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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면을 도와주는 앱
    2021년 FINANCE 2021. 10. 14. 21:04

    어젯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여기서 안녕히-란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지요. 하나는 수면의 질입니다. 푹, 깊게 주무셨냐는 말이죠. 다른 하나는 수면 시간입니다. 충분히, 길게 주무셨냐고 묻는 거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40만 명 정도이던 불면증 환자는 2016년에 54만 명으로 늘어났습니다. 한국 인구 100명 중 한 명은 불면증 치료를 받고 있다는 거죠. 주로 50대에서 70대인 분들이 불면증이라고 하는데요. 이는 2/30대 직장인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 침대 회사에서 조사한 결과, 10명 중 3명은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왜 이렇게 됐을까요? 먼저 예전에 유행했던 4당 5 락, 그러니까 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말처럼 잠잘 시간을 줄여가며 사는 것을 칭송하는 문화가 한 몫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컴퓨터와 인터넷,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24시간 일할 수 있고 즐길 수 있게 된 것이 수면 부족을 부추겼죠. 수면 테크(sleep tech)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습니다. 잘 잘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건데요. 2017년부터 CES 같은 IT 박람회에서 전용 공간이 따로 생길 정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실은 수면 문제를 돕기 위한 앱은 예전부터 출시되어 이미 많은 분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앱 가운데 가장 유명한 앱 중 하나가, 오늘 소개할 슬립 사이클 알람 클록 앱입니다. 2009년에 출시되어 지금까지, 무려 8년이 넘도록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데요. 유틸리티 앱에 이렇게 계속 쓰이는 앱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나름 효과를 인정받았다는 거죠.

     

    기능은 단순합니다. 먼저 잠자기 전에 오전 6시라고 알람 시간을 설정해둡니다. 휴대폰은 충전 상태로 침대 머리맡에 놓아두면, 앱이 소리나 움직임으로 사람이 뒤척거리는 것을 확인해서 수면 상태를 기록해줍니다.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잤는지, 얼마나 깊게 잤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깊은 잠과 얕은 잠을 번갈아가며 자야 하는데 그래프 상태를 보고 수면의 질을 알 수 있습니다. 어젯밤 제가 어떻게 잤는지 한번 보여드릴까요? 음, 잠은 6시간 잤고 수면 상태도 나쁘지 않군요.

     

    사람이 잘 때 얕은 잠과 깊은 잠을 번갈아 가면서 잔다고 하잖아요? 아무래도 얕은 잠을 잘 때 일어나기 쉬운데요. 알람 시간 30분전부터, 예를 들어 6시에 일어난다면 오전 5시 30분부터 오전 6시 사이에 얕은 잠을 잘 때를 노려서 알람을 울려줍니다. 얕은 잠을 잘 때 알람이 울려서 컨디션에 맞춰 일어날 수 있어서 좋다는 리뷰도 있었습니다. 가장 재미있는 기능은 밤에 코를 골 때, 그 코골이를 녹음해준다는 겁니다. 사실 제가 코를 곤다고 해도 저 자신은 알 수가 없지 않습니까? 이 앱을 쓰시면, 확실히 언제 어떻게 코를 고는지, 얼마나 자주 고는지를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프리미엄 회원에게는 더 많은 기능을 제공합니다. 내 수면 패턴을 장기적으로 관찰한다거나, 일어날 때 심박수를 체크한다거나, 기상 상황에 따른 컨디션을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볼 수 있는데요. 전 세계 사람이 쓰는 만큼 한국 사람과 비교해 볼 수 있고, 다른 나라 사람과도 비교해서 내 수면 패턴이 어떤지, 남들보다 적게 자는지 많이 자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지에선 이 자료를 활용해 인포그래픽을 만든 적도 있습니다. 보통 GDP가 높으면 자는 시간도 함께 늘어난다는데, 한국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만 GDP에 상관없이 수면 시간이 짧은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물론 유럽과 영미권 국가들은 소득과 상관없이 다들 7시간을 넘기니, 어쩌면 문화 차이일 수도 있겠군요. 아참, 애플 워치가 있다면 코 골 때마다 손목에 진동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럼 코골이가 딱 멈춘다고 하네요.

     

    그동안 우리는 밤새워 공부하고 밤새워 일하는 사람을 대단하다 여겨왔습니다. 성공하는 사람은 당신이 잘 동안 부지런히 일한 사람이란 말이죠. 그런 생각은 이제 많이 바뀌었습니다. 삶과 일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 시대에 들어섰죠. 다만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해도, 너무 바빠서 실제로 푹 잘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의 소리 같은 ASMR 효과음을 들으며 잠을 자는 사람도 있고요. 에이트 매트리스 같은 숙면 보조 제품도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스마트 워치를 차고 있으면 자동으로 수면 패턴을 측정해주기도 하죠. 이런 앱이나 제품이 과연 도움이 될까? 하는 의문을 가진 분도 많이 계실 겁니다. 플라시보 효과 아니냐는 거죠.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효과는 있지만, 크지 않다고 말하는 학자도 봤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패턴을 확인하는 겁니다. 잘 자고 잘 일어나고 싶다면,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런 패턴을 만들 때 이런 앱은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 거기에 더해 내 삶을 데이터로 기록하고 체크하는 습관이 생긴다면,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우리 자신에 대해 전혀 몰랐던 것을 확인할 기회가 될지도 모릅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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