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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테이크 종류와 유래
    2021년 FINANCE 2021. 10. 11. 09:01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2년 4월 15일, 초호화 여객선 타이타닉호가 북대서양에서 침몰했습니다. 전날 밤, 타이타닉호 레스토랑에서는 일등석 승객을 위한 만찬이 열렸는데요, 모두 10가지의 코스 요리가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전채요리로 생굴과 콘소메 수프, 크림소스를 곁들인 연어요리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메인 요리로 필레미뇽 스테이크와 튀긴 닭인 리오네즈 치킨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 두 번째 메인 요리로는 설로인 스테이크와 구운 양고기, 그리고 오리구이 중에서 택일을 하게 되어있었는데요. 여러분이라면 어떤 요리를 선택하시겠습니까?

     

    우리가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제대로 주문할 경우, 헷갈리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비프스테이크는 종류와 이름이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인데요. 우리가 흔히 먹는 종류만 해도 티본, 설로인, 뉴욕 스트립, 샤토브리앙 등 복잡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래서 서양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정확히 모르고 대충 찍어서 주문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스테이크의 종류와 역사 를 알고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즐겨 먹는 스테이크 중 하나가 T-bone 스테이크입니다. 문자 그대로 쇠고기에 T자 모양의 뼈가 들어있기 때문에 생긴 이름인데요. 왜 하필 T자 형태로 뼈를 잘랐을까요? 바로 서로 다른 두 종류의 고기를 동시에 맛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인데요. T자 모양의 뼈를 기준으로 한쪽에는 등심이, 또 다른 한쪽에는 안심이 붙어있기 때문에 T-bone 스테이크를 먹을 때는 맛을 잘 음미할 필요가 있습니다.

     

    T-bone 스테이크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포터하우스 스테이크입니다. 보통의 T-bone 스테이크와 달리 등심보다 안심살이 더 많은 스테이크로 1814년 뉴욕 맨해튼에 있는 <포터하우스>라는 선술집에서 처음으로 선을 보였는데요. 어느 늦은 밤, 식사 때를 놓친 한 선장이 포터하우스에 들려 스테이크를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재료가 다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그러자 주인은 양해를 구하고 가족들과 먹으려고 남겨 두었던 뼈에 붙은 고기를 스테이크처럼 구워서 제공했는데요. 이것이 크게 히트를 했고, 여기서 포터하우스 스테이크라는 이름이 유래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지금 원조 포터하우스 스테이크 집은 사라졌지만 뉴욕에는 120년이 넘는 전통의 포터하우스 스테이크 집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T-bone 스테이크가 또 하나 있습니다. 르네상스의 발원지, 이탈리아 피렌체의 명물인 피오렌티나 스테이크입니다. 메디치 가문을 일군 로렌초 디 메디치가 축제 때 불에다 고기를 구운 것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고, 근대에 영국 관광객들이 유행시킨 스테이크라는 설도 있지만 모두 확실치는 않습니다. 다만 피렌체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반드시 한 번쯤은 먹어 봐야 서운하다고 느끼지 않을 정도로 세계적인 명물 음식이 됐습니다.

     

    또 조선시대에 정승 벼슬을 하사 받은 정삼품 소나무가 있는 것처럼 영국에서는 귀족 작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스테이크가 있습니다. 바로 설로인 스테이크입니다. 영국 왕 찰스 2세는 스테이크를 무척 좋아했는데요. 어느 날 등심을 구운 스테이크가 식탁에 올랐는데 정말 맛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검으로 기사 작위를 주는 것처럼 들고 있던 나이프를 스테이크에 얹고는 “그대에게 작위를 수여하노라”라고 선언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소의 허릿살을 뜻하는 로인(Loin) 앞에 작위를 뜻하는 수식어 ‘설(Sir)’이 붙어 설로인(Sirloin)이 됐다고 합니다. 그만큼 당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이야기겠지요. 전해지는 유래와 별도로, 실제 설로인은 허릿살 윗부분의 고기라는 뜻입니다.

     

    갈빗살, 또는 등심 스테이크 종류인데 고기를 자른 부분이 뉴욕주의 지도와 비슷해서 생긴 뉴욕 스테이크도 있습니다. 보통 뉴욕 스트립 스테이크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간혹 델모니코(Delmonico)라는 스테이크 이름도 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뉴욕 스테이크입니다. 1837년 뉴욕에서 문을 연 미국 최초의 현대식 레스토랑인 <델모니코>에서 처음 서비스한 스테이크인데요. 이곳은 링컨과 루스벨트 대통령이 들렸던 식당으로 1960-70년대 미국 영화에도 자주 등장했던 원조 뉴욕 스테이크 하우스입니다. 그리고 안심을 구운 것은 텐더로인 스테이크입니다. 그중에서도 샤토브리앙이 유명한데요. 얼핏 들으면 와인 이름 같지만 사실은 루이 18세 때 내무장관을 지낸 프랑스 남작의 이름입니다. 19세기 초, 샤토브리앙 남작의 주방장이 안심 중에서도 특히 맛있는 가운데 부위로 구운 스테이크를 개발하면서 요리에 고용주인 샤토브리앙 남작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처럼 스테이크는 종류도 다양하지만 주문법도 복잡한데요. 주로 겉만 살짝 익힌 레어(rare), 적당히 구운 미디엄, 속살까지 익힌 웰던으로 구분합니다. 미디엄은 또 미디엄 레어, 미디엄, 미디엄 웰던으로 세분화하기도 하는데요. 여기에 더해 블루 레어, 또는 피츠버그 레어도 있습니다. 고기의 표면만 그슬린 조리법으로 내부는 거의 육회에 가까운데요. 한때 철강도시로 유명했던 피츠버그에서 노동자들이 용광로에 고기를 던져서 바로 꺼내 먹었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레어는 19세기 후반에 등장한 조리법인데요. 원래는 달걀을 반숙할 때 쓰는 용어였는데 고기 굽는데 응용했다고 합니다.

     

    스테이크는 입맛과 취향에 따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음식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동안 스테이크 종류가 많아서 대충 주문하거나 권하는 대로만 드셨다면, 앞으로는 스테이크의 기원과 유래를 감안해, 미묘한 맛의 차이까지 함께 느껴보시면 어떨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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