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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잘못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요
    2021년 FINANCE 2021. 10. 10. 01:01

    얼마 전 50대 사업가 한 분이 상담실을 찾으셨습니다. “아들에게 화가 납니다” 라며 말을 꺼냈는데요. 취업 문제로 고민하는 아들과 말다툼을 벌이다가 손찌검을 했다고 하시더군요. “누구보다 잘 통하는 부자 사이였는데, 몇 대 맞았다고 집을 나가버렸습니다” 그런 아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크게 화를 내시더군요. 그러면서도 아들 얼굴을 못 본 지 6개월이 넘었다며 근심 가득한 표정을 지으셨는데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라고 묻는 그분께 베른 하르트 슐링크의 <책 읽어주는 남자>를 소개했습니다.

     

    책 읽어주는 남자를 추천하면 많은 분들이 ‘금지된 사랑에 관한 이야기 아닌가요'라며 의아해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사실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따른 결과를 외면하고 침묵하는 인간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업가 분께 책의 남자 주인공이 자신의 잘못을 마주하는 모습을 잘 지켜보면 좋겠다고 당부를 했습니다.

     

    15살 소년 미하엘은 스무 살 연상의 여인 한나를 사랑합니다. 글을 읽지 못하는 한나에게 책을 읽어주며 그들의 관계는 시작되죠 그러나 미하엘은 그 누구에게도 한나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잘못된 만남이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친구들과 함께 있던 미하엘은 자신을 보러 온 한나를 모르는 척하게 됩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죄책감이었다. 나는 내가 침묵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어느 것도 입밖에 내지 않았다. 나는 말하고 싶지 않았던 것인가? 아니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던 것인가? 나는 그것을 스스로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이 구절을 다 읽은 후 사업가 분이 말씀하시더군요. “속으로라도 뉘우치니 참 다행 아닙니까?” 저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본질은 그것이 아니라 잘못을 대하는 방법이라고 말입니다. 미하엘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단 침묵하고 외면해 스스로를 보호하죠. 하지만 본인만 편해진다고 잘못이 해결될까요? 아닙니다.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을 뿐입니다.

     

    8년 뒤 법대생이 된 미하엘은 법정에서 우연히 한나를 만나게 됩니다. 한나는 자신이 문맹이라는 치부를 감추기 위해 다른 사람의 죄까지 뒤집어쓰고 감옥에 갇히는데요. 미하엘은 한나가 글을 읽지 못한다는 사실을 말할 기회가 있었지만, 자신의 과거 탄로가 날까 침묵하죠. 괴로운 마음에 이런저런 변명만 늘어놓는데요. 그때 미하엘의 아버지가 조언합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 건지 알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 사실과 직접 마주하고 이야기해야 한다. 등 뒤에서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아서는 아무 소용이 없어.

     

    미하엘의 아버지는 단호합니다. 이미 일이 벌어졌다면 이런 저런 변명을 늘어놓으며 피할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마주해야 비로소 문제는 해결된다고요. 한참을 고민하던 사업가분이 말을 꺼냈습니다. “사실 그날 저는 아들을 때릴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 회사일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었는데 아들에게 화풀이를 했습니다. 차마 이 말을 털어놓지는 못하겠더군요. 그분도 당장 자신의 잘못을 마주하기가 두려워 침묵했던 거죠. 사업가 분은 일단 아들을 만나봐야겠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그분의 결정에 동의했습니다. 상처 받은 아들을 직접 대면하는 일은 괴롭겠지만 마주하지 않고는 그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테니까요.

     

    일주일 뒤 사업가 분이 다시 찾아오셨습니다. “미안하다 그 한마디가 이렇게 쉬울 줄 누가 알았습니까? 오히려 아들이 죄송하다고 말해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분은 잘못을 인정하고 털어놓는 것으로 비로소 마음의 짐을 다 털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젠 아들과 더 깊은 고민까지 나눌 수 있으 것 같다고 밝게 웃으셨는데요. 그렇다면 책의 주인공 미하엘은 어떻게 했을까요? 중년의 신사가 된 미하엘은 마침내 평생 숨겨온 한나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게 됩니다. 나는 우리의 이야기와 화해했다. 그러자 우리의 이야기는 나에게 돌아왔다. 세세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내게 더 이상 슬픔을 주지 않을 정도로 둥글고 완결되고 나름대로 방향을 지닌 모습으로.

     

    문제라는 것은 해결되지 않는 한 언젠가 다시 맞닥뜨릴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잘못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요? 세상에 무슨 잘못이든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대신 그 잘못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죠 혹시 자신의 잘못을 묻고 눈감아 왔다면 용서와 이해를 구하는 건 어떨까요? 늦었더라도, 조금 많이 늦었더라도 지금 당장 그 잘못을 마주하는 것이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첫걸음이자 가장 적절한 방법이 될 테니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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