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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함관리 앱, 리멤버
    2021년 FINANCE 2021. 10. 13. 23:07

    저는 스마트폰을 자주 바꾸는 편입니다. 길면 1년, 짧으면 몇 개월에 한 번씩 새 스마트폰으로 바꾸는 데요. 그때마다 꼭 까는 앱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리멤버입니다. 리멤버, 뭘 기억하는 걸까요? 바로 사람들의 연락처입니다. 정확하게는 명함에 있는 내용을 스마트폰 주소록에 자동으로 입력해 주는 앱이죠. 그래서일까요? 쓰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2014년 1월 첫 출시 이후, 2016년 3월에 100만 회원, 2018년 7월에 200만 회원을 돌파하더니, 2019년 9월에는 회원 수가 300만 명을 넘어섰죠. 2016년 기준, 대한민국 직장인이 약 1688만 명이니, 대략 18% 정도 되는 사람이 이 앱을 사용하는 셈입니다.

     

    그럼 리멤버 앱을 어떻게 쓰면 되는지, 한번 볼까요? 리멤버 앱을 실행하면, 처음엔 ‘내 명함첩’ 화면이 뜹니다. 그동안 입력했던 명함을, 찍은 날짜와 명함 사진과 함께 볼 수 있는데요. 등록된 회원은, 명함이 바뀌었을 경우 바뀐 정보로 업데이트할 수 있습니다. 명함이 바뀌었을 경우 알람이 오기도 하고, 바뀐 명함 정보를 확인한 다음에 내 주소록에 등록된 정보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꽤 편리한 기능이죠. 여기서 카메라 아이콘을 누르면, 명함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고, 다 찍었다고 확인을 눌러주면, 나중에 명함 입력이 끝났다고 알람이 옵니다. 그럼 끝입니다. 바로 확인이 안 되는 이유는, 이렇게 명함에 담긴 내용을 수작업으로 입력하기 때문입니다. 커뮤니티는 최근 리멤버 앱에서 공을 들이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이런 유틸리티 앱이 가지는 큰 문제가, 쓸 때만 쓰고 안 쓸 때는 열어보지 않는다는 거거든요.

     

    리멤버는 직장인이 많이 쓰는 앱인 만큼, 고민이나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관심사에 대한 정보를 나눔으로써, 앱을 더 많이 쓰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커리어 기능은, 경력직 인재 검색 서비스입니다. 기업 인사 팀이나 헤드헌터가 인재를 찾고 채용 제안을 보낼 수 있는 서비스인데요. 잠재적 구직자, 그러니까 당장은 생각이 없지만 좋은 제안이 있으면 움직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찾기 위한 서비스입니다. 더보기는 리멤버 앱을 설정할 수도 있고, 추가 콘텐츠도 보여주는 카테고리입니다. 리멤버의 편리한 기능 중 하나가, 바로 팀 명함첩입니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팀원들이 받은 명함을 모아서 함께 관리할 수 있습니다. 또 리멤버 나우라는,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읽을거리도 있습니다.

     

    여기까지 보시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좋긴 한데, 이게 뭐 대단한 건가? 하고요. 저는 질문을, 조금 바꿔보고 싶습니다. 별거 아닌 서비스 같은데, 어떻게 6년이 넘게 버텼을까? 하고요. 리멤버가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비슷한 명함 인식 앱은 이미 여러 개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문자를 자동으로 인식해 주소록에 입력해주는, 유틸리티 앱이었습니다. 여기서 리멤버는, 다른 선택을 합니다. 기술에 기대는 대신, 사람이 직접 입력하는 방식을 택한 겁니다. 단순하지만, 가장 확실하죠. 덕분에 입소문이 나서 회원이 계속 늘어났죠. 그렇다고 기술을 안 쓰는 것도 아닙니다. 처음부터 보안 관리 등에 많은 신경을 썼고, 입력된 명함을 모두 데이터로 쌓아뒀습니다. 이제는 이용자가 사진 찍는 명함의 80~90% 정도는 데이터베이스에 이미 있어서, 자동으로 인식한 다음 그대로 등록하면 되는 수준까지 왔다고 합니다. 이렇게 리멤버 앱은, 6년간 300만 회원이라는 든든한 밑천을 쌓아왔습니다.

     

    그동안 리멤버 회원들이 계속 던졌던 질문이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돈은 어떻게 벌어요?’라는 겁니다. 이제 리멤버는 이에 대해 답하려고 합니다. 사람들이 더 많이 쓰는 앱이 되기 위해, 2018년에는 비즈니스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인 리멤버 나우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 11월에는 경력직 인재검색 서비스인 리멤버 커리어를 정식 출시하기도 했고요. 한국의 링크드 인이 되겠다는 거죠.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전환이 어느 순간 내려진 결정이 아니라는 겁니다. 리멤버 앱을 출시할 때부터 명함 관리 유료 서비스, 유료 주소록을 제공하는 B2B 설루션, 명함 DB를 이용한 링크드인 모델, 그러니까 인재 검색이나 추천이 가능한 수익 모델을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명함 관리 유료 서비스와 유료 주소록은 여러 가지 이유로 사실상 실패했고요. 지금 가장 힘들 수도 있는 마지막, 회원 기반 구인구직 서비스를 시작한 겁니다. 아마, 입력되는 명함 대부분이 이미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상황이 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성공할까요?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다른 직장인 커뮤니티 서비스도, 요즘 구인구직 서비스를 론칭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리멤버 앱 사용자는 다른 앱과 비교했을 때 많이 다릅니다. 50대 이상 비율이 43%, 30대와 40대 회원 비중은 약 51%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처음 가입했을 때와 지금 나이 때가 달라진 회원도 꽤 많습니다. 대표 직함을 달고 있는 회원도 많고요. 다시 말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이런 서비스를 원할지도 모르는 사람이, 이미 회원이라는 말입니다. 오랜 기간 기반을 단단히 다져둔 덕분입니다.

     

    요즘 인공지능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섣부르게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성과를 내지 못한 기업도 있고, 그걸 보며 급하게 바꾸지 않겠다고 마음 먹은 기업도 많습니다. 이게 시간이 꽤 많이 걸리는, 품이 많이 드는 일이라 그렇습니다. 하지만 판을 바꾼다는 생각으로 계속 나가면, 결과는 여러분을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 회사는 5년 후에 어떻게 수익을 올리고 있을까요? 그걸 위해선 어떻게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할까요? 오늘 한 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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