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IT 아웃소싱 최고의 기술 경쟁력을 가진 러시아
    2021년 FINANCE 2021. 10. 14. 11:21

    2011년 유럽 IT 아웃소싱협회 선정 최고의 기업으로 러시아 기업 Luxoft가 선정되었는데요. 2012년 국제 아웃소싱전문가협회 선정 100대 아웃소싱 기업에도 러시아 기업이 8개나 포함되었습니다. IT 전문가들은 인도와 함께 러시아를 IT 아웃소싱에서 최고의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나라로 꼽습니다. 그런데 이 두 나라 사이에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인도는 이미 정형화된 일을 잘하는 반면 러시아는 기존에 없는 새로운 문제를 풀어 가는데 탁월한 장점을 보인다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러시아인들은 창의력에서는 세계 IT업계를 선도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세계적인 수준인 러시아인들의 창의성은 어디에서 출발하는 것일까요? 창의성이란 같은 사물을 다르게 볼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는데요, 러시아인들은 바로 '다르게 보기' 능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고대 러시아인들의 성화를 살펴보면 러시아인들의 다르게 보는 능력이 바로 고정된 하나의 시점에 얽매이지 않고 보다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16세기 러시아 야로슬라브 지역 교회에 소장된 성화와 15세기 말 이탈리아 피렌체의 화가 프라 바르톨로메오의 작품을 비교해보면, 러시아의 그림은 뭔가 거칠다는 느낌이, 이탈리아의 그림은 보다 세련되었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왜 그럴까요? 무엇보다 그 원인은 원근법에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그림은 원근법이 지켜지지만 러시아 성화는 원근법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지요. 러시아 성화에서 특히 성모 마리아가 밟고 있는 발판을 보면 앞부분이 좁고 작게 묘사되어 있고 뒷부분은 오히려 더 크게 묘사되어 있는데요. 가장 전면에 있는 사람도 뒤의 두 사람에 비해 너무 작게 그려져 있지요. 가까운 것은 크고 먼 것은 작다는 원근법이 파괴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원근법 파괴는 모든 러시아 성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요.

     

    원근법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고정된 하나의 시점에서 보이는 사물의 모습을 평면에 옮겨 그린다.'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이 시점은 대상을 바라보는 대상 바깥쪽, 즉 그림의 앞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소실점이 그림 제일 안쪽 뒤에 위치하여 뒤로 갈수록 피사체가 작아지는 것이지요. 그러나 위의 러시아 성화에서는 하나의 시점이 아니라 두 개의 시점이 사용됩니다. 피사체의 표면은 그림의 바깥 앞에서 본 시점에서 묘사되지만 크기는 반대로 그림 안 뒷면에서 그림 바깥 앞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결정되는데요, 이것을 '역 원근법'이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이탈리아의 성화는 앞에서 보는 하나의 시점을 사용한다면 러시아의 성화는 앞에서도 보고 뒤에서도 보는 이중 시점을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보다 심오한 종교학적 의미가 있는데요, 신의 말씀을 보여주는 성화의 중심 시점이 말씀밖에 있는 인간이 아니라 말씀의 근원인 신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러시아 성화의 시점이 전후 이중 시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이 그림에 등장하는 테이블이 반원형이란 것이 매우 부자연스러워 보이는데요, 그러나 이 테이블은 본래는 반원형이 아니라 넓은 오 발형입니다. 반원형으로 보이게 그린 이유는 테이블을 좌우 양쪽에서 본 다음 두 시점에서 본 모양을 하나로 합쳤기 때문입니다. 오발형의 윗반원은 더욱 안으로 휘어지게 되지만 아래 반원은 직선에 가깝게 펴지게 되는 것이지요. 동시에 테이블의 중심이 앞으로 이동하게 되는데요, 테이블 위의 잔이나 접시 등 식기들이 불안하게 테이블 끝 쪽으로 몰려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중 시점인 역 원근법에 좌우대칭적인 또 다른 두 개의 시점이 합쳐져 4개의 시점이 하나의 그림에 존재하는 것이지요.

     

    게다가 시점의 다각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보다 자세히 보시면 세 천사의 뒤에서 음식을 대접하는 아브라함과 사라의 모습은 다시 작아지고 있는데요, 마치 이 부분에서만 르네상스식 원근법이 적용되고 있는 듯합니다. 이들은 세 천사보다 의미상으로 비중이 떨어지기 때문인데요, 화가는 그림의 대상 하나하나를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배경이 되고 있는 집, 나무, 산도 모두 각기 다른 각도와 시점에서 그려져 마치 별도의 그림에서 이식해온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처럼 러시아 고대 성화에서는 하나의 풍경, 하나의 대상을 그릴 때 고정된 하나의 시점이 아니라 수많은 시점을 사용하여 대상 하나하나를 살려내고 동시에 수많은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 냅니다. 서유럽에서 이러한 다시 점적인 그림이 등장한 것은 수백 년이 지난 19세기 말인데요, 바로 세잔의 정물화들이지요. 세잔에 의해서 유럽의 회화는 겨우 단시 점적인 원근법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피카소도 마티스도 등장할 수 있었습니다?

     

    야수파의 창시자 마티스가 뒤늦게 러시아의 성화를 직접 접한 뒤 한 행동과 말은 러시아 성화의 이런 창조적 독창성을 잘 대변합니다. 1911년 10월 최대 고객인 러시아인 슈킨의 초청으로 러시아의 모스크바에 도착한 마티스는 도착 다음 날 러시아의 성화를 접하고는 너무나 흥분한 나머지 하룻밤을 꼬박 새우고는 '러시아는 이미 모든 것을 가졌다. 러시아의 성화는 미술이 무엇인가를 가르쳐준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마티스는 20세기 초에 이룬 서양미술의 혁명은 이미 러시아에서 오래전에 이루어진 것을 발견하고는 경악을 금치 못한 것이지요.

     

    지금 우리는 창조 경제를 이야기하는 21세기에 살고 있지만 불행히도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하나의 고정된 시점을 고집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요. 잠시 수백 년 전 고대 러시아 성화를 감상하며 보다 다양한 시각으로 새로운 창조적 해법을 찾는 지혜를 길러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