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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러시아 우크라이나 여객기 피격
    2021년 FINANCE 2021. 10. 14. 11:07

    2015년 7월 17일 말레이시아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피격되자 미국과 EU를 비롯한 서방의 대 러시아 경제제재가 한층 강화되었습니다. 서방은 이참에 러시아를 경제적 곤궁에 빠뜨려 푸틴 대통령의 항복을 단박에 받아내려는 듯합니다. 그동안 미국의 종용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인 제재에 그치던 EU가 7월 30일 드디어 러시아의 금융, 군수, 에너지 부문에 메스를 들이대었는데요.

     

    EU 집행위는 경제제재로 인해 러시아가 입게 될 경제적 손실이 2014년 230억 유로(GDP의 1.5%), 2015년 750억 유로(GDP 4.8%)로 총 980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일부 경제전문가는 무려 7,440억 유로까지 예상하였습니다. 그러자 8월 6일 푸틴 대통령은 모든 대 러시아 경제제재 참여국의 농수산물, 원료, 식품의 수입을 1년 동안 금지한다고 발표하며 반격을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EU 경제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서방에서는 이것이 러시아의 인플레이션을 야기하여 결국 자국 소비자만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비난합니다. 그러나 당장 폴란드, 핀란드, 노르웨이 등 유럽 곳곳의 농부들의 생계가 위협받는 것도 엄연한 현실입니다. 이른바 치킨 게임이 시작된 것인데요, 과연 이 버티기 게임의 승자는 누가 될까요?

     

    분명한 것은 러시아가 쉽게 그리고 빠른 시간 내에 서방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데요, 만약 미국과 EU가 조속한 해결을 노리고 무리한 압박을 가하다가는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 역사에서도 러시아는 서방과의 버티기 게임에서 진 적이 없는데요, 러시아를 쉽게 보고 가속 페달을 밟았던 나폴레옹과 히틀러의 비참한 말로는 아주 대표적인 예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의 추위 때문에 이들이 러시아 정복에 실패했다고 말합니다만 사실 날씨는 전혀 본질적인 이유가 아니었습니다.

     

    1812년 6월 24일 45만 나폴레옹 대군이 기세 당당하게 네만 강을 넘어 러시아 원정을 시작했을 때, 당시 나폴레옹의 최대 무기는 스피드였지요. 나폴레옹은 ‘최고의 군대는 싸우는 것보다는 빨리 걷는 부대다’라고 역설했고 연이은 승리에 도취한 프랑스 군인들도 ‘황제는 우리들의 다리로 승리를 얻었다’라고 자찬했습니다. 나폴레옹은 러시아도 단 20일 만에 점령하겠다고 호언장담했고 장기전에 대한 대비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요.

     

    그러나 실제로는 러시아군의 교묘한 후퇴와 기습작전, 뜻밖의 강력한 저항, 예상치 못했던 전염병으로 인해 20일이 아니라 세 달이 다 지난 9월 14일에야 겨우 모스크바에 입성했습니다. 게다가 서둘러 출정한 이유로 보급로를 구축하지 못하여 모스크바 현지 보급을 계획하고 있던 나폴레옹 군에게 러시아군의 일종의 자해행위인 ‘모스크바 방화’는 치명적인 사건이었지요. 결국 모스크바 입성 후 한 달, 러시아 진출 후 4개월이 지난 10월 19일 나폴레옹은 후퇴를 결정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45만의 나폴레옹 군 중 겨우 4만 명 정도만 살아남았고 유럽 언론들은 ‘빠른 나폴레옹이 느린 북극곰에 당했다’고 비웃었지요. 나폴레옹은 러시아의 추위 탓을 했지만 1812년 러시아의 겨울은 평년보다 따뜻했고 더욱이 10월에는 겨울이 오지도 않았답니다.

     

    1941년 6월 22일 히틀러 군이 소련 침공을 개시할 때도 상황은 유사했습니다. 300여만 명의 대군을 동부전선으로 보내며 히틀러는 ‘6-10주면 충분할 거야!’라고 자신했습니다. 참모들은 ‘러시아는 인력과 천연자원에서 장기적인 장점이 있다’고 충고했지만 소용이 없었지요. 그러나 실제 소련 침공 후 히틀러는 마치 거대한 그러나 터지지 않는 풍선과 싸우는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내륙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저항은 거세지고, 한쪽을 치고 들어가면 다른 쪽이 치고 나왔지요. 결국 10주가 아니라 4년이 지난 뒤 히틀러는 다름 아닌 러시아군에게 베를린을 빼앗기고 맙니다.

     

    나폴레옹과 히틀러가 실패한 이유는 러시아의 혹독한 날씨가 아니라 맹목적인 속도전으로 일관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는 이를 역이용했고 보급로도 지원군도 잃은 서방의 영웅들은 결국 고립되어 비참하게 패배했지요.

     

    반대로 역사상 러시아가 유일하게 정복당한 동방의 몽골군은 달랐습니다. 엄청난 스피드의 기마병이 큰 무기였지만 그들의 또 다른 무기는 공성전 능력이었습니다. 특히 포위된 성안의 적군이 굶주림을 참지 못하고 돌출 행동을 하기를 끈기 있게 기다렸지요. 많은 러시아의 성들도 이런 식으로 함락되었습니다. 물론 13세기 러시아는 아직 제대로 된 국가도 아니었고 작은 공국들이 분열되어 싸우고 있었기에 몽골군에게 손쉬운 제물이 될 수 있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러시아는 75% 국민의 지지를 받는 강력한 푸틴의 리더십으로 응집되어 있고 오히려 서방은 EU와 미국의 입장이 다르고 EU 내에서도 러시아와의 에너지 및 상품 교역 비중이 높은 국가들과 아닌 국가들의 입장이 다릅니다.

     

    최근 러시아는 중국과 대규모 가스공급 협상을 체결했고(5.21) 이란과는 금지된 이란 석유 수입을 약속했습니다.(8.6) 그리고 터키와는 자유경제지역 협상을 추진하며 이른바 대서방 공동대응전선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북극 카라해에서는 지구 상에서 가장 큰 유전 탐사가 시작되었지요(8.9). 한마디로 러시아는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인데요, 미국과 EU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도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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