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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신소재, 발포 금속2021년 FINANCE 2021. 10. 12. 21:48
금속은 인류의 역사를 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로 나눴을 만큼 인류 문명의 진화와 함께해 왔습니다. 인류 최초의 금속, 구리의 사용을 시작으로 청동기 시대를 열어준 주석, 높은 강도로 전쟁의 판도를 바꾼 강철 등 인류는 더 나은 삶을 위해, 보다 우수한 물성의 금속을 개발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1900년대 초 부식에서 자유로운 스테인리스 스틸의 등장에서부터 고온/고압에 강해 로켓 엔진에 사용되는 초합금, 자동차 경량화의 일등공신인 고장력 강판에 이르기까지 금속의 변신은 꾸준히,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과거에는 주로 서로 다른 금속을 적정 비율로 섞는, 합금 위주로 변화가 이루어져 왔다면, 오늘날에는 원자 단위의 결합 구조나 형태를 변형시켜 새로운 물성을 부여하는 방안이 시도 되고 있지요. 오늘은 최근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금속의 변신 에 대해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보통 금속은 원자가 규칙적으로 늘어선 결정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금속 광석의 단면을 보시면 결정 구조를 확인하실 수 있는데요, 이러한 금속 원자의 배열을 규칙성이 없는, 비결정(非結晶) 상태로 만든 것이 바로 비정질 금속입니다. 금속을 녹였다가 빠른 속도로 냉각하면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하기 전에 고체화되면서 비정질 금속 을 얻을 수 있는데요 , 1960년 美 캘리포니아 공대의 듀에이 교수가 최초의 비정질 금속을 만든 후, 일본에서 고온의 용융 금속을 고속 회전하는 저온 금속 롤 위에 흘려보내 초급랭하는 방법을 고안해 실용화의 물꼬가 트였습니다. 소재 역시 팔라듐과 같은 고가의 금속에서 철, 니켈, 코발트 등 일반적 금속으로 변화해 왔지요.
비정질 금속은 일반 금속에 비해 강도와 경도 , 탄성 그리고 내부식성 및 내마모성이 모두 월등히 뛰어나고요 , 자기가 통하기 쉬운 정도를 말하는 투자율도 높습니다. 이와 같은 특성으로 고성능 테이프 레코더의 자기 헤드에 사용되었으며, 핵융합, 자기 부상 열차 등의 초전도 재료로도 검토되고 있지요. 하지만 최근 비정질 금속이 ‘핫’한 재료로 주목받는 이유는 액체와 고체 사이의 독특한 상태가 3D 프린팅 기술과 결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정질 금속은 고온에서는 플라스틱처럼 자유자재로 모양을 만들어 낼 수 있는데요 , 따라서 열을 가해 재료를 유연화하고 이를 도면에 따라 성형하는 3D 프린터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이죠 . 이미 애플에서는 비정질 금속을 이용한 3D 프린팅 기술 5건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고, 차세대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해당 특허 적용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강철처럼 단단하면서도 접합 흔적이 없는 매끈한 휴대폰을 만나볼 수 있을지, 기대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가벼운 소재의 대명사, 스티로폼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소재입니다. 이는 스타이렌이라는 고분자 소재를 발포시켜 얻은 것이죠. 스티로폼 외에도 페놀폼, 우레탄폼 등 다양한 고분자 발포체가 생활 속에서 사용되고 있는데요. 산업계에서는 금속 역시 발포를 통해 새로운 물성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다공성 구조를 갖는 발포금속, 즉 메탈폼을 개발했습니다. 체적의 70% 이상이 기공으로 되어 있는 발포금속은 일반 금속에 비해 밀도가 낮아 비중 대비 강도인 비강도가 우수하고요, 일반 금속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단열성, 흡음성, 방진성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내열성과 강도가 모두 높은데요. 이를 이용해 자동차의 배기가스 필터나, 용융 금속 불순물 제거 필터, 차량 흡음재 등에 널리 적용되고 있습니다.
최근 차량이나 선박의 경량화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면서 발포금속 의 경량성과 고비강도를 활용하려는 시도 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일반 금속에 비해 표면 강도가 낮은 점을 보완하기 위해 양면에 얇은 판재를 덧댄 샌드위치 패널이 개발되면서 차량용 구조부품으로의 활용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독일의 카만(Karmann)社에서는 알루미늄 판재 사이에 알루미늄 폼을 충전한 샌드위치 패널을 이용하여 후드, 천정, 트렁크를 구성한 프로토 타입 알루미늄 폼 바디 차량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한편 발포 금속의 또 다른 가능성은 다른 소재와의 복합화가 가능 하다는 점입니다. 인공 관절이나 임플란트에 사용되는 티타늄의 경우 기계적 물성은 우수하지만 생체적합성이 낮고 무게가 무겁다는 단점이 있는데요, 토호쿠 대학의 미츠오 교수팀에서는 티타늄을 발포시킨 후 의료용 PMMA를 기공에 충진하여 생체적합성과 강도, 탄성을 모두 만족하는 생체재료를 개발하였습니다. 또한 미국의 Zimmer 社 에서는 고분자 구조체에 탄탈륨 폼을 덧씌운 의족과 치과용 임플란트용 복합 소재를 Trabecular Metal 라는 제품명으로 상용화 하였습니다.
오늘은 원자 배열 변화를 통한 액체 금속 , 물리적 구조 변화를 통한 발포 금속 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이처럼 최근 금속 소재의 진화는 새로운 물질의 발견보다는 구조와 형태의 변화를 통한 새로운 물성 부여 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손 안의 스마트폰에서부터 우주의 로켓에 이르기까지, 금속은 인류의 발전에서 뗄 수 없는 소재이니만큼, 금속의 진화가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기대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