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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첨단 의료용 소재기술
    2021년 FINANCE 2021. 10. 14. 22:06

    의료용 소재는 각종 최첨단 소재기술의 집약체입니다. 기능성이 중요한 산업용 소재와 달리, 의료용 소재는 안정성까지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일회성 적용이 아닌 인체에 직접 흡수되는 생체 접착 물질이나 이식 후 장기간 인체 내에 머무르는 인공 관절, 임플란트 등의 소재는 생체 적합성이란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요. 과거에 주로 사용된 티타늄, 스테인리스 등의 금속 물질은 기능성은 좋지만, 생체적합성이 낮고 무게, 부식 등의 부작용으로 사용에 어려움이 많았고요. 생체적합성이 높은 고분자, 세라믹, 복합재료 등은 기계적 물성이 부족하고 제작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학계에서는 자연스레 생체 모방 소재에 주목하기 시작했는데요. 생체조직의 단순 구조 모방이 아닌 분자 단위의 재현이 가능하다면, 기능성과 생체적합성을 모두 갖춘 가장 좋은 소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생체모방 소재 개발 중 가장 활발한 분야인, 의료용 생체모방 소재  대해 소개 하겠습니다.

     

    첫 번째로 소개드릴 모방 대상은 바로  홍합 입니다. 홍합은 거친 파도가 치는 바다에서 울퉁불퉁한 돌 표면에 붙어 자라는데요, 학계에서는 홍합이 물속에서 자라는 데다 외부에서 가해지는 충격이 심한데도 쉽게 떨어지지 않고 접착 상태를 유지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포스텍의 차형준 교수팀은 연구 끝에 홍합이 ‘족사(足絲)’라는 접착단백질을 분비해 바위와 같은 표면에 단단히 붙어 자란다는 점을 확인했고요, 이를 모사하여  세계 최초로 인체에 사용 가능한 고농도 콜로이드 형태의 유사 단백질 접착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개발된 홍합 접착제는 의료계의 큰 이목을 집중시켰는데요, 치과재료 전문기업인 푸르고는 이를 활용해 치과용 골 충진재 바인더 상용화를 추진 중이고요, 고려대 안암병원에서는 홍합 접착제를 개선하여 임플란트 접착제로 활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홍합의 가능성에 주목했다면 호주의 애들레이드 대학 연구팀에서는 개구리의 피부에서 만들어지는 끈적한 점액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가톨릭 개구리는 땅굴을 파고 살다가 폭우가 쏟아질 때만 지표면에 나오는데요, 이때 피부에서 점액을 분비하여 자신에게 다가오는 곤충을 사냥합니다. 과거에는 점액에 독성이 있어 이를 통해 사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요, 연구팀은 점액에 독성이 없고, 점액이 공기 중에서 몇 초 만에 굳어 접착제처럼 곤충을 잡아둔다는 걸 밝혀냈습니다. 이 접착체는 비속에서도 접착력이 강하게 유지되고요, 피부 표면에서 굳어지더라도 피부호흡 등 대사 작용을 방해하지 않고 피부와 유사한 수준의 유연성이 유지된다는 점이 특징이었는데요. 물, 공기의 침수성이 없고 유연성이 낮은 기존 접착제의 단점을 완전히 보완한 새로운 소재였던 겁니다. 연구팀에서는  개구리 점액 의 주요 성분을 파악하고 단백질 구조를 모사하여 파열된 연골 조직을 치료할 수 있는 생체접착제를 개발 했습니다. 연골 부위는 움직임과 충격이 많고 인체 표면이 아닌 내부에 존재하기 때문에 기존의 생체접착제를 적용하기 어려웠는데요, 개발된 생체접착제를 파열된 연골조직에 사용 후 10주가 지나자 연골 조직이 재건된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인체 대상의 상용화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접착제의 핵심 성분인 단백질의 대량 생산이 확보된다면 임상 적용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생체 모방 공학자들은 과거부터 거미에게 큰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체내에서 단백질을 이용해, 같은 직경의 강철보다 단단하고, 나일론보다 탄력이 높은 실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는데요. 거미줄의 구조와 생성 과정이 속속 밝혀지면서 방탄복, 산업용 케이블 등 다양한 용도로의 적용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의료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닌데요, 영국의  Orthox 사에서는  거미줄 을 모사하여 단단하면서 유연하고 인체적 합성도 높은 임플란트 소재 , FibroFix 를 개발 했습니다. Orthox에서는 이를 이용해 턱이나 무릎에 삽입할 수 있는 인공 연골 제품을 개발, 판매하고 있지요. 한편, 독일의 바이로이트 대학 연구팀에서는 거미 단백질에 인간의 내장기관에서 발견되는 박테리아를 혼합해 인공 거미줄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인체 내의 박테리아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일반 거미줄보다도 생체적합도가 높아 외과 수술용 섬유로 사용하기 적합한데요, 연구팀에서는 향후 살아있는 세포와의 혼합을 통해 심장근육, 피부, 신경조직 등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생체 모방 기술의 발달은 자연을 통한 질병 치료를 민간요법에서 최첨단 의학 기술로 변모시켰습니다. 아직은 예상할 수 없는 부작용이나 대량 생산 공정의 부재 등 한계가 존재하지만 의료용 생체모방 소재가 우리 삶을 보다 건강하고, 고통 없이 바꿔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생체 모방 기술의 ‘진화’가 우리의 삶 역시 얼마나 ‘진화’시켜줄 수 있을지,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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