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초코파이의 세계화 성공 스토리
    2021년 FINANCE 2021. 10. 14. 19:07

    2011년 9월 28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이 차를 마시는 모습이 외신에 보도되었습니다. 그가 차와 함께 먹고 있던 건 바로 오리온 초코파이였습니다. 초코파이는 ‘코리아 버거’라는 애칭이 있을 정도로 러시아에서 인기가 높은 국민간식인데요. 최근의 경제 악조건에서도 오리온의 러시아 매출은 2010년 489억 원을 기록한 이후 2배 가까이 성장했습니다. 그 핵심 비결을 포스팅해보겠습니다.

     

    첫째, 1993년부터 시작된 의도적이고 체계적인 세계화 전략입니다. 오리온은 해당 국가의 문화적 특징에 대한 철저한 학습과 그에 기반한 마케팅을 핵심 원칙으로 채택했습니다. 이를 위해 당시로서는 대기업에서만 시행하던 지역전문가 양성제도를 도입했고 나아가 이들 지역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역팀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자체적으로 ‘문화감수성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하여 이 분야에서는 다른 대기업을 훨씬 앞서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는 매우 구체적이고 차별적인 나라별 마케팅 전략으로 이어졌고 이는 러시아 시장에서도 성공적으로 먹혀들었습니다.

     

    우선 브랜드의 콘셉트를 나라별로 달리 했는데요. 중국은 ‘인(仁)’을 내세우며 ‘좋은 친구’ 이미지로, 인도차이나 쪽은 ‘오 스마일’이라는 이미지로 나갔다면 러시아에서는 무뚝뚝하지만 믿음직한 ‘Cool Friend(멋진 친구)’의 이미지를 선택하여 포장과 광고 등 모든 마케팅에 적용했습니다. 특히 2000년에 집권한 푸틴 대통령은 잃어버린 구소련의 영광을 회복하기 위해 ‘강한 러시아’ 정책을 추진했는데요. 그 일환으로 하키와 같은 러시아의 대표적인 스포츠 종목에 투자를 확대했습니다. 오리온은 푸틴 대통령의 이미지와 정책을 자체 브랜드 이미지와 결합시키기 위해 매년 열리는 러시아 청소년 하키 리그의 메인 스폰서가 됩니다. 러시아의 국기나 다름없는 아이스하키의 미래 스타가 선발되는 이 리그는 마치 한국의 80년대 고교야구와 같은 인기를 누리는데요, 이 리그의 공식 이름이 ‘오리온 리그(Orion golden Puck)’입니다. 오리온에 ‘쿨’하지만 믿음직한 친구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연결시킨 절묘한 한 수입니다.

     

    둘째, 러시아 문화 특성을 연구하여 마케팅 전략에 반영했습니다. 러시아인의 독특한 티타임 문화에 초코파이를 더한 거죠. 러시아인은 티타임에 유난히 단 것을 많이 먹는데요. 특히 초콜릿을 매우 좋아합니다. 2014년 유로모니터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인의 초콜릿 섭취량은 1인당 연 5.3kg으로 스위스(9.0kg), 오스트리아(7.9kg) 등에 이어 9위지만 총량으로 계산하면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초콜릿이 머리를 좋게 한다고 생각하는 러시아인에게 한국 초코파이는 그야말로 인기였죠. 그런데 러시아 여성들은 이걸 먹고 살이 많이 찌지는 않을까 걱정이 많았습니다. 오리온은 이점을 간파해 2011년 러시아 학술원 의학연구소와 함께 초코파이가 포함된 균형 아침식단을 개발해 여성 소비자를 안심시켰죠. 나아가 2012년에는 러시아 최고 대학인 모스크바 국립대학에 의뢰해 “초코파이에는 비만의 근원인 트랜스 지방이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지요. 한마디로 초코파이는 러시아인이 좋아하는 달콤한 음식이면서도 건강에도 좋은 식품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는 오리온이 전 세계에서 추진하는 프리미엄 전략인 ‘First One & Best One’과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집니다. 우선 초코파이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과 같은 러시아의 하이클래스, 구체적으로는 대도시에 거주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티타임에 먹는 음식이라는 것을 강조했지요. 가격도 그에 걸맞게 ‘High Price Point’ 전략을 구사해 기타 유사품보다 20-30% 이상 비싸게 책정했습니다. 고급 고객들이 먼저 찾는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이미지에 맞게 바이어에게는 철저하게 선불 판매의 원칙을 고수하여 오리온 제품의 시장은 적어도 러시아에서는 셀러 마켓으로 굳혔습니다.

     

    셋째, 현지화에 기반한 단계별 유통전략으로 체계적으로 접근했습니다. 오리온의 해외 유통전략은 크게 3단계로 발전합니다. 1990년대 초반에는 '오픈마켓'으로 다수의 수입상들을 통해 시장에 뿌렸는데요. 어느 정도 시장 장악에 성공한 다음에는 2000년대 초반 '국별 총대리점'을 통해 안정된 수급망과 일관된 가격정책으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굳힙니다. 마지막으로 2000년대 중반에는 ‘지역별 거점전략’으로 단일 국가 내에서도 문화적 지리적 차이에 따른 지역별 거점을 별도로 두어 최대한 최종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유통과 마케팅을 지향했지요.

     

    하지만 오리온에도 위기는 있었습니다. 1998년,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자 수입제품 가격이 4배 이상 급증해 유통망이 마비되고 판매가 중단됐죠. 이때, 오리온은 이른바 ‘트럭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현지 주재원들이 트럭에 초코파이를 싣고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도매상을 찾아다니며 한 두 박스씩 현찰 판매를 한 겁니다. 이는 브랜드 인지도와 소비자와 바이어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후 1999년, 시장 점유율은 80-90%, 브랜드 인지도는 70%까지 상승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