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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목받는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2021년 FINANCE 2021. 10. 14. 21:18

    라디오, 1927년부터 우리와 함께해온 친구 같은 미디어죠. 항상 위기라고 타박받는 매체이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일주일에 라디오를 이용하는 시간은 2018년 기준 하루 평균 14분, 주 5일 이상 이용하는 사람은 10.1%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10대는 라디오를 아예 필수매체라고 여기지도 않습니다. 그런 라디오가, 요즘 살아나고 있다고 합니다. 정확히는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뜨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넷플릭스와 구글, 스포티파이가 뛰어들었고, 한국에선 네이버와 NHN엔터테인먼트가 오디오 콘텐츠 앱을 내놓았습니다. 한국 1위 플랫폼인 팟빵의 월 매출은 3억 원이 넘었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10대와 감성을 내세우며 주목받는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스푼 라디오입니다.

     

    스푼 라디오는 마이쿤에서 2016년에 출시한, 개인 오디오 방송 앱입니다. 처음엔 간단히 팟캐스트를 만들 수 있는, 녹음 방송 위주의 서비스였다가, 라이브 방송을 하고 싶어 하는 이용자 의견을 받아들여 오디오 생방송을 주로 하는 앱이 되었습니다. 2018년엔 매출이 전년 대비 9.5배 성장해 230억 원을 기록했고, 같은 해 기준 월 방문자는 124만 명, 앱 누적 다운로드는 570만 건을 돌파했습니다. 매월 만들어지는 라이브 방송은 757만 개고, 매달 27만 명이 방송을 한다고 합니다. 아프리카 TV처럼 아이템을 선물 받으면 방송자가 돈을 벌 수 있는데요. 유명 BJ는 월 500만 원, 상위 10명은 평균 1억 원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손정의가 이끄는 소프트뱅크벤처스 아시아로부터 투자를 받은 기업이기도 합니다. 현재 한국에 이어 약 9개국 서비스를 출시한 상태지요. 어떤 앱이기에 이런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한번 볼까요?

     

    앱을 실행하면, 생방송 추천 방송을 볼 수 있는 화면이 뜹니다. 맨 위에는 3가지 분류가 있는데요. LIVE가 생방송, CAST는 녹음 방송입니다. Talk는 음성 게시판이고요. 추천 화면 밑에는 추천 방송 리스트가 나옵니다. 방송 제목 위에서 살짝 누르고 있으면, 미리 듣기를 할 수가 있습니다. 방송 제목을 클릭하면, 방송을 들을 수가 있고요. 보통 들어가면 지금처럼, 환영한다는 메시지가 나온답니다. 여기서 대화를 할 수 있는데요. 하트를 눌러서 '좋아요'를 표시할 수 있고, 왼쪽 아래 선물 아이콘을 누르면 선물도 보낼 수 있습니다. 이 선물이 바로 BJ들의 수익이 됩니다. ‘지금 핫한 라이브’ 제목 바로 밑을 보면, 간단히 인기 있는 주제의 방송을 선택해서 볼 수 있습니다. 상세조건을 선택해서 정렬을 바꾸거나, 원하는 BJ 타입을 골라 들을 수 있습니다.

     

    캐스트는 녹음 방송입니다. 원래 스푼 라디오가 시작했던 방향이기도 하고, 라이브 방송을 녹음해서 듣게 할 수도 있는데요. 지금은 보통 음악을 불러서 남겨놓거나 하는, 그런 용도로 쓰이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바로 토크 메뉴인데요. 음성 게시판, 그러니까 글 대신 말로 나누는 게시판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원하는 글 제목을 찾아 들어가면, 처음 목소리를 게시한 이와 다른 방문자가 임무를 수행하거나,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것을 들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 앱을 오디오 콘텐츠의 유튜브라고 부릅니다. 동영상을 올리기엔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에게, 동영상 대신 오디오로 자신을 알리고, 소통할 기회를 주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들을 속된 말로 ‘샤이 관종’, 관심을 받고 싶지만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라 부르는데요. 스푼 라디오는 유튜버가 되는 데 필요한 여러 장애물을, 오디오란 형식을 이용해 쉽게 뛰어넘게 해 줍니다. 외모가 뛰어날 필요도 없고, 영상 편집을 배울 필요도 없으며, 사생활이 드러날 우려도 적으니까요.

     

    그러면서 돈도 벌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대로 스푼 라디오에서는 스푼이라는 사이버 머니를 사서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는데요. 이 아이템을 BJ에게 선물하면 그걸 나중에 환전할 수가 있습니다. 열심히 방송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거죠. 방송 진행자와 소통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생방송이라서 내가 하트를 보내거나 대화방에 글을 쓰면, BJ가 바로 반응해주거든요.

     

    오디오 콘텐츠 자체가 가지는 강점도 있습니다. 우선 오디오는 다른 일을 하면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는 거죠. 라디오를 주로 차 안에서 듣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디오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기기 역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앱,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AI) 스피커를 비롯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시스템까지, 이젠 원한다면 어디서나 들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푼에서는 그동안 팟캐스트에서 버려졌던 영역을 다룹니다. 사랑, 일상, 고민, 취업, 음악 같은 주제죠. 예를 들어 밤이 되면 ‘예쁜 목소리로 재워줄게요’ 같은 방송이나 시 낭송, 내일 날씨를 들을 수 있고, 출근길에는 ‘편안한 아침을 위한 피아노’, 저녁에는 ‘연애 상담해드릴게요’, ‘배고파서 먹으면서 얘기해요’ 같은 방송을 들을 수 있습니다. 시사나 경제 같은, 의견이나 정보 전달이 목적이 아니라, 들어도 그만이고 안 들어도 그만이지만 들으면 기분 좋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스푼 라디오에서는 주요 주제입니다. 기존 라디오 방송에선 인기가 높았지만, 팟캐스트라는 장르와 맞지 않아 버려졌던 영역이, 스푼 라디오의 라이브 방송이라는 틀을 빌어 자리를 잡은 셈입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되리라 생각한 건 아닙니다. 처음엔 가볍게 만들 수 있는 녹음 방송 플랫폼이었습니다. 그런데 일부 사용자들이 라디오 형식의 방송 클립을 올렸고, 이에 대한 반응이 좋자 앱을 생방송에 맞게 바꿨습니다. 덕분에 지금 ‘스푼 라디오’는 18~24세 사용자가 73%나 되는, Z세대를 공략해서 성공한 오디오 플랫폼 앱이 되었습니다.

     

    아쉽지만 한계도 명백히 보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스푼 라디오는 오디오 콘텐츠 업계의 유튜브가 아니라 아프리카 TV입니다. BJ의 수익을 생각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앱의 품질이나 콘텐츠는 아직 부족합니다. 니치 마켓을 벗어나 주류로 올라오려면 채워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감성과 소통의 플랫폼이 되기 위해, 플랫폼 차원에서 음악 저작권 같은 문제를 풀어줘야 합니다. 쉬운 일이 아니죠. 먹방 같은 히트 장르도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꾸준히 개선해 나가면, 좋은 결과를 얻으리라 믿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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