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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글 번역의 진가
    2021년 FINANCE 2021. 10. 12. 07:58

    현재 200여 개 나라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몇 가지일까요? 무려 6,912개나 된다고 합니다. 이 중에서 말만 하는 것이 아닌, 읽고 쓸 수 있는 언어만 해도 2261개에 달합니다. 정말 많죠? 2006년 출시된 구글 번역은 이런 언어적 한계를 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항상 그렇듯이 구글이 처음은 아닙니다. 1950년대부터 연구가 시작되었고, 인터넷에선 20년 전에 출시된 바벨 피시 같은 비슷한 서비스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구글 번역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죠. 이용자 수는 5억 명 이상, 매일 10억 개 이상의 문장이 번역되고 있다고 합니다. 지원하는 언어는 103개로, 전 세계 인터넷 접속자가 사용하는 언어의 99% 정도를 망라합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구글 번역을 쓰는 걸까요? 솔직히 말해 엄청난 사용량을 자랑하고는 있지만, 그동안 번역 품질이 높았다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Time flies like an arrow"라는 문장을 "시간 파리들은 화살을 좋아한다"라고 번역한 결과가 웃음거리가 될 정도였죠. 그런 구글 번역이 큰 도약을 이룬 것은 2016년입니다. 이때 신경망 번역 서비스가 도입되면서 번역 품질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여러분도 알고 계실 알파고에도 쓰이는

    딥러닝 기술을 적용했죠. 그렇다고 사람이 번역한 것만큼 좋지는 않지만, 이젠 무슨 말이 쓰였는지 이해할 정도는 됩니다. 게다가 딥러닝은 많은 사람이 쓰면 쓸수록 그 데이터를 먹고 성장하는 기술이라서요. 지금도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좋은 품질의 번역이 이뤄지니 사용자가 늘어나고, 사용자가 늘어나니 품질이 더 좋아지는 선순환 상태에 들어간 겁니다.

     

    이제 구글 번역은 여러 곳에서 손쉽게 쓸 수가 있습니다. 구글 이메일 서비스인 지메일에서 편지를 받으면 자동으로 번역해 줍니다. PC나 스마트폰에서 크롬 브라우저를 쓰고 계시다면 외국 웹사이트에 들어갔을 때, 번역을 할까 말까 물어보는 창을 보셨을 겁니다. 예를 들어 저는 이렇게 사용합니다.

     

    블링키 스트라는 해외 서적을 요약해서 알려주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국내에 번역이 안된 신간들을 간단히 읽고 싶을 때 많이 이용하는데요. 이 사이트에 올라온 책 요약본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이렇게 선택을 하고 번역을 누르면 됩니다. 어려운 단어가 나와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죠. 아니면 지금 보시는 것처럼, 웹페이지 전체를 자동 번역해서 볼 수도 있습니다.

     

    PDF나 MS 워드 문서도 그대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메신저나 왓츠앱 메신저를 이용하면 대화 내용을 번역해 줍니다. 외국 블로그 서비스 중에는 구글 번역을 이용해 여러 언어로 서비스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 주는 곳도 있습니다. 단순히 번역 기능을 가진 앱이 아니라, 다른 여러 앱에게도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모르는 글자를 봤을 때 카메라 기능을 이용해 글씨를 읽거나, 사진을 찍어서 번역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해외여행할 때 글자를 몰라 난감했던 기억 있으시죠? 그럴 땐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예전에 찍은 사진에서 모르는 글자를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사진을 고른 다음 글자가 있는 부분을 선택하면 되죠. 유튜브에서는 자동 번역 자막을 선택하면 자막이 없는 영상도 우리말로 볼 수가 있습니다. 음성 자동 인식 기능을 이용하면 외국인과 대화할 때 번역하는 언어를 바꾸는 번거로운 과정 없이 쌍방향으로 듣고 쌍방향으로 번역해 주기도 합니다. 한 번 구글 번역기로 말해볼까요? 처음 뵙겠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코치라코소 도조 요로시쿠 오네가이시마스. 잘되는 것 같습니다. 2017년에 발표한 구글 픽셀 버드 이어폰은 서로 스마트폰에 연결된 이어폰을 끼고 있으면 내가 하는 말을 번역해서 들려주고, 상대방이 하는 말을 번역해서 내게 들려줍니다. 스마트폰 통역사를 데리고 다니는 셈입니다.

     

    물론 기계 번역을 연구하는 곳이 구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구글 번역과 비슷한 번역 서비스는 MS, 바이두, 네이버 등 여러 곳에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점점 다양한 용도로 쓰이기 시작했죠. 예를 들어 MS에서 제공하는 화상채팅 메신저 ‘스카이프’를 이용하면 일부 언어에 한해 자동 통역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일본에서 만든 ‘일리’라는 번역기를 사용하면 스마트폰 없이도 자동 통역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고전번역원은 AI 기반 고전문헌 자동번역 시스템을 구축해 한자로 쓰인 승정원일기 원문을 빠르게 번역할 계획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아마존과 카카오도 인공지능 번역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윈터그린 리서치에 따르면 기계번역 시장은 2019년 69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 같다고 합니다. 기계번역된 내용을 감수해주는 사업도 이미 등장했습니다. 서로 다른 언어에 대한 데이터를 주면 두 언어를 독학해 번역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논문 도 발표됐습니다.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항상 나쁘게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죠. 랜섬 웨어 사태 때는 해외 해커들이 번역기를 이용해 이용자를 협박하기도 했었죠. 누군가는 영어 중심의 번역 환경을 문제 삼기도 합니다. 영어로 번역되는 경우보다 영어를 번역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겁니다. 언어에 담긴 의미는 그 언어에 담긴 사고방식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영어권 사용자들의 사고체계가 거꾸로 널리 퍼지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경고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 번역의 진가는 우리에게 지금보다 다양한 정보를 보다 빠르게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소통의 대상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시대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요? 한번 고민해 봐야 할 주제일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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