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유튜버의 등장

혹시 버추얼 유튜버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최근 일본에서는 버추얼 유튜버, 가상 유튜버가 화제입니다. 사람이 아니라 2D나 3D 그래픽으로 표현된 캐릭터 유튜버입니다. 버추얼 유튜버, 또는 V튜버라고도 불리죠. 이들은 인간과는 다른, 자기 자신만의 프로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인기 높은 가상 유튜버인 키즈나 아이는 6월 30일생, 키 156cm, 체중 46kg 란 프로필을 가지고 있죠. 사실 가상 유튜버라는 말이 유행하게 된 것도, 2016년에 등장한 자칭 버추얼 인공지능 유튜버, ‘키즈나 아이’ 때문입니다. 사람처럼 느껴지는 움직임과 독특한 개성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재미있게 전달해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2018년 8월에는 유튜브 채널 구독자수 211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인기 연예인처럼 키즈나 아이를 모델로 한 장난감이나 관련 상품이 등장했을 정도입니다. 현재 일본 정부 관광국의 외국인 방일 촉진 대사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아담’이나 ‘다테 쿄코’ 같은 사이버 가수가 있었습니다. 사람이 부른 노래를 사이버 캐릭터가 부른 노래처럼 포장했는데 대부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지요. 가상 유튜버는 조금 다릅니다. 키즈나 아이의 인기 덕분에 일본에선 수많은 가상 유튜버들이 데뷔하고 있습니다. 2018년 초기에는 180여 명 정도가 활동했었는데, 2018년 8월 현재에는 그 수가 8천 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캐릭터 디자인이나 모션 캡처 기술, 그것을 생방송으로 내보내는 장비가 결코 싸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꽤 많은 편이죠. 인지도도 높은데요. 사이버 V라는 회사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일본 10대와 20대의 절반 이상이 가상 유튜버를 알고 있으며 특히 10대 남성의 70%가 가상 유튜버를 알고 있다고 합니다.

 

보다 쉽게 가상 유튜버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앱도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소개할 호 로라 이브가 그중 하나입니다. 홀로그램과 라이브 방송을 합친 이름이죠. 가상 유튜버에 웬 홀로그램이냐고요? 눈에 보이지 않는 인공지능이 눈에 보이기 위해서 홀로그램 형태로 등장하는, SF 영화 같은 설정을 차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앱의 사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앱을 실행하면, 캐릭터가 뜹니다. 스마트폰에 달린 전면 카메라를 이용해, 사람의 얼굴 움직임을 파악해서, 스마트폰 안의 가상 캐릭터에게 반영하게 되죠. 내가 고개를 흔들면 캐릭터도 고개를 흔들고, 내가 말을 하면 캐릭터도 말을 합니다. 안면 인식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더 정밀하게 움직이고요. 이렇게 만들어지는 영상은 미러 티브라는 앱을 이용해 방송할 수 있습니다. 내 스마트폰 화면을 그대로 남들에게 방송으로 보여준다는 개념의 앱인데요. 사용자의 목소리까지 함께 전달되기 때문에 게임을 비롯해 여러 방송을 아주 ‘간단하게’ 할 때 적당한 앱입니다. 삼성 갤럭시S9이나 갤럭시 노트 9를 쓰신다면 더 간단하게 방송할 수도 있습니다. AR 이모지 기능을 실행한 다음, 미러 티브로 그냥 방송하면 되니까요. 사용방법은 먼저 AR 이모지를 실행시킵니다. 그리고 미러 티브로 방송합니다. 아주 간단하게, 나를 닮은 캐릭터가 출연하는 방송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셈입니다. 최근에는 미러티브앱 자체에서 가상 캐릭터를 이용해 방송하는 기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8월에 가상 유튜버가 4천 명가량 늘어난 것도 이 미러 티브의 가상 유튜버 베타 테스트 덕분이라고 합니다.

 

방송제작뿐만 아니라, 방송을 만들고 배급하는 방법 역시 바뀌고 있습니다. 픽시브라는 회사에선 누구나 간단히 3D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 ‘Vroid 스튜디오’를 무료로 공개했습니다. ‘V카츠‘나 ‘토피아’ 같은, 자신만의 아바타를 만들어서 가상 유튜버를 할 수 있는 앱도 현재 개발 중입니다. 가상 유튜버 방송만을 모아서 전달하며, 그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상 유튜버 전용 앱, ‘리얼리티’도 만들어졌습니다. 가상현실 기기 사용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VRChat에 가상 유튜버가 직접 등장해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심지어 오프라인 공간에 등장해 화면으로나마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물론 백스테이지에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나 성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죠.

 

가상 유튜버는 테마 파크처럼, 꿈과 현실의 경계에 서 있는 존재입니다. 사람은 어떤 새로운 존재가 등장하길 원하면서도, 그 존재가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보다 못하길 바라지 않습니다. 어설픈 로봇이나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그래서 소비자에게 외면받았죠. 애니 캐릭터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도 사람이 연기하는 가상 유튜버는, 진짜 프로그램만큼 어색하지 않으면서 진짜 사람은 줄 수 없는 즐거움을 줍니다. 알면서도 즐기는 가짜라고나 할까요.

 

가상 유튜버의 활약도 주목해야 합니다. 예전처럼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다른 가상 유튜버와 공동 행사를 열거나 가상 인터뷰를 하는 등 자신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이들은 SNS 인플루언서이기도 합니다. 광고를 찍거나, 물건을 소개하거나, 가상 신입 사원으로 입사하며 홍보 활동을 합니다. 최근 인기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성우들이 자신들이 맡은 캐릭터의 모습으로 영상을 찍기도 했는데요. 앞으론 영화 캐릭터들이 그 모습 그대로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홍보 행사를 다니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들이 활약할 수 있는 장소는 무궁무진합니다. 회사 캐릭터가 있다면 그 캐릭터를 가상 유튜버로 데뷔시키는 일도 나쁘진 않을 겁니다. 교육 영상을 찍을 수도 있고, SNS 운영자로 채용할 수도 있겠죠. 소비자와의 소통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는 시대에, 가상 유튜버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이 있을지, 한번 고민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