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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탄소년단 무기, 유튜브
    2021년 FINANCE 2021. 10. 13. 23:44

    2018년 5월 27일,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방탄소년단 정규 3집이 미국 ‘빌보드 2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겁니다.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는 2년 연속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받았죠. 이번 앨범을 포함해 무려 7개나 차트에 진입한 기록이 있습니다. 하지만 TV 화면에서 자주 보시진 못했죠? 이들이 주로 모습을 드러내는 곳은 TV가 아니라 방탄 TV라는 유튜브 채널입니다. 멤버들이 직접 일상이나 댄스 동영상을 찍어 올리죠. 그들이 출연자이자 동시에 감독이며 작가인 셈입니다. 구독자 수는 90만 명 이상, 동영상 수는 1000여 개가 넘습니다. 방탄소년단은 유튜브를 이용해, 전 세계 팬에게 직접 말을 걸고 있었던 셈입니다.

     

    유튜브에서 BTS로 검색하면 관련 영상이 약 2000만 개가 넘게 뜹니다. 빌보드 최고 히트곡을 발표한 애드 시런이 1820만 개, 월드스타 싸이가 1120만 개 정도니 매우 많죠? 이렇게 많은 이유는, 유튜브가 단순히 영상을 올리는 서비스가 아니라 영상을 보면서 채팅하고, 자신이 느낀 것을 다시 영상으로 만들어 교감하는, 소셜 네트워크의 특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의 팬들이 퍼다 나를 수 있는 콘텐츠를 공급하는. 방탄소년단의 비밀 무기, 세계 최대의 방송국, 그것이 바로 유튜브입니다.

     

    유튜브는 한국에서 모든 사람이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앱입니다. 나이 때에 상관없이요. 앱 분석회사 와이즈 앱 자료에 따르면 2018년 4월 기준 1인당 평균 사용 시간은 882분에 달합니다. 유튜브에서 뭘 하기에 이렇게 많이 사용할까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에서 내놓은 ‘모바일 서비스 이용행태 조사 보고서’를 보면 음악도, 영상도 모두 유튜브를 통해 듣고 본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웹사이트 트래픽을 조사하는 알렉사(Alexa)의 자료에 따르면 유튜브는 구글 다음으로 가장 많이 접속하는 웹사이트입니다. 2017년 2월 기준 분마다 400시간 분량의 콘텐츠가 업로드되고, 전 세계의 사람들이 매일 10억 시간 분량의 영상을 시청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검색도 네이버나 구글에서 하지 않고 유튜브에서 한다고 합니다.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서 돈을 버는 유튜버라는 직업도 새로 생겼죠. 요즘 초등학생들의 인기 스타는 연예인이 아니라 유튜버라고 합니다. 2017년 유튜브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번 다니엘 미들턴은, 한해 수입이 1650만 달러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세상을 바꿔버린 유튜브지만, 시작은 소소했습니다. 유튜브는 2005년 페이팔에서 같이 일했던 스티브 첸, 채드 헐리, 자웨드 카림 셋이서 만들었습니다. 초기에는 적자였습니다. 그런데 2006년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한 이후 2007년부터 ‘파트너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파트너 프로그램은 일정 기준을 충족한 창작자에게 이익을 배분하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이로 인해 전업 유튜버가 태어나고, 재미있는 영상이 더 많아지고, 결국 더 많은 사람이 유튜브를 보게 되면서 유튜브만의 생태계가 형성됐습니다. 유튜브가 등장한 이후, 누구나 원한다면 자신만의 방송국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유튜브에 없는 정보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유튜브에는 그 많은 영상 가운데 내가 보고 싶어 할 영상을 쏙쏙 뽑아서 보여주는 기가 막힌 재주가 있습니다. 추천 영상만 봐도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갑니다. 네트워크 상황에 맞게 화질도 자동으로 조절해주고, 빨리 감거나 되돌려 보기도 쉽습니다. 번역이 좋지는 않지만, 모르는 언어로 된 영상이라도 자동으로 자막을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시청자가 자막을 만들어 입힐 수도 있죠. 방탄소년단 영상이 금방 전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는 이유입니다. 거기에 유료 서비스인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하면 음악만 듣거나 미리 영상을 다운로드하여 볼 수도 있습니다.

     

    2017년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의 매출은 전년 대비 209억 달러 늘어난 1109억 달러로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두었습니다. 이중 광고 수익이 80~90%를 차지하는데 이런 성장을 이끈 것이 바로 유튜브 광고였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구글이 손쉽게 이런 이익을 거둔다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콘텐츠를 만든 사람은 따로 있는데, 재미는 유튜브가 본다는 거죠. 정말 그럴까요? 구글이, 유튜버를 비롯한 콘텐츠 창작자들에게 지급하는 돈은 얼마일까요?

     

    구글 광고 프로그램에서, 콘텐츠 제작자가 나눠 받는 금액은 광고 수익의 약 68%입니다. 다시 말해 구글이 저만큼 벌었다면, 그만한 돈을 콘텐츠 제작자들이 가져가고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생태계라는 건 이런 겁니다. 창작자와 소비자를 만나게 해 준다고 생태계가 아니죠. 진짜 생태계는, 그 안에서 먹고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어떻게든 많이 보는 콘텐츠를 만들려 노력하고, 그래야 사람들이 많이 오고, 사람들이 많이 오니 방탄소년단 같은 아이돌 그룹도 자신만의 채널을 만들고, 구글 광고 수익도 늘어나게 되지요. 유튜브가 세계 최대의 방송국이, 세계 최대의 광고 플랫폼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먹고살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세대는 TV나 신문, 잡지가 아니라 SNS와 유튜브라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살아갑니다. 방탄은 자기 팬들이 미디어를 소비하는 환경으로 직접 들어갔고, 그것이 먹혔습니다. 우리가 이런 생태계를 만들 수는 없을까요? 쉽지 않습니다. 솔직히 아무나 못 하지요. 하지만 나로 인해 누군가가 먹고살고, 그 사람으로 인해 내가 먹고살 수 있다면, 그 사업 역시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겁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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