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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중심으로 바꿔야 하는 시대2021년 FINANCE 2021. 10. 14. 22:57
우리는 하루에 얼마나 많은 앱을 쓰고 있을까요? 구글코리아의 아태지역 모바일 앱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이 스마트폰에 설치한 평균 앱 개수는 53개로 나타났습니다. 조사 대상 10개국 중 압도적인 1위죠. 국내에 출시된 스마트폰 앱만 해도 220만 개 이상인데요. 어떤 앱을 많이 사용하는지 분석해보면 세상의 흐름이 어떻게 바뀌는지,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비즈니스에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앱을 통해 스마트 시대의 트렌드와 비즈니스 기회를 살짝 엿보려고 합니다.
지난 여름 일본에선 ‘나이트 풀장’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폭염을 피해 야간 개장하는 도심 속 호텔 풀장으로 피서를 가는 것이죠. 도쿄 프린스 호텔에 있는 풀장이 패션잡지 ‘CanCam’과 함께 ‘나이트 서커스’라는 테마로 풀장을 꾸며서 눈길을 끌었는데요. 조명이 들어간 큰 공과 회전목마 느낌의 튜브를 제공하고 있더군요. 그런데 이곳을 찾은 여성 고객을 인터뷰한 뉴스가 제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습니다. 오늘 여기 왜 왔냐고 물어보니, 사진을 찍고 싶어서 왔다더군요.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다고요.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다, 어디선가 이런 앱 이름이 툭-하고 자연스럽게 나올 때는 꼭 귀를 기울이셔야 합니다. 서울 망원동에는 ‘자판기’라는 이름의 카페가 오픈 했습니다. 사실 카페 하나 오픈했다는 것은 뉴스거리가 안되죠. 그런데 SNS에 이 카페 소식이 계속 올라와서 저 같은 사람도 알 수밖에 없더라고요. 왜일까요? 바로 자판기 때문입니다. 이 카페는 들어가는 문을 분홍색 자판기 모양으로 만들었는데요. 이 분홍 자판기 문이 특이하고 예뻐서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가서 사진을 찍으며 소식을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곤 다들 이렇게 적더군요.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일부러 찾아갔다고.
인스타그램은 과연 어떤 앱일까요? 아마 쓰지는 않으셔도 한번쯤은 이 앱 이름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만큼 요즘 핫한, 대세 앱이니까요. 전 세계에서 인스타그램을 한 달에 한번 이상 사용하는 사람만 해도 무려 7억 명입니다. 한국에서도 월 이용자 수가 1000만 명이 넘었고요. 이 앱이 이렇게 뜬 비결이 무엇일까요?
첫째는 보여주기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 인스타그램이 인기를 얻은 것은 예쁜 사진 필터를 제공했기 때문인데요. 이 앱이 데뷔한 2010년 당시만 해도, 스마트폰 사진 화질은 디지털카메라에 비해 형편없었을 때였습니다. 그런데 예쁜 필터를 입히니까, 약간 빈티지한 느낌도 들고, 사진 느낌이 완전히 달라져버리는 겁니다. 무심한 듯 대충 찍어도 전문가가 찍은 듯한 느낌이 들도록 만들어줬죠.
둘째, 사람들의 ‘과시욕’을 자극했다-입니다. 인간의 과시 욕구를 심리학으로 풀어낸 <왜 그 사람이 더 잘 나갈까>라는 책에서 ‘과시적 행동’은 인간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선택한 강력한 무기라고 말합니다. 적든 크든 인간에게서 보이는 자기 과시적 행동들이, 실은 생존 본능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죠. 인스타그램은 바로 이 욕구를 자극했습니다. 쉽게 사진을 찍어서 꾸밀 수 있으니, 자기 과시도 더 쉬워진 셈이죠. 인스타그램에 이런 특징이 있다 보니 올라오는 콘텐츠도 다른 SNS와는 달라졌습니다. 인스타그램에는 개인 취향과 관련된 콘텐츠가 훨씬 더 많죠. 인기 연예인들의 프라이빗한 사생활을 챙겨볼 수도 있고, 맛집이나 패션, 다이어트, 강아지나 고양이 등을 다루는 콘텐츠도 많습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의 발표에 따르면 인스타그램 이용자의 90%가 35세 이하이며, 10명 중 7명은 여성이라고 하는데요. 콘텐츠가 라이프스타일에 특화되자 젊은 2/30대 여성들이 인스타그램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된 겁니다.
이런 변화는 결국, 사람들이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더 이상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않고, 어떻게 하면 인스타에 올릴만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관점으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사업 역시, 이런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다시 말해 디자인을 중심으로 바꿔야 하는 시대가 왔다-라고 할 수 있겠죠.
기업들 마케팅 방식에도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을 브랜딩과 신제품 전략에도 적극 활용하는데요. 최근 미국에서는 유니콘 푸드라는 것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마치 마카롱처럼, 무지갯빛 파스텔색을 사용해 보기 예쁘게 만든 음식을 부르는 말인데요. 푸드 스타일리스트 아델린 워프가 색깔이 다채로운 토스트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이 그 시작이라고 합니다. 그게 유행이 되어 너도나도 유니콘 푸드 사진을 올리는 겁니다. 스타벅스에서는 이를 의식한 듯 유니콘 푸드 스타일의 프라푸치노를 내놓았습니다. 대중의 기호를 유심히 지켜보고 그에 맞춰 신상품을 론칭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맛은 어떨지 모르지만,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음식인 것은 확실합니다.
이제 대세는 맛있는 음식이기보다는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음식,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사진이 나오는 장소입니다. 불쇼 같은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가게도 늘어났죠. 너나 할 것 없이 포토제닉한 스타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진행하시는 모든 비즈니스에 디자인을 생각하시기를 바랍니다. 개인 고객이 아니라 기업 고객이 대상이라고 해도, 여러 가지 캠페인이나 외부 행사에 디자인 감각을 장착하시길 바랍니다. 상대방이 우리 회사나 캐릭터를 알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꽤 도움이 될 테니까요. 우리 비즈니스를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릴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시는 것, 꼭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