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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에 대해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책
    2021년 FINANCE 2021. 10. 10. 02:10

    여러분은 어린 시절 나의 아버지의 모습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으신가요? 오늘은 우리의 기억 한편에 자리한 아버지에게 다가가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중년의 사업가의 이야기입니다. 마음속에 쌓인 안 좋은 감정들을 털어내고 싶다던 그분은 가장 먼저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꺼냈는데요. 아버지의 대한 내담자의 감정은 무척 부정적이었습니다. 아들에게 다정한 말 한마디는커녕 칭찬이나 격려를 해준 적도 없는분이라고 말입니다. 아버지에게 가는 길의 주인공과 그분은 참 많이 닮아있었는데요. 책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차고를 정리하기 위해 고향집으로 가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나는 아버지에게 말대꾸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아버지의 우람한 체구도 무서웠지만, 나를 못마땅해 하는 듯한 침묵은 그보다 더 무서웠다. 아버지들은 다 비슷한가 봅니다. 저는 아버지를 보지 못하는 날이 더 많았죠” 라며 사업가 분이 이야길 털어 놓았습니다. 그분의 아버지는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느라 바빴던 탓에 자식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셨더군요. 내담자는 눈에 보이지 않은 아버지보다 혼자 자식들을 챙기느라 고생한 어머니가 안타까워 아버지에게 좋은 감정이 없다고 하시더군요.

     

    이 이야기는 비단 사업가 분의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사이가 좋지 않은 아버지와 아들을 많이 만나곤 하는데요. 서로 상처를 주다가 적대적인 감정을 품기까지도 하죠 책의 주인공인 케니도 마찬가집니다. 이번만큼은 아버지와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아버지의 생활방식을 공격하고 내 방식을 옹호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나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아버지의 엄격한 잣대에 어떤 논리로 대응하면 좋을지 궁리하며. 사업가 분은 이 구절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바로 이겁니다 아버지는 나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자신의 규칙대로 살아가길 바랬어요. 그래서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커진 건데 왜 제 맘이 불편한 겁니까?” 라며 화를 냈는데요.

     

    정말 아버지가 아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걸까요? 옛날 사람이었던 아버지는 자식이 잘못 될 것에 대한 염려함과 과도한 기대감으로 서툴게 표현했던 것 뿐이었습니다. 아들 또한 마찬가지죠. 자랑스러운 자식이 되고 싶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으니 서로 엇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 무거운 마음을 훌훌 털어 놓고 싶습니다” 라며 답답해하는 사업가 분께 저는 질문을 하나 던졌습니다. “혹시 아버지에 대한 따뜻한 기억은 없으신가요?”.

     

    흘러내린 눈물 한 방울을 닦고 올려다보니 아버지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의 눈가도 촉촉한 게 아닌가!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배낭을 내려놓았고, 그런 다음 내 옆에 앉아 함께 오솔길을 내려다보았다. 책 주인공 케니는 12살 보이스카우트 하이킹에 참여했을 때 아버지의 기억을 떠올리는데요. 사업가 분도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떠올렸습니다. 열 살 무렵 동네 구멍가게 앞에 서 있는 자전거를 몰래 탔다가 곤혹을 치른 적이 있다고 합니다. 아버지한테 혼날 생각에 무척 겁을 먹었는데 어쩐 일인지 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없으셨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전거 한 대를 가져오셨더랍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움을 알고 있던 사업가 분은 아버지에게 많이 고마웠다고 했는데요.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그분은 아버지에 대한 미움을 하나 둘 털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아, 나도 아버지인데 왜 몰랐나 싶네요. 아버지는 가족들 굶기지 않으려고 참 열심히 사셨는데, 살갑게 말이라도 한번 건내어 볼 걸, 힘들 때면 조언도 구해볼걸, 둘이서 소주 한 잔 기울여볼걸 그런데 아버지는 이미 곁에 없네요”.

     

    수의를 입히려고 아버지의 시신을 옮기는데, 아버지가 평생 동안 해온 일 때문에 얼룩덜룩한 피부에 남은 낯익은 흉터들이 눈에 들어왔다. 모습은 아버지가 맞는데, 더이상 아버지가 아니었다. 이미 아버지는 저 멀리 있었다.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거의 흘리지 않았다던 사업가분은 이 장면을 읽으며 오열을 하셨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사랑, 그리고 그저 꾹꾹 눌러왔던 복잡한 감정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이죠. 저는 그분에게 말했습니다. 아마 아버지는 이미 아들을 이해하고 있을 거라고 말입니다.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은 자식이 부모를 생각하는 것보다 언제나 너그러운 법이니까요.

     

    우리가 기억하는 아버지에 대한 추억은 저마다 다를 것입니다. 무뚝뚝하거나 자상하거나 든든하거나 때론 무서울 수도 있지요. 누군가는 아버지를 존경할 것이고, 누군가는 원망할지도 모릅니다.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어떤 아버지든 자식의 삶에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입니다. 아버지에게 가는 길이란 결국 지나쳐버린 과거 속에서 소중한 기억을 찾는 과정이 아닐는지요. 그 추억은 사는 동안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것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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