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노래 작곡 앱
    2021년 FINANCE 2021. 10. 12. 22:26

    우리는 글과 사진, 그림으로 우리 자신을 표현하면서도, 음악은 항상 다른 이가 만든 것을 흥얼거릴 뿐입니다. 왜 그럴까요? 너무 어려워서? 아마 그럴지도 모릅니다. 작곡은 왜인지 악보를 보고 쓸 줄 알고, 음악 이론을 배우고, 악기를 다룰 줄 안 다음에야 할 수 있는 어려운 일처럼 느껴집니다. 가수나 연주자처럼 멋있는 직업도 아니죠. 하지만 흥얼거림으로 작곡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10분 만에 내가 생각하는 멜로디를 곡으로 만들 수 있다면? 가능합니다. 허밍으로 음악을 만드는 앱, 험온이 있으니까요.

     

    험온은 삼성전자 사내 벤처 C랩에서 출발한 쿨 잼 컴퍼니에서 만든 앱입니다. 한국 최초로 미국 UC 버클리 대학에서 운영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스카이덱’의 지원을 받는 회사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만든 음악 앱 험온은, 이용자가 멜로디를 흥얼거리기만 해도 그것을 악보에 받아 적고, 자동으로 반주를 입혀서 하나의 곡으로 완성시켜줍니다. 단순히 반주만 붙여주는 것이 아니라, 피아노나 발라드, 록,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장르의 곡으로 느낌을 바꿔서 들을 수도 있습니다. 정말 쉽게, 나만의 노래를 만들 수 있는 거죠.

     

    이 앱의 핵심은 두 가지인데요. 사람이 흥얼거리는 것을 정확히 인식해서 음악으로 인지하는 기능과 인지한 음악에 어울리는 화성과 화음을 찾아서 곡을 완성시켜주는 기능입니다. 짐작하셨겠지만 이런 기술에는 당연히 인공지능이 쓰입니다. 기타를 잘 치는 사람이 누군가가 흥얼거리는 노래를 듣고, 코드를 따서 반주하는 것과 비슷한 거죠.

     

    한번 직접 노래를 만들어 볼까요? 먼저 험온 앱을 실행합니다. 오른쪽 아래 + 아이콘을 눌러주면 새로운 노래를 만들 수 있는데요. 템포 프리 모드는 속도와 상관없이 그냥 흥얼거리는 거고, 메트로놈 모드는 흥얼거릴 때 박자에 맞춰서 메트로놈 소리를 들려주는 모드입니다. 물론 메트로놈 빠르기는 조절할 수 있고요. 여기서 아래 녹음 버튼을 눌러주면, 바로 허밍을 녹음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노래는 MP3 파일로 저장하거나, 악보만 따로 PDF 파일로 빼거나, SNS에 공유하는 일 등이 가능합니다. 조성도 바꿀 수 있고, 아직 베타 버전이긴 하지만 보컬을 입힐 수도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과 음악은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음악은 감성의 수학이라고 불릴 만큼, 디지털 정보로 바꾸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컴퓨터로 글자를 볼 수 있게 된 사람들이 글자 다음에 가장 먼저 한 일도 소리를 내는 거였지요. 자동으로 작곡을 해주는 앱이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허밍을 악기 소리로 바꿔주는 작곡 앱 ‘험 어 힛(Hum a Hit)’이나 흥얼거리면 악보로 만들어주는 ‘스코어 클라우드 익스프레스(Score Cloud Express)’나 ‘이미톤(Imitone)’이라는 앱은 험온보다 먼저 나왔습니다. LMMS나 큐베이스처럼 전문적으로 음악을 만드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하지만 험온은 다른 어떤 앱보다 간편합니다. 흥얼거리면 끝이니까요. 아, 물론 더 간단한 방법도 있습니다. ‘쥬크 데크’라는 웹앱을 이용하면 인공지능이 그때그때 자동으로 작곡한 음악을 내려받아서 쓸 수도 있거든요. 다만 거기엔 나 자신이 없죠. 험온으로 만든 노래를 바로 상품으로 만들 수는 없겠지만, 여기에는 나 자신이 있습니다. 여기서 만든 노래는, 나를 전달하고 표현할 수 있지요. 중요한 건, 바로 여기입니다.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 유튜브는 개인이 하기 힘들었던 사진이나 영상 제작을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것으로 바꿔 버렸습니다. 블로그와 SNS는 많은 사람이 일상적으로 글을 쓰도록 만들었죠. 반면 음악은, 여전히 남의 곡을 가져오거나 따라 부르는 영역에 남아 있었습니다. 험온 앱은, 그 영역이 바뀔 수도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입니다. 음악만이 아니죠. 만화나 무용 등 여러 영역에서, 기존에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여겼던 경계가 무너졌거나, 무너지고 있는 중입니다. 컴퓨터 조판 시스템 도입으로 인해 활판 인쇄가 사라졌던 일이 전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죠. 지금 우리가 하는 많은 전문적인 일도 앞으로 이렇게 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세상에서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아이러니하지만, 결론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옵니다. ‘음악을 가르치는 예술가’를 쓴 에릭 부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들은 음악이 자신과 개인적으로 연관되어 있을 때만 음악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창조한다”고요. 이런 음악을 만드는 건 기술로 할 수 없는 일이죠. 좋은 요리사는 기술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인 것처럼요. 이런 변화는 위기가 아니라 질문입니다. 지금 어떤 변화가 오고 있을까요? 그 변화 속에서 지금 우리가 가진 기술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오늘 한 번 고민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