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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디어산업과 넷플릭스
    2021년 FINANCE 2021. 10. 13. 23:37

    단 하나의 회사가 세계 미디어 산업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요? 상상하기 힘드실 겁니다. 그런데 정말, 전 세계 미디어 산업을 바꿔놓은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넷플릭스입니다. 다양한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볼 수 있고, 시청자에게 딱 맞는 영상을 추천해주면서도, 한 달에 정해진 금액만 내면 되는 서비스죠. 물론 이런 서비스가 넷플릭스 하나만 있지는 않습니다. 아니, 솔직하게 말해서, 비슷한 서비스는 아주 많죠. 그런데 하필, 왜, 넷플릭스만 이렇게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된 걸까요?

     

    많은 이유가 있지만 저는, 무엇보다, 넷플릭스가 앱으로 시청자를 감동시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넷플릭스 앱은 다른 동영상 앱과는 다른, 확실히 뛰어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줍니다. 이 앱을 쓰다가 다른 동영상 앱을 쓰면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로요.

     

    먼저 앱을 켜면, 넷플릭스가 추천하는 영화가 뜹니다. 제가 찜해뒀거나, 제 취향을 반영해서 골라준 영화인데요. 이 화면은 제가 들어갈 때마다, 또는 프로필을 바꿀 때마다 달라집니다. 넷플릭스는 가족들이 하나의 계정으로 돌려볼 수 있도록 해주는데요. 이렇게 다른 사람 프로필로 들어가면, 그 사람에게 맞는 영화를 다시 추천해서 보여줍니다. 이 추천이 유튜브 추천 동영상만큼 정교하기 때문에, 넷플릭스 핵심 기술로 불리기도 하지요. 여기서 다시 홈 화면으로 돌아와서, 아래로 스크롤하면 내가 찜한 콘텐츠를 비롯해 인기 콘텐츠, 지금 뜨는 콘텐츠 등 여러 가지 목록으로 나눠진 추천 콘텐츠를 보여주는데요. 이 영상 목록 역시 제가 그동안 봤던 영화에 따라 바뀝니다. 좀 더 아래로 내려가면, 제가 시청 중인 영상이 보입니다. 어디까지 봤는지도 바로 알 수 있게 빨간색으로 표시해 주는데요. 제목을 터치하면, 바로 영상이 뜹니다. 10초 앞으로 당기거나 뒤로 돌릴 수도 있고, 음성이나 자막도 바꿀 수 있습니다. 이걸로 영어 공부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합니다. 밑에 있는 바를 당기면 주요 장면이 사진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으로 바로 옮겨갈 수도 있고요.

     

    다시 첫 화면으로 돌아와서, 제목 옆의 ⓘ 표시를 누르면 이 드라마나 영화의 정보가 표시됩니다. 원하는 편을 골라서 볼 수가 있고, 필요하면 스마트폰에 저장해 인터넷이 없어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밖에도 내가 찜한 영상을 찾아보거나, 새로운 영상을 검색하거나, 예고편을 보는 일까지 물 흐르듯, 아주 자연스럽게 앱이 만져집니다. 마치 장인이 만든 것처럼요. 처음부터 이러지는 않았습니다. 오래 전 미국에서 썼을 때는 솔직히 많이 투박했거든요. 지난 몇 년간 꾸준히 개선하면서, 여기까지 만들어 온 겁니다.

     

    2018년 12월에는 개봉 첫 주에 4500만 조회수를 기록한 영화 ‘버드 박스’나, 시청자가 출연자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영화 ‘블랙 미러 - 밴더 스내치’를 공개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밴더스위치 영상을 보고 있으면, 중간에 어떤 선택을 하겠냐는 문장이 뜹니다. 그때 시청자가 원하는 대로 선택하면, 그 선택에 따라 다음 스토리가 바뀌게 됩니다. 하나의 영화를 여러 번 다시 즐길 수 있는 거죠. 대단하죠?

     

    이런 앱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우선 뛰어난 스트리밍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서로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전 세계 1억 5천만 명의 시청자들이 만족해야 하거든요. 다시 말해 TV, 스마트폰, 태블릿PC를 가리지 않고 데이터를 적게 쓰면서도 최고의 영상을 제공해야 합니다. 넷플릭스 콘텐츠는 6K 해상도로 촬영, 1시간짜리 영상 용량은 293GB. 넷플릭스 기술 이용 시 4GB 데이터로 최고 26시간의 동영상 시청 가능. 만약 4K TV를 사셨다면 넷플릭스를 보셔야 할 겁니다. 최신 기술이 적용된 고화질 영상을 제대로 가지고 있으니까요. 넷플릭스는 온라인 스트리밍 초기부터 자신이 기술 기업이란 사실을 잊지 않았고,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기술적 혁신을 추구하기 때문에 할 수 있던 일입니다. 지금도 2년마다 한 번씩, 사내 핵 데이를 열어 새롭고 재미있는 기술 아이디어를 찾고 있죠.

     

    물론 온라인 동영상 시장이 이런 앱 경험만으로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볼만한 콘텐츠가 없으면 소용없죠. 넷플릭스가 굉장히 공을 들였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정확하게는 콘텐츠 자체가 아니라, ‘콘텐츠 보유자의 수익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밖에 다른 성공 요인도 많지만, 콘텐츠와 기술력, 이 두 가지 기반이 없었다면 결코 성장할 수 없었을 겁니다.

     

    넷플릭스의 성장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한국, 중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자기만의 서비스를 만들어 시장에 진출하고 있기도 합니다. 어떻게 될까요? 넷플릭스와 맞수들의 경쟁이 넷플릭스를 무너지게 만드는 결과를 만들까요? 아니면 전체 시장의 크기를 더 키우는 결과를 만들게 될까요? 누구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동안 넷플릭스가 콘텐츠에 투자한 노력과 시청자를 감동시키기 위해 갈고닦아 온 기술은, 결코 넷플릭스를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21세기에 시청자가 영상을 보는 장소는, 결국 앱이기 때문입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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