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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필기 앱, 에버노트2021년 FINANCE 2021. 10. 12. 23:00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노트 필기 앱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에버노트입니다. 전 세계 2억 2천5백만 명이 사용하고 있죠. 에버노트 로고는 코끼리인데요, 미국 속담인 ‘코끼리는 절대 잊지 않는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 에버노트는 ‘뇌의 연장선’, 다시 말해 우리 대신 모든 것을 기억해 주겠다, 정보를 좀 더 쉽게 다루게 해 주겠다-라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앱입니다. PC와 스마트폰, 태블릿 PC, 웹을 가리지 않고 쓸 수가 있고요. 웹 서핑하면서 얻은 정보를 저장하는 일부터 시작해, PDF나 각종 문서, 사진까지 굉장히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쉽게 보관하고, 다시 보고, 검색해서 찾아 쓸 수 있습니다. 노트 앱인 만큼 직접 글을 쓰고, 글 쓴 내용을 인터넷을 통해 공유하는 용도로도 많이 쓰입니다.
에버노트가 어떻게 우리 뇌를 도와주는 걸까요? 한 번 보시겠습니다. 먼저 인터넷 검색을 한번 해보겠습니다. 한번 뉴스를 볼까요? 관련 기사가 여러 가지 나옵니다. 여기서 읽고 싶은 기사를 클릭합니다. 기사를 읽다가 이 정보를 보관하고 싶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필요한 내용만 선택해서 에버노트로 공유하는 거고요. 다른 하나는 기사 전체를 스크랩하는 겁니다. 이번엔 기사 전체를 스크랩해 보겠습니다. 공유 버튼을 누르고, 에버노트에 추가를 선택해 주면, 기사가 스크랩 되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이때 코끼리 아이콘을 클릭해주면 저장하려는 노트나 태그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에버노트 앱을 실행하면, 아까 스크랩한 기사가 고스란히 들어와 있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왼쪽 상단 메뉴를 보시면, 다른 노트북이나 기능을 보실 수 있는데요 바로 가기는, 중요한 노트나 자주 쓰는 노트로 바로 갈 수 있는 기능이고요. 노트북은, 에버노트에서 만든 노트를 분류해서 보관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메모를 적은 종이를 노트, 노트를 여러개 담고 있는 스크랩북을 노트북, 노트북을 모은 것을 스택이라고 부릅니다. 윈도우 폴더 파일과 비슷한 구조라서, 금방 적응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노트를 만들어 볼까요? 오른쪽 하단의 더하기 아이콘을 누르면, 알리미, 오디오, 첨부파일, 손글씨, 카메라, 텍스트 노트 아이콘이 뜹니다. 만들려는 노트에 어떤 것을 담고 싶은 가에 따라 바로 노트를 만들 수 있는 건데요. 카메라를 클릭하면, 그냥 사진만 찍는 게 아니라 문서나 화이트보드 등을 깨끗하게 스캔해서 보관할 수 있습니다. 찍은 다음엔, 제목이나 다른 텍스트를 입력해서 저장할 수도 있고, 왼쪽 상단 확인 아이콘을 누르면 제목 없는 노트로 그냥 저장해 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만든 내용은 에버노트 서버를 통해, 웹과 PC 등에 자동으로 동기화가 됩니다.
PC에서 웹서핑하다가 정보를 스크랩하는 기능이 정말 강력합니다. 강력하긴 한데, 너무 오래돼서 문제도 많았습니다. 부가 사업을 여럿 펼치면서, 프로그램 개선은 굉장히 늦어졌기 때문입니다. 한때는 촉망받는 유니콘 기업이었지만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가 되겠다는 야심 찬 꿈을 가지고 여러 사업을 펼치면서 많이 흔들렸고요. 거기에 더해 유료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적자가 계속 나기도 했습니다. 유니콘 기업들이 흔히 겪는 ‘로켓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을 이기지 못한 셈입니다. 2015년에는 위기설이 나오기까지 했죠. 결국 주요 경영진이 교체되고, 부가 사업을 접었으며, 전체 직원의 15%인 54명을 해고하고, 해외 지사를 폐쇄해야 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에버노트를 떠나 다른 노트 앱으로 이주할 생각을 여러 번 하고, 여러 번 시도했습니다. MS 원노트를 비롯해 구글 킵Keep이나 애플 메모, 요즘 한창 뜨고 있는 노션 Notion, 비캔버스 BeeCanvas 같은 여러 가지 대안도 많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버노트를 계속 쓰고 있는 이유는, 에버노트만큼 정보를 제대로 갈무리할 수 있는 앱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핵심 기능에서 다른 앱이 따라갈 수 없었던 거죠. 앞서 말한데로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다가 스크랩하는 기능은, 아직까지 다른 어떤 앱도 따라올 수가 없습니다. 저장한 자료를 PC나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기기에서 동기화시켜 볼 수도 있습니다. 에버노트와 함께 쓸 수 있는 다른 앱도 다양합니다. 제약은 있지만 무료로도 2대까지는 동기화 시켜서 쓸 수 있죠. 사진이나 PDF 파일을 올려놓아도 안에 있는 글자를 인식해서, 검색할 때 표시해 주는 기능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기억을 에버노트에 집어넣고, 잊어도 되는 겁니다. 나중에 찾을 수 있으니까요. 여기에다 2018년 새로운 CEO 이안 스몰이 취임하면서, 에버노트는 앱 성능 개선에 전력투구 하게 됩니다. 2020년 5월에 올라온 에버노트 공식 블로그 글을 보면, 물 밑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지를 밝혔는데요. 수십억개의 노트를 저장하는 서버를, 클라우드 서버로 성공적으로 이전했다고 합니다. 2만명의 자원자들을 대상으로 개편된 앱을 테스트하고 있고요. 곧, 완전히 바뀐 새로운 에버노트 앱이 나온다는 얘기입니다. 더 빠르고, 쓰기 쉽고, 안정적인 앱, 모든 에버노트 이용자가 오래 기다려온 개편이, 이제 시작되는 셈입니다.
이제 에버노트는 중견 회사가 됐습니다. 창립은 2000년에 했지만 2008년 출시된 에버노트를 기준으로 잡으니, 2020년 기준 12주년을 맞이합니다. 유료화도 성공해 수익구조도 갖췄고, 진행 과정이 굉장히 느리긴 했지만 기술 투자를 계속해 프로그램과 서비스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대박을 꿈꾸는 다른 유니콘과는 이제 다른 기업이 됐습니다. 핵심 기능과 비즈니스 모델에 집중하면서, 천천히 성장하는 회사가 된 겁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박을 꿈꾸다 쓰러진 수많은 유니콘 기업은, 이 핵심 기능을 제공하지 못해서 망했습니다. 앱이 가지고 있는 핵심 기능의 힘은 그만큼 무섭습니다. 이용자가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게 만들어 버리니까요. 오늘, 우리 회사는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 왜 사랑받거나 왜 미움받는지 한번 생각해 보시면 어떻겠습니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