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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의 새해 음식
    2021년 FINANCE 2021. 10. 11. 08:01

    어느 나라에서나 새해에는 특별한 음식을 먹으며 한 해 소원이 이뤄지기를 바라는데요, 세계 각국의 새해 음식에는 도대체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요? 우리는 새해에 떡국을 먹습니다. 설날 당연히 먹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외국사람이 의미를 물어보면 딱히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떡국에는 과연 어떤 뜻이 있을까요? 세계 어느 곳에서나 새해 음식에는 공통적인 소망 두 가지를 담아 먹는데요, 바로 건강하게 오래 살게 해 달라는 것과 새해에는 부자 되게 해 달라는 소원입니다. 떡국에도 역시 장수와 부귀에 대한 열망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 전통 풍속을 기록한 『동국세시기』, 한양의 풍속을 적은 『열양세시기』에는 하나같이 설날 떡은 엽전처럼 썬다고 했는데요*, 돈처럼 생긴 떡국을 먹으면서 부자 되기를 빌었던 것입니다. 사실, 설날 떡국은 그 자체가 풍요를 기원하는 음식입니다. 근대에 육당 최남선 선생은 정월 초하루인 새해 첫날을 태양이 부활하는 날, 천지만물이 새롭게 태어나는 날이라고 했는데요, 떡국은 봄이 시작되는 날, 한 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며 하늘에 바쳤던 제물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중국에서는 새해에 만두를 먹지만 대부분 가정에서는 생선 요리도 빼놓지 않습니다.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할 때 혹시 식사자리에 생선요리가 나오면 “상대편이 손님 접대에 조금은 신경을 쓰고 있구나.”라고 생각하셔도 좋겠는데요. 일반적으로 중국 요리 중에서는 생선 값이 가장 비싸기도 하지만 물고기에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특히 새해에 먹는 생선요리에는 더더욱 깊은 뜻이 있는데요, “새해에도 여유 있게, 풍요롭게 지내시라(年年有餘)”는 덕담의 뜻을 음식에 담았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물고기 어(魚)자가 중국어로 여유롭다는 뜻의 여(餘) 자와 발음이 같기 때문에 해마다 풍요롭게 지내라는 뜻의 ‘년년 유어(年年有魚=年年有餘)’라는 말이 생겼다고 하는데요, 사실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옛날부터 중국에서 물고기는 반가운 소식을 전하는 전령사였습니다. 한나라 시인 채옹(蔡邕)은 먼 곳으로 떠난 낭군이 잉어 배속에 편지를 담아서 전해왔다고 노래했는데요,

     

    때문에 중국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는 편지를 나무로 깎아 만든 물고기 인형에 담아 보내는 풍속이 있었습니다. 당나라에서는 물고기가 높은 신분의 상징이었지요. 고관대작이 되면 황제가 신분증 삼아 금으로 만든 물고기 패(魚符)를 하사하였기에 물고기가 높은 신분과 부귀영화를 상징하고, 반가운 소식을 전하는 길조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새해 음식상에 생선요리를 빼놓지 않고 준비하면서 풍요로운 한 해를 보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생선이라고 다 똑같은 생선이 아니지요, 수많은 물고기 중에서 어떤 생선을 먹어야 한 해를 가장 풍성하고 여유롭게 보낼 수 있을까요? 베이징을 중심으로 한 화북지방에서는 주로 잉어를 먹습니다. 잉어찜이 최고급 요리이기도 하지만 한자로 잉어를 뜻하는 리(鯉) 자가 이롭다는 뜻의 리(利)와 발음이 같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잉어찜을 먹으며 사업상 이익도 많이 나고 집안에 좋은 일만 있기를 기원하는 것입니다. 반면, 상하이와 같은 화동지방에서는 잉어 대신 조기를 먹습니다. 중국에서는 조기를 누런 황(黃) 자를 써서 황어(黃魚)라고 하는데요, 노르스름한 색깔의 조기에서 황금을 떠올렸나 봅니다. 때문에 금빛이 도는 조기를 먹으며 새해 부자 되기를 소원한다는 뜻이 있습니다.

     

    우리가 돼지꿈을 꾸면 부자 된다고 믿는 것처럼 유럽은 새해에 돼지고기를 먹는 나라가 많습니다. 이탈리아는 잠포네(Zampone)라는 돼지 족발,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돈가스의 원조인 슈니첼(Schnitzel)을 먹는데요, 바로 돼지가 행운을 불러온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들한테는 Lucky Pig라는 돼지 인형을 선물로 주기도 하는데, 숲 속에 살았던 고대 게르만 족이 멧돼지를 신성시했던 전통에서 비롯된 풍속이라고 합니다.

     

    미국 조지아주와 사우스 캐롤라이나 등 남부에서는 새해에 콩과 녹색 채소, 그리고 햄이나 베이컨 등 돼지고기로 요리한 음식을 먹는 전통이 있는데요. 대표적인 음식이 호핑 존(Hoppin' John)입니다. 여기서 콩은 동전을 상징하고, 녹색 채소는 지폐 뒷면이 녹색이어서 그린 백(greenback)이라고 부르는 미국 달러를 의미한다는데요, 왜 콩과 채소를 먹으면서 부자 되기를 꿈꾸는 것일까요? 미국의 남북전쟁 때문에 생긴 풍속인데요, 혹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영화 기억하십니까? 영화에서 북군이 도시를 불태우고 민가를 약탈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실제 남부에서 다반사로 일어났던 역사적 사실입니다. 북군이 남부의 전쟁의지를 꺾으려고 초토화 작전을 펼쳤는데 식량은 약탈하고, 민가와 농지는 몽땅 불태웠습니다. 남부 주민들이 모두 굶어 죽을 판이었는데요, 북군이 유일하게 밭에 남겨놓은 것이 콩이었습니다. 물론 강낭콩이나 완두콩은 모두 빼앗아갔고 동부 콩만 남겼는데요, 당시 동부 콩은 곡식이 아니라 가축 사료였기 때문입니다.

     

    철저하게 파괴된 폐허 속에서 남부 주민들은 가축사료인 콩과 밭에 버려진 순무 이파리를 먹으며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는 심정으로 전쟁을 견뎠습니다. 이렇게 버티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콩과 채소를 먹으면 복이 온다는 새해 행운의 상징으로 삼았습니다. 새해에 후식으로 먹는 과일로는 감이 좋습니다. 모든 일이 마음먹은 것처럼 풀려 나간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개업 선물로 감을 그려 넣은 동양화를 선물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지요. 일이 뜻대로 풀린다는 만사여의라는 사자성어에서 일사(事) 자와 감 시자가 중국말로 발음이 같아 생긴 풍속입니다. 예로부터 감에는 일곱 가지 장점이 있다고 했는데요, 수명이 길고, 그늘이 깊으며 벌레가 끼지 않고 열매가 먹음직스럽고 잎이 넓어 글씨를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학문에 도움이 되고 잡일이 끼어들 여지가 없으니 군자에게 좋다는 것이지요. 그러고 보면 새해 음식에 담긴 소망은 꿈꿀 자격이 있는 사람들의 몫이 아닌가 싶은데요, 꿋꿋이 시련을 견디며 역경을 헤치고 이겨낸 사람들만이 소원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여러분 역시 소망을 담은 새해 음식을 드시며 꿈을 이루시기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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