을 걸러내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보다 맘 편히 물건을 보고 살필 수 있게 해 줬습니다. 최근에는 몇 가지 문제도 계속 생기고는 있지만요. 마지막으로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따라가지 않았다는 겁니다. 당근마켓은 중고 거래에 수수료를 받지 않습니다. 공동 구매도 하지 않고, 지나친 광고도 없고, 유료 회원제를 도입하지도 않았죠. 대신 당근 마켓은 지역 정보지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택했습니다. 지역 기반 광고를 유치하고, 거기에서 이익을 얻는 겁니다. 큰돈을 벌 수는 없지만, 이용자의 사랑을 받으며 오래갈 수 있는 모델입니다.

     

    냉정하게 말해, 당근마켓이 성공하게 된 이유에는 ‘슬롯머신 효과’도 있습니다. 특별히 살 것도 없는데 당근 마켓을 습관처럼 열어보는 사람이 많은 건, 나도 몰랐던 좋은 가격의 좋은 품질을 가진 제품이 올라오지 않았을까-하는 기대감입니다. 일종의 핵심 콘텐츠인 거죠. 많은 동호회에서 새 소식 게시판과 중고 거래 게시판을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쇼핑은, 재미있는 일이니까요. 당근마켓도 사업 초기부터 중고 거래가 핵심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과감히 대기업을 그만두고 스타트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만약 앱이나 인터넷으로 사업을 하고 싶다면, 이걸 꼭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어떤 콘텐츠로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을까요? 그걸 발견할 수 있다면, 그 사업은 끝까지 꿋꿋하게 밀고 나가셔도 좋을 겁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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