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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폐기물 처리 사업으로 성공한 한국기업
    2021년 FINANCE 2021. 10. 14. 19:20

    2013년 국제금융센터는 러시아가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했다는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러시아인은 매년 약 6천만 톤의 생활 폐기물을 배출하는데 그중 재활용 비율이 5~7%에 불과합니다. 이는 선진국에 비해서 턱없이 낮은 수준인데요, 독일 99.6%, 오스트리아 99.3% 등 EU는 평균 60% 수준이며 한국도 84%에 이릅니다. 러시아는 산업 폐기물을 합치면 연간 약 30~40억 톤의 폐기물을 쏟아내고 있는데 대부분이 노천에 매립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쓰레기 폐기물을 버리는 것으로만 보지 않고 새로운 기회로 본 기업이 있습니다. 러시아판 블루오션, 폐기물 처리 재활용 사업에 뛰어든 로뎀 K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이후 온갖 일용직을 전전했던 박원규 씨. 검정고시로 가까스로 고등학교 졸업장을 딴 후, 러시아 개방 초기(1993년)에 단돈 백만 원을 들고 러시아 유학길을 떠납니다. 러시아어 한마디도 할 줄 몰라 하루 3시간씩 자면서 공부와 일을 병행하며 러시아 명문 민족 우호대에 들어가는데요. 졸업 후엔 러시아에서 한국 굴지의 대기업에 채용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하다가 길가에 산더미처럼 쌓인 철제와 종이 등 온갖 잡동사니를 보고 사표를 던지죠. 폐기물을 처리, 재활용하는 환경사업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의 눈에는 폐기물 처리 문제가 거대한 수익 사업으로 보인 것입니다. 실제로 폐기물 중에서 제지류는 연간 1,500만 톤으로 러시아 자체 생산량의 3배이고 제지 강국 핀란드의 연간 생산량 1,130만 톤을 상회합니다. 유리 폐기물은 약 300만 톤으로 독일의 연간 생산량과 맞먹습니다. 러시아에 매립되는 폐기물 중 40%가 재활용 가능한 자원이며 그 경제적 규모는 연간 17억 유로에 달합니다. 하지만 2006년 러시아에는 폐기물 재처리 공장 250여 개, 분류 공장 50여 개, 소각공장 10여 개가 있을 뿐이며 여기에 모든 공정을 다 갖춘 종합단지는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자격증과 관련 장비 없이 음성적으로 활동하는 영세 업체가 대부분이지요. 달리 말하자면 러시아 폐기물 처리 시장은 공급보다는 수요가 훨씬 많은 살아있는 블루오션입니다. 박원규 사장은 2006년에 산업폐기물 처리 전문업체, 로뎀을 세웠습니다. 쓰레기를 종류에 따라 분리해 압축하거나 파쇄하는 일인데요. 재활용 가치가 있는 폐기물을 사서 재가공해 파는 일도 했습니다.

     

    하지만 폐기물 시장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러시아 로컬기업들의 텃세가 만만치 않았죠. 현지 경쟁업체들은 온갖 흑색선전과 반값 수수료로 어렵게 확보한 로뎀의 고객 기업을 가로챘고 심지어 무고로 경찰서 신세를 수시로 지게 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었던 그는 몇 가지 경영철학을 세우고 끝까지 이를 사수했습니다.

     

    첫 번째는 철저한 원칙주의입니다. 경쟁업체들은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 처리 규정을 어기고 폐기물의 질량을 속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당장에는 경쟁기업들이 더 많은 성과를 냈지요. 그런데 러시아 정부는 위험 폐기물 처리의 잘잘못을 폐기물 생산업체에게 지도록 했습니다. 위험 폐기물을 규정대로 처리하지 않아 영업 정지당하는 기업들이 생겨났죠. 로뎀은 수익률이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철저하게 법률이 요구하는 폐기물 처리 규정과 절차를 지켰고, 결국 고객들은 그 원칙주의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두 번째 경영철학은 철저한 기술 우선주의입니다. 경쟁사들은 사업 수주에 성공하기 위해 가격 후려치기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인맥을 최대한 활용했지요. 그러나 그는 인맥 사업의 유혹에 빠지기보다는 철저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공개입찰에 승부를 걸었습니다. 재활용 물질을 분류하는 재처리 기술에서 인정을 받아, 선진 기술을 가진 믿을 수 있는 전문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되었지요. 그렇게 2014년에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폭스바겐의 폐기물 처리 업체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공에 주효했던 게 CEO의 솔선수범이었습니다. 러시아 직원들은 주 5일제 근무를 철저하게 지키기 때문에 주말에 근무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죠. 로뎀 직원 90%를 차지하는 러시아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는데요. 박원규 사장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일이면 언제든, 주말이든 상관하지 않고 현장에 나가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솔선수범으로 모범을 보이자 직원들의 주인의식도 자연스레 따라오면서 사내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보상도 공정하게 챙겨주니 주말근무에 나서는 직원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죠. 덕분에 이 회사는 고객사들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달려가는 기업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2014년 기준 러시아 산업 폐기물 시장점유율 20%, 연매출 400만 달러를 꾸준히 달성하는 중견 기업으로 성장한 것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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